5대륙 16개국 25도시숲, 14명의 교수들이 직접 발로 걸었다

‘세계의 도시숲을 걷는다’는 도시숲 연구를 전문으로 하는 ‘도시숲 조성관리 연구사업단’의 참여 교수 14명이 16개국에서 모범이 될 만한 도시숲 25개소를 직접 방문해 사진을 찍고 인터뷰하고 글을 썼다. 이 책은 숲을 가꾸는 역사와 국민들의 숲에 대한 철학 및 문화와 환경을 아우르는 다양한 관점에서 5대륙 16개국 25개 도시숲의 발달과정을 친절히 보여준다. 나라별로 환경조건이 다르고, 숲의 역사, 도시경제 발전단계 및 국민성이 상이한 덕분에 각각의 도시숲 꼭지를 펼칠 때마다 독자들은 이채로움을 만끽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숲이 ‘도시와 사람’과 어우러진 공감의 역사이다.
도시숲을 조성하고 관리하는 데에는 많은 분야의 전문지식과 경험 및 숲 철학이 필요하다. 많은 나라에서는 이미 수백 년 전부터 숲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오랜 기간 많은 노력과 정성을 기울인 결과 숲과 도시, 사람이 함께 숨 쉬는 훌륭한 숲을 발전시켜 왔다. 숲은 생태와 환경 및 국민의 정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그 도시를 나타내는 브랜드 역할도 한다.

도시의 브랜드-뉴욕의 센트럴파크, 베를린의 티어가르텐, 서울의 서울숲과 남산

‘세계의 도시숲을 걷는다’에는 도시를 대표하는 25개의 도시숲이 등장한다. 베를린의 심장인 ‘티어가르텐’, 뉴욕의 명물인 ‘센트럴파크’ 도시숲 공원, 영국의 녹색 유산인 런던의 ‘에핑 포레스트’, 역사와 문화예술이 공존하는 오스트리아의 ‘비너발트’, 파리지엥들의 정원인 ‘불로뉴숲’, 도시 속의 식물 낙원인 인도네시아의 ‘보고르 끄분라야’, 도쿄 시모가모 신사의 ‘타다스노모리’, 타이베이의 허파 ‘다안삼림공원’, 남아공의 랜드마크인 케이프타운의 ‘케이블마운틴’, 환경ㆍ생태ㆍ문화의 보고인 밴쿠버 ‘스탠리파크’, 시민과 함께 만든 서울의 ‘서울숲’과 ‘남산’ 등 익히 들어봤음직하고 가봤음직한 이름들이 줄을 지었다.
세계 최초의 도시숲인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시유림’, 바람과 녹색도시가 조화를 이룬 슈투트가르트의 ‘그린U숲’, 러시아의 빛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도시숲, 사이좋은 이웃인 도시와 자연이 이룬 하모니 스위스 브뤼셀의 ‘소니안숲’, 환경교육에 앞장서온 스위스 취리히의 도시숲, 도시 속에 원시림을 간직한 런던의 ‘번햄비치’, 서울의 지붕인 ‘북한산’과 대구시민의 안식처인 ‘대구 앞산’, 정원도시를 꿈꾸는 싱가포르의 그린웨이 ‘파크커넥터’, 그린 인프라를 실현한 오사카 ‘시민의 숲’, 숲과 녹지가 도시의 주연이 된 호주 캔버라의 도시숲, 천 년 거목이 숨 쉬는 샌프란시스코 ‘뮈어우즈’ 세쿼이아 나무숲, 미국 도시 생태계의 연구 중심지 ‘볼티모어생태계연구’ 도시숲 등 들여다보면 각 도시숲이 지닌 놀랄 만한 가치에 새삼 감동을 받을 것이다.
베를린에 가본 사람은 누구나 도시 한복판에 넓게 펼쳐진 울창한 티어가르텐 숲을 도시 이미지로 생각하고, 센트럴파크는 뉴욕이라는 도시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숲은 즐거움을 준다. 숲은 생명력의 상징이다. 많은 사람들이 거대 도시에서 숨 쉬고 잠들고 꿈꾼다. 사람들은 숲이 주는 안식과 평안에 끌린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각 도시를 대표하는 도시숲이 전문가와 행정가에서부터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각 도시마다 멋지고 독특한 도시숲을 통해 도시 이미지를 세우고 국민의 ‘삶의 질’을 더욱 향상시키는 데 힘써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도시숲의 중요성-시민들의 도시 내 녹색공간 확충에 대한 드높은 요구
독일의 사회정치가 빌헬름 하인리히 리일은 그의 저서 ‘국가의 국민들’에서 “인간이 포도주를 원하듯이 독일 민족은 숲을 필요로 한다. 우리는 외적 피부를 따뜻하게 하기 위해 마른 나무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내적 인간을 따뜻하게 할 수 있는 푸르고 활기하고 생명력 있는 나무를 필요로 한다”라고 숲의 보호와 보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비록 우리가 더 이상 목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는 숲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30~40년 전의 헐벗고 황폐한 국토를 완전 녹화시켜 국토 보존의 기틀을 세웠으며, 이제는 국민들과 피부를 맞대고 있는 도시 내의 생활권 숲을 가꾸어야 할 중요한 시점에 와 있다. 최근 웰빙 문화 확산과 도시열섬현상 등으로 시민들의 도시 내의 녹색공간 확충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탄소흡수원 등으로서의 숲에 대한 다양한 수요도 더욱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도시지역 내 숲은 1년에 3.5%씩 감소하는 추세에 있어 국민 1인당 생활권 도시숲 면적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최적 권고기준인 9㎡의 약 2/3에 불과한 6.6㎡ 정도밖에 안 된다. 또한 도시숲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대부분 방치됨으로써 생태적 건강성과 경관가치가 크게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많은 분야의 전문지식과 경험, 숲 철학이 깃든 선진 여러 나라의 모범적인 도시숲 조성 사례는 귀감으로 삼을 만하다. 행간에서 국민의 기본권 향상에 적극적으로 앞장섰던 정부와 지방자체단체의 정책, 도시와 사람이 공존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솔선수범했던 시민들의 행동을 읽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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