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환경부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시행규칙을 개정해 새해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소비자가 반환하는 청량음료병과 맥주병 등 빈 병 값을 주지 않으면 300만원의 과태료까지 물릴 수 있는 강력한 제재조치를 포함한 것이었다. 빈 병을 재활용하겠다는 그런 한편에서는 하루 이틀차이를 두고 재활용이 절실한 컵라면 제품의 종이용기 사용 비율을 올부터 60%이상으로 올리기로 한 조치를 갑자기 번복해 관련업계 봐주기 아니냐는 빈축을 사기도 했다. 게다가 이렇게 슬며시 꼬리를 내린 환경부의 변명도 궁색하기 이를 데 없다.
원래 종이사용 비율을 높인 것은 자원절약 목적도 있지만 핵심은 합성수지 용기에서 환경호르몬이 녹아 나온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었는데도 환경부는 생산자 의무재활용제도에 따라 일정비율 수거해야 하는 업계의 어려움을 감안해 비율을 낮췄다는 것을 당연하다는 듯이 내세웠기 때문이다.
환경부의 환경마인드 부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북한산 관통로 부근에서 환경부 보호종인 고란초가 발견되어 시민종교단체 등이 이에 대한 보호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하자 환경부 관계자가 '옮겨 심으면 된다'는 말로 일갈한 점은 그동안 환경단체 등에서 꾸준히 환경부 무용론을 제기해 왔던 이유를 짐작케 한다.
이는 대통령 인수위 보고에서도 그 실태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환경부는 10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서울외곽 순환고속도로는 환경성을 고려해 최선의 결정이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에는 화옹호가 세인의 관심이 뜸해진 사이 환경부의 고집대로 계획을 시행하면서 예산을 집행했다가 그대로 시행해서는 안 되는 계획이었다는 점이 드러나자 슬그머니 책임회피를 하고 있다. 작년 막대한 수질개선 예산을 들이고도 수질개선은 커녕 예산만 축낸 일로 감사원의 지적을 받고도 개선이 아닌 실패로 가는 길을 또 가고 있는 것이다.
부처에서는 늘 건교부나 산자부에 밀리고 업무에서는 뭔가를 가공해야 환경을 보호한다고 생각하는 관료들 때문인가 왜 이미 나빠 질대로 나빠진 다음에, 봐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봐주고 난 다음에,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막대한 비용이 들 때 환경부가 나서는지 모르겠다. 변명이야 많겠지만 지금 한국의 환경에서 환경부는 절대로 환경파괴로부터 방패막이 역할을 못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것이 물리적인 약함 때문이 아니라 정신적이 확고함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도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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