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 종교단체가 복제아기를 탄생시켰다는 발표가 있은 후 국내에서도 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생명윤리와 줄기세포, 인간복제에 관련한 법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와 보건복지위에서 하루사이로 연이어 열렸다.
각종 근원도 모르는 피부조직이며 모발 등 내장 장기까지 서슴없이 수입해서 이식하여 사용하고 젊은 여성들을 상대로 한 난자가 음성적으로 거래되는 등 시민단체에서 생명윤리에 관한 법을 제정하자고 5년이 넘게 졸라도 부처의 이해관계를 내세워 질질 끌어오던 정부가 인간복제가 발표되자마자 연일 허둥대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제일먼저 체세포를 갖겠다고 선언한 나라이며 5번째로 소의 체세포 복제에 성공한 나라다. 그리고 관련 연구와 경험으로 볼 때 기술적으로는 이미 인간복제 단계에 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평이다.
그러나 우리는 국내에서 인간이 복사가 되든 복제가 되든 그를 규제하거나 단속하거나 혹은 보호하거나 하는 아무런 사회적 약속(법규)도 갖추고 있지 못하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나라도 어떻게든 입법화 과정을 거쳐야 하는 발등의 불을 안게 됐다.
공청회에서도 인간복제를 반대하는 종교계 등과 생명공학을 연구하는 의학계와 산업계의 갈등이 그대로 표출됐다.
연구자들과 생명공학 산업계는 생명산업의 국가 경쟁력을 들어 인간을 만드는 것에 제한을 두되 연구와 기술은 허용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종교계와 사회단체 등은 인간복제는 물론 인간이 복제되기 위한 과정에 대한 통제도 있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단지 양쪽모두 인정하는 것은 인간복제는 안 된다는 마지막 한계점뿐이었다.
무엇보다 복제인간은 난자와 정자가 만나 인간이 형성되는 원리와 상관없이 체세포와 난자만으로 생성된다는 점에서 주문형 인간 복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을 거라는 염려가 크다.
축구 선수용 아이가 필요해서 다리를 특별히 잘 쓰는 xx번 유전자를 복제해달라고 주문하고 대량생산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술의 이동은 그만큼 자유롭기 때문이다.
복제인간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체세포를 제공한 본인과 난자를 제공한 어머니가 있고, 자궁을 제공한 대리모가 있으며, 복제인간을 키울 의뢰인이 있어야 한다.
이 가운데서 과연 누구를 복제인간의 부모로 인정해야 할까. 현행 법률은 여기까지 미처 생각을 하지 못했다. 혹자는 복제인간이 세월차이가 많이 나는 쌍둥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만들어진 인간과 태어난 인간이 공존하며 살아가야 할 세상에 대해 우리는 아직‘신세계’에 걸맞은 새로운 윤리를 도입하기엔 너무 걱정이 앞서고 있다. 이를 다루는 법 제정은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최소한의 합의 의며 약속일 수 있다.
공청회를 보면서 느낀 점은 인간이 왜 스스로 인간을 만들 수밖에 없고 그것이 산업으로 이어지게 됐는지 하는 문제는 도외시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생명공학을 통해 불치병을 고치고 인간수명을 연장하기를 원하게 된 동기는 바로 인간이 자연의 순리를 지키며 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존엄성은 한 인간의 유일무이(唯一無二)성에 근거를 둔 사상이다. 인격은 조작되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런 인간의 존엄성은 지구보다 무거워 결코 침해될 수 없는 존재로 정의되어 왔다. 그러나 복제인간이 현실이 된다면 세상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로서의 인간은 산업과 기술에 의해 스스로 무너지고 있다. 복제인간은 ‘낳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순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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