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환경' 학회 회장 정정호 교수

올해는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해이다.
물은 모든 생명의 원천이며, 물의 질은 곧 삶의 질을 결정하는 요소이다.
이렇듯 그 어떤 자연재화 보다도 중요한 물의 가치에 대하여 우리 모두는 등한시 해왔다. 1994년도 국제인구행동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90년에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 30개국 물 부족 국가중에 포함된 사실이 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에야 그 심각성을 깨달았다면 그동안 우리의 물 관련대책은 건설하지도 못할 댐 추진밖엔 없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몇해전 전 국토가 메말라 논에 모를 내지도 못할 지경에 이르고, 20여만명이 마실물이 없었다는 사실이 그저 안타까웁기만 했었다. 급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간과하고 있는 더 큰 사실도 있다.
물 부족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수질오염으로 썩는 물이 늘어나고 맑은 물이 사라지고 있으며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로 지하수의 대부분이 오염되었고, 제주도의 경우 바닷물이 지하 대수층에 까지 유입되어 일부 지역에서는 마실물이 없다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다.
물이면 모두가 물이 아니다. 인간이 마음놓고 마실 수 있는 물이야 말로 진정한 물인 것이다. 기름 한 방울 생산되지 않는 나라에서 세계에서 두 번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써오던 기름이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가계에 주름살이 드리울 지경에 이르니 조금 수그러지는 듯하듯, 넘쳐난다고 생각하던 물쯤이야 절약의 범주에는 들 수도 없었음이 어쩌면 당연지사 일지도 모르겠다. 사필귀정의 옛말이 틀리지 않은 것 같다.
몇해전 정부는 물절약 종합대책을 발표했었다. 수도요금을 현실화하고, 노후된 수도관을 교체하고, 절수기기를 설치하고 등등, 분명 환영할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수년이 지난 지금의 암담한 현실은 과연 우리에게도 물과 관련된 정책이 있었었는지 반문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예전처럼 물 소비량이 생활수준의 척도가 아니며, 발전 수준은 비슷해도 물 소비량은 상당히 다를 수 있다. 전 세계는 오래 전부터 물 부족을 면하고 물 낭비를 예방하기 위하여 여러 기술을 동원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로 농업용수는 10~50%, 산업용수는 40~90%까지 줄일 수 있으며 ‘도시’유지에 드는 물 또한 30%까지 줄일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이 정도의 절수는 삶의 질이나 생산 혹은 서비스 모두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도 가능한 것이라니 귀가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물 낭비는 항상 주의 부족이나 정비불량으로 인한 누수 등 몇가지 기술적인 결함에서 기인한다. 가정용 물 소비를 줄이는 것은 근본적으로 소비자
태도에 달려 있다. 그래서 국민들에게 물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책임감을 느끼도록 하는
일은 곧 국가의 책무이다.
이스라엘은 중근동의 물 부족 국가이다. 이스라엘인의 평균 물 소비량은 인근 국가에 비해 1/3 수준이라고 한다. 이 같은 큰 차이는 이스라엘이 자국 국민들에게 어려서부터 물에 관해 실시한 교육과 훈련 덕분이며, 일찍이 사막조건에 맞는 점적관개(點滴灌漑: 작은 구멍을 많이낸 호스로 논밭에 조금씩 급수하는 방식) 기술 개발에 투자한 때문인 것이다.
우리가 지금부터 무엇을 해야할 지는 자명해졌다. 지역간에 물로 인한 반목과 이기적 작태는 물 때문에 시작된 3차 중동전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현실인 것이다.
국토의 특성, 계절적 요인, 지역간의 배분 등등을 고려한 우리만의 물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지구를 하나로 보는 우주선적 사고속에 전체와 지역을 구분하는 오류가 없는 정책과 대안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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