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지(SSAMZIE)는 한국의 대표적 브랜드 중 하나다. 이 회사의 대표이사 천호균이 한 말이 있다. ‘우리는 디자인으로 승부한다’라고. 그렇다. 디자인은 자기 상품을 가장 독창적이고 상품가치가 높게 만드는 핵심개념이자 기술이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이 한 2002년 초에 한 조사에 의하면 소비자들이 물건을 살 때 고려하는 요소로 디자인이 52%로 가장 높았다.

우리는 할인점에서 화장품을 고를 때나 문방구에서 연필이나 필통을 고를 때도 그 상품의 외관을 보고 산다. 건물을 짓거나 다리를 놓더라도 이제는 그저 튼튼하게 세운다는 개념을 넘어서서 미관을 매우 중요시한다. 자동차를 사면서도 성능이나 안전성 못지않게 모양새를 살펴본다. 비싼 자동차일수록 더 중요시한다.
바로 이러한 소비자의 욕구나 문화적인 가치를 표현하는 작업과정이 디자인이다.
애플은 한때 판매부진으로 도산 직전까지 몰렸으나 부드러운 형태와 화려한 색채에 속이 훤히 보이는 누드 컴퓨터 ‘아이맥’을 출시해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고 결국 부도위기에서 벗어났다.
디지탈웨이는 독특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무장된 휴대용 MP3플레이어 '엠피오'를 내세워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시장에서 소니를 제치고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현대자동차 싼타페는 부드러운 곡선의 디자인으로 소비자에게 강인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 결과 2000년대 초 미국시장에 출시한 이후 싼타페를 사려면 3개월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2002년 한 홈쇼핑 업체에서 앙드레 김이 디자인한 속옷이 다른 제품에 비해 5배정도 비싼데도 준비한 제품 1000여점이 2시간 만에 동이 난 일도 있었다.

이미 세계 주요시장의 소비행태가 기능성이나 가격면에서의 만족보다 디자인과 감성적 만족을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바뀐 것이다. 즉, ‘값이 비싸더라도 다홍치마’를 찾는 시대이며, 디자인이 곧 제품의 경쟁력이 된 시대인 것이다.

디자인은 이미 현대인들이 너무나 중시하는 가치이며 산업 그 자체가 되어 있는 것이다. 상품의 설계에서 완성까지 일관되게 고려되는 개념이 되어 있기도 하다.
이제 한국산 제품은 상품의 질에서 세계 일류수준에 도달해 있거나 근접하고 있다고들 한다. 그러나, 정작 브랜드가 알려져 있지 않아 애를 먹고, 가격 때문에 사더라도 디자인에서 처지다보니 구매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실 디자인은 TV의 모서리 곡선 하나도 제대로 잘 살리고 색상과 문양을 보기 좋게 새겨 넣어, 상품의 가치를 올리는 일이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그 회사나 브랜드의 고유한 이미지나 가치를 표현하는 수단이 되며, 산업사회의 문화언어로서 고차원·고급화의 수단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미 한국이 일본과 미국과 경쟁하자면 디자인이라는 절대요소를 빠뜨리지 말아야 하는 시점에 와 있기도 하다. 오히려 그들보다 더 디자인을 소중히 하고 보다 세련되고 화려한 문화가치를 담아서 팔아야 한다.
열정과 집요한 노력이 이어지면 언젠가는 따라잡고 하나둘 앞서나가게 되는 날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디자인에 노력을 기울임에 있어 잊지 말아야 할 전제와 노력이 있기 마련이다.

디·자·인·의··나·라·를··위·한··전·제

1. 한국적 가치를 담아 표현

2. 디자인을 산업의 고급가치로 여기는 사고의 전환

3. 정부의 새로운 가치와 역할은 '디자인의 한국' 건설

? 가장 중요한 국면은 바로 ‘한국적 가치’를 담아 표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처럼 미국인보다 미국적일 수가 없고 일본인보다 일본적일 수 없듯이 어느 나라나 민족보다 한국적인 것에서는 앞서 있는 만큼 이 자산을 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오랜 역사만큼이나 아름다운 문명국으로 자리잡아 온 만큼 훌륭하고 값진 문화유산이 많아 활용할 소재나 재료는 얼마든지 있는 셈이다.
다만 한국적 가치를 잘 표현하는 능력을 길러 세계수준에 맞는 옷으로 상품으로 탈바꿈시키는 과제를 풀어야 할 뿐이다.
3원 태극·가우리 무늬(고구려 문양)·신라 토우·불가사리·제주 하르방 등은 당장에라도 살릴 수 있는 소재이자 캐릭터들이며 디자인의 영원한 소재꺼리가 될 수 있지 않는가.

서양인들도 한국제품이라면 이러한 한국적 혼과 문화가 표현된 것을 선호하기 마련이며, 자기얼굴에 책임지는 한국산이라면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구매하고 소유하고 소장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하나둘 늘어날 것이다.

? 디자인을 ‘산업의 고급가치’로 여기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2001년 한국의 의장(디자인)출원은 3만8000여건에 달하여 중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했고 성공사례도 많고 늘어나고 있다.
사실 디자인에 대한 개발투자만큼 투입비용이 적게 드는 반면에 그 부가가치가 큰 분야도 없다(디자인 개발투자는 기술개발투자의 1/30에 불과한 데다 일반 투자비의 1/10만 들여도 그 부가가치가 비슷하고 회수기간도 1/3 정도 짧아 단기간에도 투자효과가 크다. 영국의 디자인연구기관인 디자인 카운슬[Design Council]에서도 디자인 개발은 첨단기술개발에 비해 투자비용은 10분의 1 수준이면서 회수기간이 3분의 1로 빠르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이미 전체 산업 중 디자인 관련 상품이 38%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정부부터 매출이 많고 수출 많이 하는 기업에 세제상·금융상의 지원을 하기보다는, 자기 브랜드와 기술로 세계 시장에 나서고 상품하나에도 자기 브랜드와 얼굴을 디자인으로 잘 표현하는 기업을 우선 도와야 한다.
나라가 어렵고 눈앞의 외화가 급하다고 싼값에 마구 밀어내는 식의 수준낮은 수출은 이제 그만두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는 오래 가지 못하며 남는 장사를 할 수 없다. 그러면 오늘보다 내일이 더 고통스럽게 되고 희망은 점점 더 멀어질 뿐이다.

기업도 디자인에서 만족할 만한 제품이 아니면 시장에 내놓지 말아야 한다. 디자인에 관련된 전문인력과 산업분야를 기업의 미래가치로 삼고 노동가치도 이들에 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있기도 하다.
기업의 상품화 및 판매전략의 선택에서도 디자이너나 이 분야 관련전문가들의 의견을 십분 반영해야 함은 물론이다.

? 정부의 또다른 미래상이자 새로운 가치와 역할은 ‘디자인의 한국’을 세우는 일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자인이 존중받고 꽃피는 나라는 정부가 나서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디자인 학교 및 교육 과정을 통해 전문 인력을 길러 내고, 디자인에 투자한 자본에는 세금을 매기지 않거나 적게 매기고, 정부 발주 건축물이나 공공 사업에는 반드시 디자인을 중요한 평가 항목으로 넣을 수 있다.
디자인의 경향 또한 이전의 제품위주의 디자인에서 앞으로는 웹, 게임, 애니매이션 등 디지털 디자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런 만큼 디지털 디자인 분야의 인력 양성을 서둘러야 하겠으며, 그에 걸맞는 교육기관과 연구시스템을 갖추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디자인 산업을 키우기 위해 정부가 할 일은 많고도 많다.

비싼 세금으로 남의 기술이나 남의 디자인을 팔아 돈이나 벌려는 기업에 쓸 이유가 없다. 정부도 새롭게 할 일이 많으며 디자인을 육성하는 일도, 지식 산업의 토대 마련·국제 금융시장의 육성 등과 더불어 정부의 새로운 목표이자 기능인 것이다.

디자인은 문화다. 그리고, 예술이다. 또한, 상품이며 고부가가치산업이다. 이렇게 중요한 디자인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일본·프랑스·미국 등 선진 강대국들일수록 디자인에 기울이는 노력이 남다르다. 영국은 지금도 ‘디자인’에 국가역량을 총결집하고 있다. 교육·산업·금융·조세·정책 등에서 항상 최우선적으로 배려하고 있다.
그 영국보다도 앞서가자. 이렇게 노력하는 과정이 ‘디자인의 나라’ 한국의 모습이며, 미래가 보이는 한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기타 자세한 내용은 필자의 개인 홈페이지 koreapower.net(도메인주소 현경병)를 보시면 됩니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