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눈이 따갑고, 숨쉬기 불편하고, 어지럽다는 호소가 늘면서 건물 내부 환경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몇 해 전 서울 모 상가에서 개점을 서둘러 휘발성 유기용제 성분이 많은 곳에서 일하던 점원 여러 명이 질식해 병원으로 옮겨진 사고도 있었다.
얼마 전에는 인천 모 초등학교에서도 일부 학생들이 건축물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로 인한 피해에 시달리고 있음이 밝혀졌다. 새로 지은 건물의 각종 도료와 접착제, 내장재 등의 화학소재로 인해 학생들이 피부발진, 두통, 호흡기 질환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일명 ‘새집증후군(Sick House Syndrome)'이라 불리는 이 증상은 새집이나 수리한 집에서 생활하다가 전에 없던 두통, 피부염, 천식 등에 걸리는 현상을 말한다. 왜 새삼스레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있겠지만, 예전에 비해 공기 등 환경오염이 심화된 것은 그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또한, 그런 환경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건강이 그만큼 약화된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새집증후군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클리닉이 국내에서 처음 설립됐다. 이 클리닉은 실내 공기의 질 관리에서 환자 치료까지 ‘원-스톱 패키지’ 형태로 운영돼 새집증후군으로 인한 질병치료뿐 아니라 환자의 집과 직장생활환경까지 진단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새집증후군에 대한 가장 근원적인 해결책은 환경오염을 줄이는 것이고, 또한 자연소재를 가까이 하는 것이라 하겠다.
미국, 핀란드 등에서는 20여년 전부터 실내 공기 질에 대한 기준을 정하고, 친환경소재를 사용해오고 있다. 일본의 경우 새집증후군 등 신축건물에서 나오는 유해물질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작년부터 포름알데히드 방출기준에 적합한 건자재 사용을 의무화했고, 판매 및 수입시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우선 새집증후군에 대한 대처 방안으로 우선 ‘친환경 건축자재 품질인증제’를 도입했다. 즉, 합판, 바닥재, 벽지, 페인트, 접착제 등 각종 건축자지에 대해 포름알데히드(HCHO)와 휘발성유기화합물(VOCs)등 오염물질의 방출정도에 따라 인증등급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실제 이런 친환경자재를 사용하는 데는 비용문제가 따른다. 정부가 한 단체를 통해 조사한 바에 의하면 벽지, 바닥재, 주방, 창호 등 집안 내부 곳곳에 친환경자재를 사용하는 경우 평당 약 5만원이 늘어나 32평형 1세대의 경우 170여만원이 추가된다고 밝혔다.
정부는 큰 부담이 아니라고 설명하지만, 이는 자칫 공사비 상승에 이어 아파트 분양가의 대폭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친환경자재의 사용이 비현실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건물, 주택을 건설하는 건설회사 측에서도 정부가 제시한 자율적 인증제를 기초로 자발적인 사회책임의식을 높이길 제안해본다. 건설업은 인간의 생활, 발전을 위해 필수적이면서도 또한, 가장 환경문제를 많이 발생시키는 분야이기도 하다.
환경과 인간에 대해 긍정적, 부정적 양면의 영향을 주는 건설회사가 이윤을 조금 양보해서 현실적으로 친환경건축자재의 사용을 활성화하고, 국민건강에도 기여할 때가 바로 지금 아닐까.

편집국장 김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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