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학자인 홀 박사는 남극에서 빙하를 탐사하던 중 곧 기상이변이 일어날 것을 감지하고, 국제회의에서 지구온난화로 인해 빙하기가 올수 있다고 주장한다.
얼마 후 끔찍한 토네이도가 LA지역을 휩쓸고, 일본은 대형 우박으로 초토화되고, 뉴욕은 엄청난 해일로 뒤 덮히고, 인도 뉴델리는 폭설로 덥혀버리는 이상기후 현상이 이어진다.
지구의 북반구가 빙하로 덮이기 시작하면서 미국 정부는 남쪽으로 이동하라는 대피령을 내리고, 뉴욕에 고립된 아들을 구하러 홀 박사는 죽음의 땅 북쪽으로 향하는데.
지금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전역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투마로우(원제 : The Day After Tomorrow)'의 줄거리다. 이 영화는 가상의 시나리오지만 화석연료의 과다한 사용 등으로 인해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이로 인한 기후변화를 경고하는, 몇 안 되는 ‘환경재난영화’중 하나다.
기후변화현상은 그동안 여러 차례 학자들이 경고해왔고, 실제로 지구 곳곳에서 예측하기 힘든 비정상적 이상기후가 계속 감지되고 있다.
그런데, 이 영화가 지금 미국 대통령 부시의 심경을 몹시 불편하게 하고 있다. 부시는 집권초기부터 미국의 기후변화협약 가입을 거부했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4, 선진국 배출량의 36% 정도를 차지하는 미국의 경우, 협약 가입은 자국의 막대한 손실로 이어 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여진다.
여하튼 이 영화에 따르면 엄청난 재앙의 시작에 부시가 큰 원인일 수 있음을 암시한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견해이며, 이는 머지않은 미국 대통령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논란의 빌미인 것이다.
다른 대상이긴 하지만, 국제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 역시 이 영화의 이미지를 활용해 미국의 다국적 석유 메이저인 ‘엑손모빌(Exxon Mobile)'을 공격한다는 계획이다. 그린피스 측은 지구온난화가 가져올 인류재앙을 실감나게 경고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한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인 지구온난화로 북극의 빙하가 녹아 지구전체 해류체계가 차단되며, 멕시코만류가 움직이지 않아 새 빙하기가 도래한다는 내용에 대해 과학계 일각에서는 극단적 가설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기상이변현상은 분명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고, 인간의 자연에 대한 겸허함을 강조하기에 이 영화는 결코 지나침이 없다고 판단된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은 계속되는 이라크내 사태수습, 본토 대테러전 등에 천문학적 예산을 퍼붓다 보니 이제는 환경예산까지 삭감하고 있는 지경이다.
최근 세계 각지의 미군 지휘관들은 대테러전이 지속되면서 환경보호 관련예산을 줄여 다른 용도로 사용하라고 지시받았는데, 예산삭감내용에는 위험폐기물처리사업도 포함돼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전쟁과 테러 앞에 환경은 뒷전으로 밀려있다. 산업혁명을 앞세워 개발에 박차를 가할 때도 환경은 뒤에 있었고, 그 결과는 고스란히 재앙으로 돌아왔다.
환경은 결코 후순위로 내몰려선 안된다. 그때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제121호 2004년 6월 2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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