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발표된 최신 논문은 중국 남부에서 사육되는 오리들의 체내에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상시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고해 지금까지 철새들의 이동에 의해 조류독감이 계절적으로 발생한다는 가설을 뒤엎었다.
이를 근거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중국과 베트남, 태국 등에서 발생한 조류독감이 일시적 재발의 성격이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WHO는 이번 조류독감이 사라졌다가 재발한 것이 아니며, 야생동물의 체내에 잠복해 있다가 가금류에 다시 전파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도 바이러스는 아시아 지역의 따뜻한 토양에 잠복할 수 있기 때문에 조류독감이 언제라도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외국의 전문가들은 변종 여부에 관계없이 조류독감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의 여러 언론들도 조류독감이 무기한 일정기간내 발발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장기적으로 강도 높은 조류독감 감시체제가 필요한 것으로 보도했다.
이런 발표와는 별개로 각 국가들은 이미 발 빠른 자구노력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재발한 조류독감의 확산을 막기 위해 2만 수 이상의 닭을 이미 살처분하고 방역 작업을 강화하는 등 비상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감염지 및 주변지역을 출입하는 사람과 차량에 대해 방역작업을 벌이고, 농장 청소 및 방제 작업도 시행하고 있다.
태국과 베트남도 년초 동남아에서 약 1억마리의 닭을 도살케 한 조류독감의 변종이 재발했다고 발표했다. 베트남은 지난 3개월간 6개 도에서 소규모의 산발적인 조류독감 발생이 보고돼 가금류 1만마리가 살처분됐으며, 변종 바이러스를 확인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최근 조류독감이 재발한 중국과 태국, 베트남 산 가금류의 수입 금지조치를 계속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작년말과 올초 이들 3개 나라에서 조류독감이 발생하자 이들 국가로 부터의 가금류 수입 금지조치를 취했다가 추후 태국 및 중국산 가공 닭고기제품에 한 해 금지를 해제했다. 일본은 이들 국가에서 최근 조류독감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되자 공항과 항만 검역을 강화하고 있다.
조류독감은 100년 전 처음 발견됐다. 인간에게는 지난 97년 처음 전염돼 당시 홍콩에서 `H5N1' 바이러스로 6명이 숨졌다. 우리나라에서도 조류독감으로 인해 최근 몇 년간 엄청난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다행히 아직까지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이 역시 안심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제 조류독감은 일정조건만 갖춰지면 언제든 발병할 수 있는 질병으로 전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에 대해 어떤 상시대책, 비상대책을 갖고 있는가. 물론 중국과 태국, 베트남과 같은 경우는 아니지만, 백신주사나 보안강화 등 조류독감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들은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조류독감사태로 인해 애써 키우던 닭과 오리를 강제 처분해야 했던 우리 농가들이 큰 피해를 입었고, 국민들의 관련 식품에 대한 외면으로 업계 전체가 휘청거렸던 ‘비상사태’는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었다.
감염이 추정된 닭과 오리에 대한 살처분 후 농가에 땅을 파고 파묻고는 그저 ‘통제’ 안내문을 붙이던 그런 방식을 이젠 벗어나야 한다. 사전에 발생 가능한 경제, 건강, 환경분야에 대한 피해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준비해야 한다. 중국 등에서 최근 발생한 조류독감의 피해가 그 이전 경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낮았던 것은 각 국가들이 ‘미리’ 준비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서둘러야 한다. ‘사후’가 아닌 ‘사전’으로 가자.

[제127호 2004년 7월 14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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