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사랑주고 인간은 산불내고






산불은 인간의 이기심을 그대로 표현한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작은 불씨가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앗아 간다’는 작은 다짐을 끝내 지키지 못하고 재앙을 일으켰으니 말이다.


수년전 백두대간을 황폐하게 만든 고성 산불에 이어 양양에서 발생한 산불을 지켜보면서 자연의 경이로움에 우리 인간은 무엇을 되돌려 주고 있는지를 새삼 깨닫게 한다.


법 없이도 살아가는 순박한 산촌 마을 사람들의 인심을 송두리째 앗아간 화마는 고질적인 인간의 병폐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부주의로 인한 단순 사고로 사건을 마무리해서는 안 된다.


화재의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화재가 발생한 지역에 화재의 목격자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한다. 실화이든 방화이든 간에 범죄자를 색출하는 전단지나 플랜카드도 내 걸어야 한다. 최소한 불을 낸 사람이 발화지점을 지나면서 일말의 양심의 가책이라도 느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산불이 발생하고 난 뒤의 산림은 그야말로 폐허 그 자체다. 푸른 숲은 고사하고 그 숲에 기대어 살아가던 동물들도 자취를 감춘다. 붉은 불기둥이 남기고 간 그 자리는 숯덩이로 변해나무들이 미처 새싹을 피워보기도 전에 말라 죽어 있다.


진달래가 지천에 피어나고 노루귀가 낙엽사이에서 환한 꽃을 피워야 할 시기에 산천은 폐허가 된 채 신음하고 있다. 그래도 자연의 마음이란 백합과도 같다. 그런 자연에 비해 인간의 마음은 검은 숯덩이가 아닐성싶다.


산을 출입할 때는 인화물질을 지니지 않고 자동차를 몰다가 담배를 피웠어도 그냥 차창 밖에다 버리지 않고 재떨이에 꼭꼭 눌러 껐다면 이번 산불은 아예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일말의 양심을 지키고자 노력했다면 자연은 푸른빛으로 생기를 찾고 있었을 것이며 산촌 사람들은 산나물을 캐며 그 산에 파묻혀 살았을 것이고 소중한 문화유산이 사라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대형 재난이 발생하면 으레 뒤따르는 것이 책임추궁이다. 양양지역 산불도 잔불정리를 완벽히 했더라면 낙산사를 태우는 참상은 빚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엔 책임추궁이 따라야 한다. 하지만 매년 발생하는 산불을 놓고 공무원 몇몇을 징계한다고 해서 산불의 원인을 제거할 수 없는 일이다.


매년 되풀이 되는 산불 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일대 정신 개혁이 필요하다. 사소한 부주의 그 자체가 큰 범죄행위라는 사실이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도록 안전사고에 대한 실질적인 홍보가 지속돼야 한다.


아울러 산불발생시기인 봄철에 인화물질의 산림 내 반출을 사전에 차단하도록 하는 산림과 직원들의 사법권 부여 등 강경조치도 산불사고의 경각심을 높이는데 일조할 것이다.


특히 지자체의 산불진압장비 구입 예산도 늘려야 한다. 구미시는 산불진화 헬기를 임차해 각종 산불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올 들어 수십 건의 산불이 발생했으나 지상 진화대의 신속한 이동과 진화헬기 덕분에 큰 불길을 모두 막았다.


정부는 이러한 조치를 착실히 수행해 ‘소 잃고도 외양간 못 고치는 우매함’을 되풀이 하지 않았으면 한다.<구미=김기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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