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발이 있는 물고기 ‘틱타알릭’의 발견으로 학계를 놀라게 한 고생물학의 세계적 권위자 닐 슈빈이 인간 몸의 역사를 추적한다!

인간의 몸은 왜 이렇게 생겼을까? ‘내 안의 물고기’는 물고기에서 인간 신체의 기원을 찾는다. 물고기 지느러미와 동일한 구조의 손, 무악어류와 똑같이 조직된 머리까지, 인간의 몸속에 물고기의 일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저자 닐 슈빈은 심지어 “인간은 업그레이드된 물고기”라고 표현할 정도다. 물고기에는 없고 인간에게는 있는 딸꾹질과 탈장은 인간이 물고기에서 ‘업그레이드’된 진화의 흔적이다. 그는 어류에서 양서류로 진화되는 중간 단계의 생물인 틱타알릭 화석을 발견해 고생물학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틱타알릭은 지느러미와 비늘을 가진 엄연한 물고기지만 지느러미는 발처럼 생겨 몸을 지탱할 수 있었고 머리도 납작해서 거의 악어처럼 보인다.

 

‘내 안의 물고기’는 고생물학뿐 아니라 DNA와 배아 실험 등 발생유전학을 통해 인체의 해부구조가 물고기와 놀랍도록 유사하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그리고 그를 통해 인간의 몸이 왜 특정한 방식으로 고장이 나는지도 규명하고 있다.

 

인간의 몸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어떤 과정을 통해, 왜 이렇게 빚어졌을까? 생물학과 진화론이 추구하는 궁극의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우리 자신의 정체를 규명하고픈 순수한 욕구와 더불어, 그 답을 통해 우리 몸이 왜 특정한 방식으로 고장이 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안의 물고기》에 따르면 해답은 다른 동물의 몸속에 있다. 그것도 인간과 유전자가 99.7퍼센트 일치하는 침팬지가 아니라, 물고기·파리·박테리아 등 우리와 관계없어 보이는 생명체의 몸속에 있다!

 

내 안의 물고기, 물고기 안의 나

2004년 북극 엘스미어 섬에서 발이 있는 물고기의 화석이 발견됐다. 바로 3억7500만년 전 지구에 살았던 ‘틱타알릭’이다. 틱타알릭은 어류에서 양서류로, 물에서 뭍으로 생명이 진화했다는 증거였다. 발견된 지 2년만인 2006년, 틱타알릭이 세상에 발표되자 고생물학계는 발칵 뒤집혔다. ‘진화의 잃어버린 고리’가 나타났다는 기사가 전 세계 신문의 1면을 장식했고 여러 과학 전문 블로그에서는 뜨거운 토론이 연일 이어졌다.

 

틱타알릭의 발견자인 시카고 대학의 닐 슈빈 교수는 자신이 쓴 책 ‘내 안의 물고기’에서 틱타알릭의 존재가 가지는 의미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찾아낸 것은 어류와 육상동물의 중간 단계에 해당하는 아름다운 화석이었다. 이 녀석은 물고기처럼 등에 비늘이 있고 물갈퀴가 달린 지느러미가 있다. 하지만 초기 육상동물처럼 머리가 납작하고 목을 지녔다. 또한 갈퀴막이 달린 지느러미 안을 들여다보면 위팔과 아래팔이 있고, 심지어 손목에 해당하는 뼈와 관절도 가지고 있다. 사람의 팔다리 구조의 기원은 대체로 이런 ‘발을 가진 물고기’의 지느러미로 거슬러 올라간다. 손목을 안팎으로 구부리거나 주먹을 쥐어보자. 이런 동작을 할 때 사용되는 관절은 틱타알릭이 나타나기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틱타알릭 이후에는 동물의 팔다리에 항상 이런 관절들이 존재한다. 자, 이제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또렷이 깨닫게 된다. 사람의 위팔뼈와 팔뚝뼈, 손목과 손바닥을 처음으로 지녔던 생명체는 비늘과 물갈퀴도 함께 지니고 있었다. 그 생명체는 엄연한 물고기였던 것이다!”

 

인간의 몸에 이르기까지, 진화의 여정을 따라서

다른 동물의 몸에서 인체의 진화의 실마리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닐 슈빈은 두 갈래 길로 우리를 안내한다. 한쪽 길은 화석과 고생물학의 길이다. 화석은 인간의 먼 선조가 물에서 뭍으로 올라와 사지동물이 되고, 더욱 진화하여 특수한 몸 구조와 감각기관들을 갖게 되었다는 가설을 증명하는 눈에 보이는 증거다.

 

다른 쪽 길은 DNA와 진화발생생물학의 길이다. 현생 생물의 몸을 형성하는 유전자는 엄청나게 오래 전부터 존재했고, 다른 생물종일지라도 서로 공통된 부분이 많다. 즉, 생명은 오래된 도구(유전자)를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해 이토록 다양한 몸들을 만들어낸 것이다.

 

‘내 안의 물고기’는 고생물학과 발생유전학을 사용해서 우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해하는 방법을 매혹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인간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다른 생물들과 가깝다. 이 책은 고생물학과 유전학 등 여러 증거를 들어 우리 몸과 어류, 파충류, 기타 생물들의 해부 구조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지구에 생명체가 등장한 지 35억 년, 그 길고 매혹적인 역사가 우리 몸 구조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인간의 기원을 살펴보려면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

 

저자소개 

지은이 닐 슈빈 Neil Shubin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고생물학자로, 콜롬비아 대학, 하버드 대학, 버클리의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공부했고, 현재 시카고 대학의 해부학 교수이자 부학장을 맡고 있으며 필드 박물관의 감독관이다. 북극 엘스미어 섬에서 발이 있는 물고기 화석 ‘틱타알릭Tiktaalik’을 발굴해 전 세계의 찬사와 주목을 받았다. 틱타알릭은 전 세계 신문의 1면을 장식하며 ‘진화의 잃어버린 고리’라고 불렸고, ‘가디언’지의 ‘올해의 10대 과학뉴스’에 선정됐다.


닐 슈빈은 화석과 DNA를 조사하면서 인간의 손이 물고기의 지느러미와 닮았고, 인간의 머리가 오래전에 멸종한 무악어류의 머리처럼 조직되며, 인간 게놈은 벌레나 박테리아의 게놈과 비슷하게 작동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는 35억 년에 걸친 진화의 역사를 추적해 지금 우리 인간의 신체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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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 김명남
KAIST 화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환경 정책을 공부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의 편집팀장을 지냈으며,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시크릿 하우스’, ‘이보디보 : 생명의 블랙박스를 열다’, ‘특이점이 온다’, ‘감염지도’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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