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환경일보】지난 4일부터 대구 음식물 쓰레기 관련업체(해양배출업협회, 한국음식물자원화협의회)가 해양경찰청의 함수율 단속과 해양배출금지(런던협약에 따라 2013년부터 발효) 등 정부의 정책에 반발, 합리적인 대안을 정부에 요구하며 파업에 나선지 13일째를 맞자, 대구시는 파업 장기화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대구시 음식물쓰레기는 하수병합처리장 1개소와 12개소의 민간처리업체가 하루 560톤을 처리하고 있다. 17일 현재 12개 업체 중 6개 업체(210톤)가 처리중단된 상태이며, 18일에는 1개 업체(50톤)가, 19일에는 11개 업체의 음폐수 보관이 한계에 다다르고, 해경으로부터 배출증마저 취소된 상태여서 더 이상 가동은 어렵다고 판단, 이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환경녹지국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비상대책반(4개반 22명)을 가동하고 신천하수병합처리장에 이어 성서소각장도 비상근무체제로 전환하는 등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통해 위기를 타계해 나가기로 했다. 관계공무원을 현장에 파견, 시설을 사전 점검하는 등 사전 대비태세를 갖췄으며, 처리하지 못한 음식물쓰레기를 북부하수처리장과 달서천 하수처리장내 미사용 소화조 등에 보관할 수 있는지 상태를 미리 점검하기로 했다.
 
대구시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음식쓰레기 처리중단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현재 공공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1일 300톤 규모의 대구시 음식물 처리시설 확충사업도 조속히 추진하기로 했다.

 

김부섭 대구시 환경녹지국장은 “수도권이나 부산처럼 음식물쓰레기 미처리로 인한 사태는 없지만, 지난해 11일간의 파업도 원만하게 수습한 전례가 있는 만큼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시민 한사람이 음식쓰레기를 하루에 50g만 줄여도 125톤을 감량할 수 있다”고 밝히고 “시민 모두가 식단을 간소화해 음식쓰레기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과일껍질은 말려서 물기를 제거한 후 배출하는 지혜를 발휘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인천시 관계자는 “음식물쓰레기 수거작업이 중단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며 “근본적으로 ‘육지에서 발생한 폐기물은 발생지에서 처리한다’는 원칙에 따라 육상 처리시설을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지난 2007년 해양배출업체들과 처리업체들이 함수율 기준이 높다며, 음식물쓰레기 수거·처리를 거부하자 당시 해양수산부(현 국토해양부)가 수분함수율 기준을 92%로 낮췄다가 올해부터 다시 수분함수율 기준을 93% 이상으로 상향조정하며 업체들과 갈등을 빚은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사)한국음식물자원화협의회(이하 음자협)와 (사)해양배출협회는 올해 국토부가 규정한 함수율 93%는 업체들이 실행하기에는 도저히 불가능한 법규정이라며 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음자협에 따르면 그동안 해경 단속시 편법으로 물을 섞거나, 함수율을 맞추기 위해 일부 상태를 양호하게 만들어 기준을 통과하고 있으며, 단속이 끝나면 다시 함수율 기준 미만으로 해양배출업체에 위탁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음자협은 국토부의 함수율 기준에 충족하려면 업체별로 약 10억원 정도의 설비비를 투자해야 하는데, 업체간 과당경쟁으로 가동율이 50%도 채 안되는 상황에서 신규투자는 어려우며, 아울러 2013년 부터는 음폐수의 해양 배출이 전면 금지되기 때문에 3년 기간을 위해 수십억 원의 시설투자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 처리업체들은 “93%의 함수율을 맞추려면 수억원의 추가 시설투자를 해야하는 데다 가수(물을 넣어 희석시키는 것)나 약품처리도 하지 못해 정부가 정한 함수율을 맞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음폐수 함수율 기준 자체를 삭제해 달라’는 의견서를 관계기관에 제출한 것과 관련 “솔직히 85% 수준으로 맞추는 것도 쉽지는 않다. 그러나 적어도 이 정도는 돼야 처리가 가능하다. 정부 당국자들이 현실을 무시한 정책결정으로 혼선을 빚고 있는 것”이라며 책임을 정부에 미뤘다.

 

하지만 해경은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미 2004년 해양환경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라 함수율을 95% 이상으로 규정했으나 관련업체들의 반발로 2007년 함수율을 92% 이상으로 내리고, 유예기간을 준 뒤 올해부터 93%를 적용했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가 지난해 10월 100개 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을 통한 실태조사 결과 과반수(56개 업체)가 가능하다고 답변했기 때문에 이 규정을 시행하는 데 큰 무리가 없다고 보고 있다.

 

환경부 또한 2013년 이후 해양투기가 금지될 것에 대비해 2007년에 ‘음폐수 종합처리 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맞춰 준비를 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2012년까지 음식물쓰레기에서 발생하는 음폐수에 대해 전량 육상처리가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인 바이오매스 사업을 통해 에너지를 창출하고 CO₂를 저감하는 녹색성장 정책에 맞춰 나가도록 추진하고 있다. 수도권 매립지에 500톤 규모의 시설을 마련해 자동차 연료와 산업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해관계 업체들의 주장에 대해 “2012년 이후에 업체의 일감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반발감도 일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업체들은 2013년 이후에도 계속해서 해양투기가 허용되도록 바라는 곳도 있다. 업체들의 어려움도 있겠지만,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 기조에 대해 이해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의 방침에 흔들림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향후 음폐수 처리업체들의 반발이 전국화 될 조짐이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김경태 기자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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