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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업디자이너협회(KAID) 이승훈 이사
환경친화적 디자인, 사용자를 위한 것

제품의 사용시점, 연속적 미래를 포함

 

요즘 제품 디자인의 화두는 UCD(사용자 중심 디자인)에서 UD(유니버설 디자인)로 넓혀져 가고 있다. UCD는 말 그대로 타깃으로 하는 사용자의 편의성에 중점을 두는 디자인을 말하는 것이며, UD란 ‘Design for ALL’ 즉, 모두를 위한 디자인으로 정의된다. 이는 사용자의 범위를 얼마나 넓히느냐,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적용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휴대폰 사용자의 경우, 주 사용자층만이 아닌 고령자, 장애인, 외국인들까지도 범주에 넣어 사용의 편의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면 이를 UD라 말할 수 있다. 주 사용자층 외의 소외된 소수를 위해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 또한 유니버설 디자인이다.

 

UD에 대한 명칭과 기준은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의 로널드 메이스가 사용했다. 그가 강조하는 UD의 원칙은 △공평한 사용 △사용에 있어서의 유연성 확보 △간단하고 직관적인 사용법 추구 △정보전달에 있어서의 모든 감각에 대한 배려 △사고방지와 오작동에 대한 수용 △신체적 부담의 경감 △사용에 용이한 사용공간(크기, 넓이)과 조건 확보 등 7가지 원칙을 1995년에 처음 내세웠다.

 

일본의 환경디자이너인 나카가와 사토시는 여기에 3가지의 부칙을 더해 기준을 정했는데 첫째는 내구성과 경제성에 대한 배려, 둘째는 품질과 심미성에 대한 배려, 셋째는 보건과 환경에 대한 배려로 이 세 가지는 바로 환경친화적 디자인과 제 3세계를 위한 디자인을 주창한 고 빅터 파파넥 교수의 ‘제품수명주기 평가를 위한 기능 매트릭스’의 내용과도 중복된다. 즉, UD의 부칙으로 만들어진 항목이 환경친화적 디자인을 향한 연결 구조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다.

 

이는 다시 말해서, Design for ALL에서의 'ALL'의 범주를 어디에 두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UCD는 ALL의 개념을 제품을 사용하고자 하는 현재의 주 사용자층으로 보는 것이고, UD는 ALL의 개념과 범주를 인간이라는 테두리 안에서만 확장하고자 한 것이다. 환경친화적 디자인은 ALL의 범주를 동물·자연, 심지어 무생물까지 확장하며 사용시점을 현재뿐만이 아니라 연속적인 미래까지도 포괄하는 개념이다. 즉, 환경친화적 디자인(Eco-friendly Design)은 포괄적 고객(Clients)을 위한 디자인이라 말하고 싶다.

 

사람은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 말 그대로 환경이란, 사람의 존재 공간이며 제품의 사용 공간인 동시에 사람은 그 환경의 일부가 된다. 그리고 제품을 사용하는 시점은 현재이며 과거의 사용으로부터 연결돼 온 것이다. 그리고 미래에도 사용할 것이다. 그러므로 제품 사용의 직접적인 공간인 실의 공간(허의 공간과 대칭)과 현재만을 보지 말고 더 넓고 깊게 인식하자는 것이 환경친화적 디자인이다. 제품을 사용함에 따라 사용자의 편리함에 반해 역으로 타인과 환경에 피해가 가지는 않는지, 현재의 사용성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는지를 고려한다면 디자인의 올바른 방향이 잡힐 것이다.

 

환경친화적 디자인(Eco-friendly Design)을 의미하는 개념과 용어들은 무수히 많지만 그 중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용어는 에코디자인(Eco Design)과 그린디자인(Green Design)이다. 에코디자인은 비교적 정량적 데이터에 의존하는 ‘효율성’ 중심의 환경친화적 디자인 실행 방법으로 디자이너가 주관적으로 실행하기에는 외적인 요소, 정량적인 요소에 많이 의존해야 한다.

 

디자인과 마케팅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인 그린디자인(Green Design)은 흔히 말하는 3R 또는 5R의 실천에 중점을 두는, 마케팅 전략과 디자인 활동이 접목된 것이다. 여기서 3R이란 재활용(Recyclable), 재사용(Reusable), 절약(Reducible)을 말하며, 5R이란 3R에 재충전(Refill), 재생(Regeneration)을 더한 것으로, 사용성을 중심으로 환경친화적 디자인을 실행 하고자 하는 방법이다.

 

이 그린디자인 내에는 저소음↔중량, 저중량↔재활용의 어려움 등 서로 대립되는 요소가 내재되어 있으며, 상업적인 성격이 강해서 일시적인 플라세보 효과(placebo effect)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이로 인한 소비자의 불신감은 말할 것도 없다. 이에 서로 중립되는 요소는 해결 효과의 강약 예측에 따라서 차등적으로 요소를 적용하면 중화가 되나, 상업적 목적 지향에 따른 플라세보 효과와 소비자에 불신감 증대에 대해서는 본인도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가 없다. 다만 디자이너와 담당자의 윤리의식에 기대는 수밖에는….

 

위와 같이 UCD와 UD, 그리고 환경친화적 디자인과의 연관성 및 주요 요소에 대해 살펴봤다. 각각의 명제들 모두 전반적으로 정량적인 부분과 정성적인 부분, 그리고 창의성과 전략이 적절히 배합이 돼 설계되고 실행돼야지 그 효과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물론 그 기저에는 윤리와 도덕, 그리고 책임감이라는 의식이 있어야 할 것이다.

 

환경친화적 디자인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알아야 할 개념들이기에 전반적으로 건조하고 짧지만 명료하게 설명하고자 했으며, 빅터파파넥 저서의 한 구절로 끝맺고자 한다. “모든 일을 계획하며 디자인해야 하는 대량생산 시대에서, 디자인은 가장 강력한 도구이며 그것을 통하여 인간은 다른 도구와 환경을 구체화한다(확장된 범위로는 사회와 자신도 구체화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디자이너는 사회적으로도 또 도덕적으로도 책임감이 크다.”(Victor Papanek, Design for the Real World.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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