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환경일보】지난해 연말 방영된 MBC의 ‘북극의 눈물’은 기후변화로 인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는 북극의 현실을 다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해 미국 콜로라도주 보울더에 위치한 미국국립빙설자료센터의 과학자 왈트 메이어는 2008년도 여름 북극의 빙하가 사상 두 번째로 가장 낮은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인해 북극이 겪는 변화는 상당하다. 지난 23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북극해 변화에 따른 대응방안’ 세미나에 참석한 국내외 전문가 역시 한목소리로 북극해의 변화를 염려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황진회 팀장은 “북극해는 다른 지역에 비해 온난화에 취약하다. 북극의 기온은 매년 상승하고 있으며 특히, 급격한 산업화가 이뤄진 1980년대 이후부터 상승세가 빨라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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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연구소 강성호 박사는 23일 삼

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북극해 변화

에 따른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북

극해 환경변화와 전망'이라는 주제

로 발표를 진행했다.


극지연구소의 강성호 박사도 “북극의 다년생 얼음까지 급격하게 녹고 있어 큰일”이라며 “냉장고 속에 오래 얼려 두었던 큰 얼음이 처음에는 잘 안 녹아도, 한번 녹기 시작하면 금방 녹는 것처럼 다년생 얼음의 해빙은 가속화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닷물은 대륙이나 얼음에 비해 태양열을 잘 흡수한다. 따라서 얼음으로 뒤덮인 북극은 대륙으로 이루어진 남극보다 기후변화에 민감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얼음의 면적이 줄어들면서 북극해는 더 많은 태양열을 흡수하게 되고, 이는 해빙작용에 촉매제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관측결과 IPCC가 내놓은 최악의 시나리오(지구온도가 4℃ 상승하면서 100년 후 북극의 모든 얼음이 다 녹을 것)보다 더 빠르게 북극의 얼음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기후변화가 북극에 미치는 영향은 이뿐이 아니다. 북극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북극해 아래 갇혀 있던 메탄가스가 대기 중으로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대해 강 박사는 “해수온도가 높아지면서 하이드레이트 형태로 존재하던 메탄이 방출돼 지구온난화를 가속화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메탄은 대기 중에서 열을 포획하는 능력이 이산화탄소보다 20배나 뛰어난 가스로 대기에 머무르는 기간 역시 다른 온실가스에 비해 길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북극해의 융빙(融氷)은 또한 연안침식을 증가시키고 담수 유입을 증가시켜 해양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강 박사는 “얼음의 두께에 따라 햇빛 투과량이 달라 이전에 살던 식물성 플랑크톤이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동물성 플라크톤이 늘어나면서 어류가 증가해 수산 자원이 늘어났다. 이런 이유로 일부에서는 이런 변화를 반기기도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메탄가스 발생이나 연안침식으로 인한 오염물질 유입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 또한 전지구적 생물다양성의 측면에서는 북극 생물의 멸종위험도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이 부분에 대해 강 박사는 “북극 생물들은 생존을 위해 지금도 처절하게 몸부림치고 있다”며 간도 지구온난화 저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종현 기자 miss0407@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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