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종이 생산은 물론 부산물로 에탄올까지

 

펄프목재 대체 CDM 인증으로 탄소배출권 확보


유학철 대표.
▲페가서스인터내셔널의 유학철 대표
【서울=환경일보】영국왕립학회는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바이오연료를 만드는 것은 환경과 사회에 오히려 해롭다’고 경고하고 있다. 바이오연료를 만들 곡물 재배를 위해 산림이 파괴되고, 식량으로 사용될 곡물이 연료로 쓰이는 바람에 식품가격이 올라 ‘선진국의 자동차 연료를 생산하기 위해 개도국의 무분별한 환경파괴와 함께 식량위기를 부채질 하고 있다’고 비판 받고 있다. <편집자 주>

 

곡물을 재배하기 위해 농기계가 사용하는 화석연료와 바이오연료를 생산하기 위한 공정에서 들어가는 화석연료, 곡물 재배를 위해 파괴되는 숲이 흡수하는 CO₂를 감안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결과가 도출될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육지식물보다 CO₂를 더 많이 흡수하고 땅과 물 문제가 적은 해초를 이용하는 것에 대해 세계적인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땅이 좁고 3면이 바다를 접하고 있는 환경에서는 해조류를 이용하는 것이 경제성과 환경파괴 등의 문제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는 것이다.

 

 

Q. 종이라고 하면 목재펄프를 생각하는데?

 

A. 사람들이 눈을 돌리지 않아서 그렇지, 바다식물 역시 CO₂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뱉는 광합성을 하고 있다. 육상생물보다 CO₂ 흡수 효과가 더 크다. 목재펄프도 천연섬유질, 셀룰로스를 뽑아서 종이를 만드는 것이고, 수중식물 역시 셀룰로스와 갈락토스가 섞여 있는 형태라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섬유를 뽑아서 종이를 만드는 것이다.

 

Q. 환경문제와 관련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A. 바다식물을 사용하면 육상면적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숲을 파괴하거나, 식량재배 공간이 따로 필요 없다.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림을 유지해야 할 상황이기 때문에 바다식물 사용은 인류전체적인 환경문제에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Q. 목재펄프에 비해 질이 떨어지거나 하지 않는가?

 

목재펄프.
▲목재펄프(자료:페가서스인터내셔널)

홍조류펄프.
▲홍조류펄프  (자료:페가서스인터내셔널)
A. 그렇지 않다. 오히려 바다식물 중 홍조류를 이용해 종이를 만들면 아주 고급의 펄프가 생산된다. 공정과정도 목재펄프보다 간단하기 때문에 생산과정에서의 CO₂ 배출 역시 적다. 그래서 사전이나 성경책에 사용할 수 있는 얇으면서도 질긴 고밀도지가 생산된다. 목재펄프로 고밀도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원료를 갈아서 일정한 간격으로 재배열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원료손실이 심해서 일반종이에 비해 원료값이 4배가 들어간다. 그러나 홍조류를 이용하면 펄프 자체가 균일하고 불투명하기 때문에 따로 공정을 거칠 필요가 없는 고급종이가 생산되는 것이다. 목재펄프가 톤당 500~600달러 정도인데 반해, 홍조류 펄프는 1000달러가 넘고, 특히 먹어도 해가 없는 종이라서 마스크팩이나 위생용지, 위생용품, 식료품, 의약품 포장재 등으로 사용되면 가격이 더욱 높아진다.

 

Q. 원재료 공급에는 문제가 없는가?

 

A. 파래 같은 경우 포자로 번식하기 때문에 1년에 한번 밖에 수확하지 못한다. 일본의 포세이든 계획을 봐도 갈조류를 통해 에너지 수급체계를 바꾸겠다고 하는데, 힘들거라고 본다. 해양식물이 녹조류, 갈조류, 홍조류 순으로 진화해왔는데, 대표적인 홍조류인 우뭇가사리의 경우 포자로 생식할 필요 없이 무성색을 하기 때문에 인공적인 대량양식이 가능하다.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대량양식이 이뤄지고 있는데, 성장속도가 매우 빠르다. 나무 한그루를 심으면 수십년이 걸리지만, 홍조류는 3~4개월이면 성장이 끝나기 때문에 1년에 수차례 수확이 가능하다.

 

인도네시아 홍조류.
▲인도네시아 홍조류(자료:페가서스인터내셔널)

Q. 홍조류의 대량양식이 환경이나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없는가?

 

A. 한 지역에서 단일품종의 식물을 대량 재배하는 것에 대한 문제라면 필리핀, 인도네시아에서 코토니의 대규모양식 사례를 들면 될 것이다. 유엔의 FAO(세계식량기구)에서 역학조사를 했는데, 식물이기 때문에 유기물질을 빨아들이고, 질소, 인 등을 흡수하기 때문에 바닷물을 정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또한 광합성을 통해 CO₂ 흡수와 산소생성의 효과까지 있어 기후변화문제에 큰 도움이 된다. 펄프목재 대체에 대해 CDM(청정개발사업) 인증을 받을 수 있어 탄소배출권 확보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더 낮은 수온에서도 빨리 자라는 신품종 종묘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co2흡수 그래프(ton,ha,yr).
▲CO₂흡수량(ton/ha/yr)자료:페가서스인터내셔널

Q. 에탄올 생산도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A. 가능하다. 해조류를 이용해 에탄올을 만드는 것은 미국 등지에서 70년대 오일쇼크때부터 연구한 것이라서 선행특허가 있다. 바이오에탄올을 몽땅 에탄올 원료로만 만들어서 팔면 미국의 옥수수 가격과 비슷해지겠지만, 그것은 정부 보조금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반면에 우리는 홍조류를 이용해서 펄프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우무를 추출해서 일정한 공정을 거치쳐 에탄올을 만들수 있다. 이미 펄프 생산만으로 충분한 경제성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에탄올 생산을 위해 따로 정부보조금이나 지원이 필요하지 않다. 게다가 옥수수 등을 이용한 에탄올 생산은 도덕적인 문제와 곡물가격의 폭등, 산림 파괴로 인한 환경파괴 등의 문제가 심각한데 반해, 해조류는 그런 문제에서 자유롭다.

 

Q. 그렇다면 에탄올을 이용한 사업이 있는가?

 

A. 에탄올은 침수성이 강해서 99.9%를 만들어도 공기중의 수분을 흡수해서 95% 이하로 떨어져버리기 때문에 엔진을 부식시킬 위험이 있다. 브라질의 경우 23%의 에탄올 강제의무조항을 가지고 있는 것은 시스템적으로 운반, 저장, 사용 등에 대해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나오는 SK에너지의 광고카피를 유심히 살펴보면 ‘바이오에탄올’이 아니라 ‘바이오부탄올’이다. 바이오부탄올은 침수성이 없어서 100% 휘발유를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탄올의 이용문제는 앞으로도 연구해야 할 사항이고, 시스템 전체를 바꿔야 하는 문제라서 일개 중소기업에서 감당하기에는 벅차다.

 

인도네시아 시험양식장.
▲인도네시아 시험양식장 (Manado 소재)자료:페가서스인터내셔널

Q. 앞으로 계획은?

 

A. 2007년부터 삼성물산과, SK에너지에서 투자를 받아 경남 진해시에 시유지를 제공받아 공장을 짓고 있다. 현재 생산되고 있는 홍조류 펄프는 수공업 형태였지만 올해 안으로 공장과 생산설비가 완성되면 대량생산이 가능해 질 것이다. 전세계 매년 1억톤 이상의 새로운 펄프가 생산되고 펄프와 제지를 합하면 270조원의 거대시장이다. 앞으로 파일럿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인도네시아 양식장 옆에 10만통 이상의 대규모 공장을 지어서 2015년에는 100만톤 규모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Q. 끝으로 한마디 하자면?

 

A. 처음 비전문가가 홍조류로 펄프를 만든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 다들 비웃었다. 하지만 결국 실제로 생산했다. 앞으로 홍조류를 이용한 펄프생산 대중화를 통해 수천년전에 중국에서 최초로 종이를 발명한 것에 이은 ‘제2의 종이발명’을 만들고 싶다.

 

김경태 기자 mindaddy@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