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가전제품부터 로켓까지 폭넓은 적용

 

사회적 특성에 맞는 환경소음기준 필요

 

이수갑교수님1【서울=환경일보】서울대학교 환경소음진동연구센터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환경소음에 대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분석 및 대책에 관한 연구와 핵심기술 개발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환경영향 평가나 소음 관련 분쟁 발생 시 전문가 의견을 제시하고 소음 저감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와 함께 정부의 환경소음 관련 정책결정에 보다 정확하고 신뢰도 높은 전문지식을 제공하고 있다. <편집자 주>

 

Q. 환경소음이란 무엇인가?

 

A. 한마디로 듣기 싫은 소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소리의 강도뿐 아니라 심리학적인 이유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환경문제 가운데 살인사건까지 발생하는 경우는 소음밖에 없습니다. 실생활에서도  윗층과 아랫층간의 소음진동으로 인한 분쟁이 많이 발생하지 않습니까? 이러한 문제에 대해 국가에서 환경권을 보호해주는 차원에서 접근 하는 두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안 지켰을 때의 패널티와 이렇게 하면 좋겠다는 정책적 목표를 제시하는 것이지요. 안 지켰을 때는 발생원인자에게 현실적인 수준의 벌칙을 부과하면서 동시에 ‘이런 목표를 가지고 노력해서 줄이자’는 정책 목표를 정하는 것입니다.

 

Q. 최근 들어 소음 관련 분쟁이 늘고 있는데?

 

A. 법원의 소음관련 분쟁에서 전문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힘든 상황이라 전문가로서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범위에서 소음관련 분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자문을 받기 위해 찾아온 건설회사에서 공사를 진행했는데, 옆에 있는 뱀장어 양식장에서 마리당 2천원의 치어 수백만 마리가 죽는 바람에 이에 대한 수십억원의 소송이 발생 했다고 합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축산농가의 가축과 관련된 분쟁이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분쟁의 원인을 분석해서 쌍방이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과학적인 증거를 제시하는 것 역시 연구센터에서 하고 있는 일 가운데 하나입니다.

 

Q. 환경소음과 관련한 규제는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A. 소득수준이 올라갈수록 환경소음진동에 관한 규제가 엄격해집니다. 철도나 자동차가 많아지면서, 웬만한 도로변 주택은 기준치에 접근해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그걸 모두 다 규제하면 소송으로 인해 국가재정이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항공기 소음기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소송을 할텐데, 3년마다 피해보상 소송이 가능합니다. 1년에 수천억씩 재정이 필요한데 이를 감당하기 어려우므로 경제규모를 고려해서 차츰 기준을 강화시켜 나가야 합니다.

 

과학 하는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문제들이 있습니다. 객관성과 신뢰를 받는 전문가가 나서주면, 국가적으로 좋은 일이라고 봅니다. 환경소음 때문에 이슈가 되고 있지만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것이 소음진동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동차만 해도 소음이 많으면 안 팔립니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헬리콥터도 ‘저소음 헬리콥터’라고 마케팅을 하는 시대입니다. 가전제품은 말할 것도 없는 문제이지요. 요즘에는 환경과 에너지가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환경이라는 큰 틀에서 소음을 줄이고 소음을 제어하는 것이 산업의 큰 경쟁력입니다. 바다속의 잠수함부터 우주로 발사하는 로켓까지 모두 소음진동이 큰 영향을 끼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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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용비행장 소송이 줄을 잇는 가운데 국방부는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Q. 군용비행장 관련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데?

 

A. 최근 군용비행장 문제로 시끄러운 수원의 경우, 학습능력의 저하가 심각한 문제가 됩니다. 수원 시내에 학교가 많은데 수업시간의 상당부분을 비행기 소음에 노출돼 매우 큰 소음이 발생합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의 집중력, 기억력, 이해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자식교육이라면 양보 못하는 것이 우리나라 학부모들인데, 계속해서 불만이 쌓이면 굉장히 큰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학교는 당연히 국가가 학습에 관한 헌법적 권리를 보장해줘야 합니다. 교육부에서 이에 대한 지원을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는 분단국가라는 특수한 조건 때문에 군사비행장 문제가 심각합니다. 민간국제공항은 환경법으로 규제 하고 있지만 군사비행장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소송밖에 없습니다. 매향리 사격장 사건이 이슈가 되면서 소음진동 문제가 부각 된 측면이 큽니다. 이와 관련해서 국방부에서 연구비를 지원받아 5년 이상의 기간동안 전국의 비행장, 사격장을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12조~13조 정도 예산이 소요되는 군용비행장 지원에 관한 법안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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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측정(자료:서울대학교 환경소음진동연구센터)
Q. 환경소음과 인체에 관한 연구는 어디까지 왔나?

 

A. 소음이나 진동으로 바로 죽지는 않지만, 실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장기적으로 소음에 노출되면 호르몬계 이상이나 심장기능에 무리가 가기도 하고, 혈압이 올라가며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의학계의 보고서가 있습니다. 제가 세계보건기구 산하의 국제소음진동협회 위원장직을 맡고 있는데, 여기에는 의사, 심리학자, 음향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환경소음이 굉장히 어려운 분야이고, 의학적인 면에서 애매모호한 면이 많아 아직 시작단계에 불과합니다. 소음 저감 연구는 어느 정도 진척 됐지만, 소음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는 아직 부족합니다. 

 

Q. 선진국과 규제수준을 비교해 본다면?

 

A. 우리보다 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의 중간이라고 봅니다. 독일이나 일본이 규제가 강력하고, 미국은 땅이 넓어서인지 소음기준치가 엄격하지는 않습니다. 반면 우리는 국토에 비해 인구가 많고 집중돼 있어 소음에 대해 상당히 민감한 특성이 있습니다. 세계 최고수준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경제력에 맞게 OECD 정도의 수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간 우리도 환경소음에 많은 신경을 써왔기 때문에 선진국에 필적할 정도로 많이 따라왔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를 볼 때, 신간선 기차를 운영하는 팀이 용역의뢰를 통해 소음을 대폭적으로 줄인 사례가 있습니다. 많은 예산이 들어갔지만 이를 계기로 소음진동 관련산업의 일본 내 경쟁력이 상승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환경이 단순한 규제로만 그치지는 않는다는 것이지요. 해당 분야의 산업적 파급효과가 매우 큰데 이 부분에 있어서는 아직 우리가 미치지 못하는 면이 많습니다.

 

대중교통.
▲우리나라 대부분의 도로변 주택가, 상가는 소음기준치에 근접해 있다.

Q. 환경소음에 대한 산·학 협력은?

 

A. 우리나라 웬만한 대기업들, 국가부처와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항공기와 같은 교통수단, 가전제품, 환경소음에 대한 평가에서 건설장비까지, 소음진동분야는 한의학으로 치면 감초와 같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도심형 풍력발전의 가장 큰 난관이 소음과 안전 문제입니다. 대규모 풍력발전의 경우 부피가 크기 때문에 진동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해양풍력의 경우 바다에 지지대를 세워 회전시키면 진동이 발생하면서 저주파가 나오는데, 이것이 돌고래나 고래의 커뮤니케이션에 혼란을 일으켜서 심지어 미치게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 개발도 이러한 여러가지를 고려해서 친환경적으로 해야 합니다. MIT 교수가 쓴 ‘부의 왕국’이라는 책이 있는데, 15년전에 이미 ‘환경과 산업화는 반대가 아니라 같이 갈 수 있다’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산업화를 추구하는데 있어서 친환경적인 기술을 통해 이뤄간다는 것은 이제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풍력_독일 하노바 (1).
▲풍력발전의 중요한 문제중 하나가 소음진동이다.

Q. 앞으로의 환경소음에 대한 대처는?

 

A. 환경소음에 관한 규제는 후퇴가 없이 발전 되는 경제수준을 따라서 관심과 규제수준이 높아 질 것입니다. 우리나라 경제력을 고려할 때 외국사례를 참고해서 일본보다 여유를 둬서 정하고 있는데, 아무 과학적 근거도 없이 정하고 있습니다. 소음에 대한 반응은 사람마다, 사회마다 각각 다릅니다. 예를 들자면 유럽인은 기차소음에 대해서 도로소음보다 덜 반응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차소음에 대해 더 민감합니다. 소음크기가 X축이라면 Y축은 각 개인, 사회, 국가의 특성입니다. 그것을 잘 살펴서 어떻게 기준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합니다.

 

아직까지 기반이 취약해서 거의 처음 시작하는 연구들이라 후학들을 많이 양성하는 것이 중요한데, 다행히 소음진동과 관련해서 사회적, 산업적 관심이 높아져서 인력에 대한 수요가 굉장히 많습니다. 이제 산업적인 면에서도 깎아서 만드는 단순조립수준을 넘어서 질 높은 제품을 만들고자 할 때는 소음진동과 관련된 측면이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앞으로 이쪽 분야의 연구와 개발은 활발해 지리라 예상합니다.

 

김경태 기자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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