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에 관한 불편한 진실

 

에코북오늘날 쓰레기는 버리는 단계에서부터 종류별로 분류해야 하며 버리는 방법도 종류마다 다르다. 버리는 날짜와 시간이 정해져 있기도 하고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아깝다고 여겨지는 만큼의 돈을 내기도 한다. 어떤 쓰레기를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 한 번쯤은 누군가에게 문의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힘들게 쓰레기를 버리면서 우리는 교양 있는 시민의 몫을 했다고 자부한다. 생활에서 나온 쓰레기를 적어도 말끔하게 버렸고, 종류별로 분류된 쓰레기가 이제 어딘가에서 우리가 노력한 만큼 재활용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가 쓰레기 처리를 끝냈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시점이 사실은 쓰레기가 처리되는 과정의 시작일 뿐임을 폭로한다. 재활용되리라 믿으면서 애써 종류별로 나누어 버렸던 캔이나 종이가 대부분 결국은 그대로 쓰레기가 되고 만다는 것,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매립되거나 소각되거나 먼 바다에 투기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쓰레기의 양은 이미 이 지구가 버텨낼 수 없을 만큼 어마어마하며, 그 주범이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사회라는 것, 그리고 지구를 오염하고 파괴하는 그 시스템의 편리함을 바로 우리가 누리고 있다는 사실을 뚜렷이 바라보게 한다.

 

쓰레기, 자본주의의 또 다른 얼굴

 

이 책은 오늘날 우리와 지구가 당면하고 있는 쓰레기 문제를 바라보기 위해 미국의 생활쓰레기라는 작은 렌즈를 이용한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쓰레기 생산자다. 전 세계 인구의 4퍼센트에 지나지 않는 미국인이 지구 자원의 30퍼센트를 소비하며 전체 쓰레기의 30퍼센트를 생산한다. 미국인들은 날마다 1인당 2킬로그램이 넘게 쓰레기를 버린다. 지난 30년 동안 미국의 쓰레기는 곱절로 불어났지만 여전히 미국 생산품의 80퍼센트는 한 번 쓰고 버려진다.

또한 미국은 자신들이 생산한 쓰레기와 오염된 폐기물을 다른 나라로 수출한다. 막대한 쓰레기 배출의 이면에는 경제적 이해관계와 자원과 생태의 고갈이 숨어 있다. 저자는 “쓰레기 양산은 자연법칙이나 알 수 없는 근본적인 흐름의 산물이 아니라 역사의 산물이며 사회적 힘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거대한 쓰레기는 자본주의의 또 다른 얼굴이다.

 

쓰레기의 숨겨진 일생

 

저자인 헤더 로저스(Heather Rogers)는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영화감독이다. 2002년에 다큐멘터리 영화 ‘사라진 내일(Gone Tomorrow)’을 만들고 나서 못다 한 말이 있음을 깨닫고 이 책을 썼다. 그래서인지 이 책은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감상하는 느낌을 준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쓰레기’라는 렌즈를 통해 1800년부터 현재에 이르는 미국의 역사와 문화와 정책을 살펴본다. 그 렌즈는 일관된 초점을 유지하며 화면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쓰레기를 둘러싼 에피소드들이 문화와 시대를 배경으로 사실적으로 펼쳐진다. 따라서 이 책은 쓰레기를 다룬 보고서이자 일종의 미시사이기도 하다.

저자는 쓰레기 문제를 거시적으로 바라본다. 대량생산 구조를 재편하고, 재활용, 재사용의 삶의 방식이 뿌리내려야만 실질적으로 쓰레기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미 생산된 거대한 쓰레기 앞에서 한 개인은 무력해 보이기도 하지만, 재활용과 재사용을 위한 개인의 노력은 언제나 중요하다는 것도 힘주어 말한다. 결국 생산구조를 재편하도록 압력을 넣어야 할 주체도 개인들일 것이다.

쓰레기 문제와 쓰레기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진실로 알기 위해서는 두 가지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쓰레기는 소비가 아니라 생산의 관점에서 이야기돼야 한다. 나날이 늘어만 가는 포장재, 고장 나고 유행이 지난 제품들이 소비자 개인의 탓이라고 뒤집어씌우는 건 생산 과정에서 쓰레기가 양산되도록 조장하는 태도일 뿐이다. 또한 소비자들이 환경 문제를 자각하고 실천하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것이 우리 쓰레기 재앙에 참된 해결책은 결코 아니다. 둘째, 기업의 자기 규율 능력이 없음을 인식하고 강제적인 환경 정책을 적용해야 한다. 생산의 재편에 실패하고 환경보호의 법적 규제를 외면하면, 더 큰 환경 파괴에 이를 뿐이다.

쓰레기가 없었던 적은 없지만 썩지 않는 쓰레기, 인류와 전 생물과 생태계를 위협하는 독성의 쓰레기가 어마어마하게 생산된 건 불과 한 세기 안에 이루어진 일이다. 참으로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쓰레기에 관한 진실. 불과 현대의 한 세기 정도를 살고 있는 우리가, 45억 년 역사의 지구와 미래 세대에 얼마나 큰 빚을 지고 있는 것일까? 넘쳐나는 물건들, 넘쳐나는 쓰레기 앞에서 ‘이 쓰레기들을 과연 어찌할 것인가’라고 품었던 의문들은 불편하게 파헤쳐지는 진실 앞에서 더는 숨길 수 없는 것이 되고 만다.

 

*저자 소개

 

지은이: 헤더 로저스 (Heather Rogers)

 

뉴욕 브루클린에서 활동하는 언론인이자 작가, 영화 제작자이다. 그녀는 같은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고 난 후 못다 한 말이 있음을 깨닫고 이 책을 썼다. ‘더 네이션(The Nation)’, ‘유튼 리더(Utne Reader)’, ‘지 매거진(Z Magazine)’, ‘브루클린 레일(Brooklyn Rail)’, ‘펑크 플래닛(Punk Planet)’, ‘아트 앤드 디자인(Art and Design)’을 비롯한 여러 간행물에 글을 실었고, 그녀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사라진 내일(Gone Tomorrow)’(2002년)은 전 세계 많은 영화제에서 상영됐다.

 

옮긴이: 이수영

 

1967년에 태어나 전문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한 권의 책을 옮길 때마다 첫 번째 독자라는 설렘을 느끼며, 독자로서 느낀 감동을 잘 표현하고자 노력한다. ‘헬렌 켈러’, ‘커트 코베인’, ‘조화로운 삶의 지속’, ‘그대로 갈 것인가, 되돌아갈 것인가’, ‘흡연의 문화사’, ‘사코와 반제티’, ‘돌연변이들’, ‘가벼운 공주’, ‘황금열쇠’, ‘어린이를 위한 불편한 진실’, ‘마음이 머무는 곳’ 등을 우리말로 옮겼고, ‘빛을 훔친 까마귀’를 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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