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환경일보】고현준 기자 = “시각적으로 보이는 건 고층화 된 양적인 팽창이 주는 이미지일 겁니다. 제주도 고유의 정체성인 청정이미지가 사라지는 것이지요. 건축학에서는 이를 경관이라고 표현하는데 도시의 브랜드이미지가 육지와 차별화 되지 않고 관광지로서의 매력도 떨어지게 되겠지요”

 

 

김태일1.
▲김태일 교수

지금처럼 개발 위주의 정책을 펴 나갈 경우 10년후의 제주도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돌발질문에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김태일 교수가 즉답한 내용이다.

 

최근 그린빌딩의 중요성에 대해 많은 강연을 하고 있는 김태일 교수를 만나 제주도가 지향해야 할 환경문제에 대한 건축학적인 측면에서의 여러 가지 접근방안들을 들어 보았다.

 

Q. 얼마 전 있었던 강연 내용 중 제주도의 개발 위주의 정책에 대해 비판을 가했는데..

 

A. “자연환경에 대한 배려 없이 추진되는 개발위주의 정책방향에 대한 얘기입니다. 땅을 함부로 변형시키며 개발만 할 경우 지난 태풍 나리 때 경험했듯이 잠재적 피해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지요. 국제자유도시라는 이미지와도 안 맞고 안전도시나 생태도시가 모두 연결되는 문제인데 안전이 없고 생태가 없어진다면 제주도민들이 누려야할 행복권도 문제가 되기 때문에 지적을 했던 겁니다”

 

Q.제주도 환경정책은 무엇이 문제입니까..

 

A. “정책의 기본적인 골격을 개발을 하지 않으면 제주도가 발전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는 겁니다.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두느냐의 문제이기도 한데요. 보전을 말하면 부정적 시각으로 보고 개발을 말하면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잘못된 것이지요. 환경을 보전하면서도 개발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는데 환경을 말하면 보존주의자로 몰아 부정해 버린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Q. 어떤 방식으로 해야 그런 정책을 펼 수가 있습니까...

 

A. “비중을 따질 때 보전을 60% 개발을 40%로 정한다면 풀 수 있는 문제입니다. 30%만 개발하고 70%를 보전하겠다고 결정하면 되는 것이지요. 의지만 있으면 됩니다”

 

Q. 무엇이 가장 문제라고 생각하는 지...

 

A. “JDC가 추진하는 사업이 모두 거대 프로젝트입니다. 개발방식을 보면 토목공사를 먼저 크게 하고 그 다음에 건축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존 땅을 그대로 두고 그 위에 건축을 살짝 올리는 방식으로 가야 합니다. 평평한 땅을 만들어 건물을 올리다 보니까 공사비도 더 들고 녹색을 위해 1-2년짜리 어린 나무들을 심는 어리석은 일이 반복되고 있지요”

 

Q. 그럼 어떻게 해야 됩니까...

 

A. “고층고밀화 한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저층고밀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10층짜리 고층보다 될수 있으면 5층 정도의 저층으로 지어야 하겠지요. 건축물을 지을 때는 바람의 흐름도 고려해야 하고 적절한 녹지공간도 확보해야 합니다. 정책추진 방향이나 개발론자들이 모두 경제논리를 따져 적게 돈을 써서 많은 이익을 남기려고 하니까 자꾸 고층화하려는 경향이 강하지요. 하지만 앞으로는 판에 박힌 건물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반대현상도 많이 생기게 될 겁니다”

 

Q. 도심재생에 대한 의견이 있으시다면...

 

A. “구 제주권 도심재생 계획을 보면 도시재개발과 도시재생을 혼동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도시재생이란 그 지역이 갖고 있는 고유의 기능을 다시 되돌리자는 것입니다. 역사 문화 환경이 모두 포함돼 있어야 합니다. 재개발은 주거환경이 열악해서 이를 다시 개발하자는 것인데 그 유명한 칠성로길을 없애는 등 재개발 방식으로 간다면 문제가 되는 것이지요”

 

Q. 건축학적으로 제주도가 가야할 환경방향은 ...

 

A. “제주도의 풍경이나 땅을 잘 이해하고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주도는 한라산과 바다가 있어서 높낮이가 있습니다. 구릉지나 경사지가 많지요. 이렇게 제주도 땅을 이해한 개발이 필요합니다. 제주도에서는 큰 것을 세우고 랜드마크라는 표현을 자주 씁니다만 제주도의 랜드마크는 한라산입니다. 한라산에 거슬리게 고층건물 짓는 것 어울리지 않습니다.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고층건물을 짓는 것이 안 어울립니다. 바람과 거슬리는 고층이 들어가다 보니까 제주도의 스케일에 어울리지 않게 된다는 겁니다. 다음은 공간의 문제인데 제주도의 특이한 공간구조인 안거리 밖거리 등을 현대적인 공간으로 만들어야 할 필요를 느낍니다”

 

Q. 요즘 뜨고 있는 그린빌딩은 어떤 빌딩인지 ...

 

A. “에너지를 덜 사용하고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빌딩입니다. 초가건축에서 보면 친환경적으로 만들어져 있는데요. 제주도의 흙이나 돌을 현대적인 재료로 만들어 쓰면 바람도 잘 통하고 햇빛도 잘 드는 건축물이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에너지를 덜 사용하고 단열효과를 높이는 그런 기법들을 더 연구해야 합니다. 적절한 재료를 현대화해 개발하고 햇빛이 잘 들고 바람이 잘 들게 배치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그린빌딩의 의미입니다”

 

특별인터뷰는 제주도 각계의 전문가들로부터 제주환경 문제를 심도있게 찾아보자는 뜻에서 시작한 일이다. 장선우 감독을 시작으로 해서 두번 째 김태일 교수로부터 제주환경문제의 여러 좋은 제안을 들어보았다.제주환경 문제를 인식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kohj007@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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