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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히스토리채널
【서울=환경일보】정종현 기자 = 지난해 미국의 히스토리채널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 하나가 전 세계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지구 상의 모든 인간이 일순간 사라진다면?’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하는 이 다큐멘터리의 제목은 ‘인간 이후의 생명 세계(Life After People)’다.

 

인간이 사라진 후 빈 자리를 가장 먼저 차지하고 나서는 것은 식물이다. 인간이 사라진 후 수 십년 내에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인공물’은 식물로 뒤덮이게 된다. 식물을 시작으로 조류와 포유류가 인간의 자리를 차지한다. 원래의 목적을 잃은 고층건물은 새들과 쥐 그리고 식물이 치열한 생존 경쟁을 펼치는 무대로 그 역할이 바뀌게 된다.

 

이 다큐멘터리는 인간이 사라진 후 지구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조명함으로써 그동안 인간이 지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었는지를 역설한다.

 

하지만 한반도에는 이 다큐멘터리를 실제로 증명하고 있는 지역이 존재한다. 바로 비무장지대(demilitarized zone, DMZ)다. 1973년 휴전협정 이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게 된 DMZ는 40여 년의 세월동안 자연이 스스로 전쟁의 상처를 보듬고 치유해왔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DMZ에는 약 1000여 종의 생물, 즉 한반도 내 전체 생물다양성의 1/3 가량이 살고 있다고 한다. 또한 재두루미, 검은부리저어새 등 멸종위기의 철새들이 쉬었다 가는 기착지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때문에 생태관련 전문가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는 DMZ를 보호하고 보전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더불어 생태공원을 조성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그런데 그전에 한가지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DMZ가 남한의 것도 북한의 것도 아닌 미묘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DMZ를 생태적으로 논하기에 앞서 정치, 외교, 안보의 관점에서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요즘처럼 북한과의 사이가 냉랭하다면 DMZ에 대한 관심은 관심으로만 그쳐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그저 관심으로만 그치는 것이 DMZ의 고라니를 행복하게 살도록 해주는 일일지도 모를 일이다.

 

miss0407@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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