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네덜란드인의 이주가 시작되면서 백인이 유입되고 영국 식민지시대를 거쳐 1961년 독립한 남아프리카공화국에는 유명한 해안도시 케이프타운이 있다. 이곳은 남아프리카 공화국 의회 소재지로서 행정부가 있는 프리토리아와 더불어 중요한 경제, 문화, 관광도시로 꼽인다. 정비된 항만시설이 있으며, 항공로 철도 도로 등의 기점을 이루는 교통상의 요지다. 이곳 케이프타운에는 1,087m 높이의 테이블마운틴(Table Mountain)이라는 유명한 산이 자리하고 있는데, 산 정상부의 모양이 마치 테이블처럼 반듯하고 평평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이 산으로부터 부는 바람이 도시로부터 바다까지 바람 길을 이뤄 내려가며 오염된 공기를 정화하고 시민들을 건강하게 지켜준다 하여 ‘테이블 의사선생님(Table Doctor)’라는 애칭을 갖고 있기도 하다. 당연히 바람 길 확보는 도시설계상 주요 과제였다.

 

독일 슈투트가르트는 바람의 이동을 도입해 청정도시로 탈바꿈한 대표적 경우다. 슈투트가르트는 인구 60만의 공업도시이며 3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의 형태로 대기오염이 심각한 상태에 있었다. 시 당국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1937년부터 바람 길을 조성하는데 전력을 다했다.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잘 통과할 수 있도록 산 주변 구릉지역에는 건축을 규제했다. 또 도심의 바람이 잘 통과하도록 북동쪽으로는 긴 선형의 녹지공간을 조성했다. 이를 전담할 도시기후부라는 조직도 만들었고 바람 길목에는 5층 이상 건물을 짓지 못하게 하고 건물간격은 3m 이상 유지하도록 했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은 어떤가. 한마디로 여기 저기 중요한 맥 마다 숨통을 조여 놓은 형국이 바로 서울이다. 바람 길목마다 고층건물이 가로막고 있다. 공기순환이 안되고 도심에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해 늘 더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을 덥히는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바람 길을 막은 것도 주요한 원인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다. 자연상태의 서울의 중심 바람은 북한산과 관악산, 인왕산, 우면산 등 주변 산에서 시원한 바람이 서울로 들어오고 도심의 열기와 오염물질을 품고 한강으로 빠져나가는 모양 새다. 그런데 바로 산 아래와 한강변에 들어 찬 고층건물과 아파트들이 이런 기능을 막고 있는 것이다.

 

녹색성장은 신재생에너지 개발만 강조해서 될 일이 아니다. 자연의 힘을 이용하는 도시생태계를 조성하고 서울의 바람에 다시 힘을 실어 줄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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