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환경일보】정종현 기자 = 몇 년 전 가을 과천에 위치한 서울대공원에 취재를 갔더랬다. 반달곰을 보호하자는 주제로 캠페인을 진행하는 어린아이들을 동행 취재하는 건이었는데 워낙 단풍이 곱게 물들었던 터라 주말취재도 기꺼웠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날 새빨간 단풍잎보다 더 깊게 각인됐던 사실은 아이들에게 이것저것 설명을 해주던 사육사의 말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동물원 하면 ‘구경하기 편하도록 동물들을 모아놓은 곳으로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동물원은 멸종 위기의 생물종을 보호하고 이것들의 개체수를 늘려나가는 역할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당시 과천 서울대공원에서는 반달곰 복원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었다. 중국에서 반달곰을 들여와 DNA 등을 연구하고 방사 훈련을 시켜 최종적으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동물원의 역할에 대한 사육사의 말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사람이 파괴한 자연으로 인해 생존이 위협받는 생물종을 사람이 지키려고 애쓰고 있다는 사실도, 인간에 의해 서식환경이 달라져 도저히 자연에서 생존할 수 없는 개체들이 인간의 손에서 길러지고 있다는 사실도 아이러니하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많은 생물종이 살아갈 터전을 잃고 있다. 일정부분 적응해 나가는 종들도 있지만 인간처럼 문명과 과학을 가지고 있지 못한 그들에게 적응능력은 언젠가 한계를 드러내게 될 것이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최근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중해 일대에 사는 포유동물 320종(고래와 돌고래 제외)의 6분의 1을 넘는 49종이 서식지 파괴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고 밝혔다. 특히 몽크바다표범을 비롯한 3% 가량의 포유동물은 ‘심각한 멸종위기’에 처해있고, 5%는 ‘멸종위기’에 있으며, 8%는 ‘취약한’ 상태라고 경고했다.

 

IUCN의 경고처럼 서식지의 파괴는 동물에게는 죽음을 의미한다. 이전에는 이런 서식지의 파괴가 무분별한 개발에 의한 경우가 많았다. 나무를 베고 밭을 개간하는 등 인간의 영역이 넓어지면서 상대적으로 동물들의 영역이 줄어들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개발보다는 기후변화로 인한 서식지 파괴가 더 큰 문제다. 더워진 지구로 인해 식생이 바뀌고, 사막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동물들의 생존에 필수적인 물이 줄어든다.

 

이렇게 생존을 위협받는 생물이 늘어나게 되면 아무래도 동물원의 크기 역시 점점 커지게 될 것 같다. 인간에 의해 생명에 위협을 받은 동물이 늘어나고 인간에 의지해서만 살아갈 수 있는 동물들이 늘어날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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