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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환경일보】고현준 기자 = 오늘은 어린 손님들이 많이 왔다. 어린 고사리 손에 가위와 통을 하나씩 들었다. 일렬로 줄을 서서 선생님 뒤를 따른다. 가장 먼저 실습을 하는 곳은 허브꽃밭이다. “여러분 사과냄새가 나는 꽃이예요. 2개씩만 가위로 잘라 통에 넣으세요” 아이들이 조심스럽게 꽃 2개씩을 따서 손에 든 통에 넣는다.

 

 “이번에는 레몬냄새가 나는 꽃이예요. 또 2개씩만 따서 통에 넣으세요” 아이들이 선생님 말씀에 줄을 서서 꽃을 따고 귤밭으로 들어선다. 노랗게 익어가는 귤밭에 어린 천사들이 둘러선다. “오늘 이 귤밭은 여러분이 올해 처음 방문한 손님입니다. 노랗게 익은 귤 2개씩만 따세요”

 

아이들이 신기한 눈으로 귤을 바라보며 따기 시작한다. “두 개 중 하나는 여기서 까서 먹는 거예요” 아이들이 농약이 들어가지 않은 감귤을 맛있게 먹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손에 든 통에 꽃과 귤 하나씩을 들고 다시 선생님을 따른다.

 

img_1865.다음은 토마토밭이다. “노랗게 된 토마토 하나씩 따서 먹어보세요” “오이를 따서 반으로 잘라 먹어보세요” “꽃을 따서 먹어보세요” 제주관광대 부설 어린이집 아이들은 그렇게 친환경농장을 다 돌고 식당으로 이동했다.

 

 아이들을 위한 밥상이 차려졌다. 모두 이곳에서 생산된 천연 친환경농산물로 만든 부식이다. 김형신 박사(제주보타리영농조합)는 그렇게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하고 있었다. 친환경이란 말이 일반화된 요즘도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걱정과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이런 먹을거리 문제로 인해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관심도 더불어 높아지고 있다. 친환경이란 대단히 넓은 범위의 말이다. 천연재료만을 쓰는 유기농에서 자연재배 등 쓰이는 말에 따라 친환경이란 이 모두를 포함한 의미의 여러 가지 뜻으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농약사용이나 비료사용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이 쓰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학비료는 전국대비 3배를 사용하고 지난 2006년도 한 해에만 1776톤의 제초제가 제주도 토양에 뿌려졌다고 한다.

 

 밭농사가 주를 이루니 비료나 농약을 쓰지 말라고도 하지 못한다. 다만 청정지역이니 이에 따른 책임은 져야 되지 않느냐는 정도의 권유밖에 하지 못할 정도다.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따라 친환경농업을 고집하며 추구해 온 사람이 있다.

 

img_1885. 제주보타리영농조합의 김형신 박사(48세)다. 김형신 박사는 “소비자들이 안전한 음식이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걸 잘 모르기 때문에 2007년까지는 생산자 교육을 많이 했으나 2008년부터는 어린이집이나 주부 등 소비자 교육을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전한 농산물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궁금해 하기 때문에 보고 느끼고 체험하도록 함으로써 가정에서도 이를 실천토록 안내해 주고 있다는 것. 그래서 이곳에서는 이론교육 보다는 농장에서 직접 재배하는 기술을 가르치고 있다.

 

 김박사 얘기로는 실습 체험 위주로 하다보니까 취미가 전도돼 전업을 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는 설명. 친환경농법에 대해 김박사의 논리는 간단하다. “환경농업과 유기농은 틀리다”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는 공존공생의 원칙을 지키며 지속가능한 농업이 진정한 친환경농업’이라는 지적이다. 자연도 보호하고 나도 사는 방식이란 서로 줄 것은 주고 얻을 것은 얻자는 뜻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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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박사는 “농약도 사람에 해가 되지 않는 정도는 뿌리라고 합니다. 약간은 주자는 겁니다. 까치들에게 먹이를 안 주려고 하우스를 만드니까 까치가 뚫고 들어오는 겁니다. 조금 줬으면 이런 침범은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친환경 농업을 시작한 동기에 대해 김박사는 “지난 1997년도에 제주산 흑색화산회토에 대한 논문을 준비하면서 제주도의 5개 하천을 조사한 적이 있습니다. 그 당시 나온 환경백서 내용과 내가 조사한 숫자가 차이가 너무 많았어요. 1996년도에 교원대 석사 공부를 할때 당시 정동기 교수님께서 제주도에 하천이 있느냐고 물어봤다”고 전했다

 

 이어 “그래서 365일 흐르는 하천이 5개가 있다고 말했지요. 외도 옹포 동흥 악근(강정천) 산지 등 5개 하천지역 조사 후 수자원 관리 문제에 대해 농약이나 비료 제초제가 주범이라는 발표를 한 적이 있습니다. 1990년부터 2006년까진 제주농고 선생을 했었는데 박사공부를 시작하면서 학교를 그만 둔게 큰 실수였다” 라 말하며 미소지었다.

 

 농업이든 환경이든 인식전환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김박사는 “너도 살고 나도 사는 개념이 친환경이며 세계에서 가장 잘돼 있다는 쿠바나 일본보다도 제주도의 부가가치가 가장 높다”고 강조한다.

 

img_1861. 제주도의 청정브랜드만 갖고도 대박이라는 지적이다. 365일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강점과 제주농업이 친환경으로 뭉칠 경우 수십억의 세계인이 기다리는 소비시장을 갖게 된다는 설명이다.

 

 김 박사는 “왜 제주농산물이 좋은지 환경이 얼마나 좋은지 제주도민의 친환경 의식화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서로가 공생하며 늘 푸르름을 유지할 수 있는 노력이 친환경“이라는 점을 역설하기도 했다.

 

 친환경은 이제 제주도의 미래를 약속하는 중요한 실천의 핵심이 되고 있다. ‘제주 친환경 현장을 가다’에서 김형신 박사를 만나본 이유도 친환경만이 제주도를 먹여 살릴 컨텐츠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간 3000명 이상의 소비자교육에 열정을 쏟고 있는 김 박사는 “제주보타리영농조합이 농사를 짓는 데 필요한 인원이 연간 4000여명이나 된다”며 “이들 대부분의 노인층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약 1억6000만원 정도 되는데 농업이 그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생각할 때 농업을 만만하게 봐서는 안된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친환경이 제주도를 지킬 화두임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의미이다.

 

kohj007@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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