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에 관한 모든 이야기

 

에코북
‘새들의 지혜’는 신화, 전설, 민담, 문학과 종교에 등장하는 날개를 가진 모든 것들에 대해 사유하고 상상한 것을 자유롭게 풀어놓은 이야기다. 저자는 철새의 이동, 구애, 노래, 싸움, 짝짓기와 둥지 짓기 등 새들의 서식 습관과 행동 특성, 생태를 관찰한 결과를 바탕에 깔고, 몽상과 은유, 상상력과 유머를 곁들여 멋진 새 이야기를 엮어냈다. 그가 말하려는 것은 자연의 아름다운 신비와 경이로움, 환경친화적인 사고의 중요성이며, 더 나아가 가치 있고 소중한 삶의 지혜와 통찰이다. 새에 매료돼 30년 넘게 새를 연구한 저자는 우리가 몰랐던 새의 가치와 이면을 핵심만을 추려 잘 버무려 놓았다. 시 같기도, 때론 노랫말 같기도 한 짧은 글이지만 고단한 일상에서 작은 성찰과 명상의 시간을 갖기에 충분하다.

 

성스러운 새부터 친근한 이웃의 새,

자연의 일부인 새까지 망라하다

 

저자는 ‘천일야화’에 나오는 로크새, 도가의 ‘불멸의 존재’, 기독교의 천사 등 성스러운 새에서 ‘신화’와 ‘성인’의 이미지를 끌어내고, 아침마다 닭 울음소리를 내서 주인을 깨우곤 했다는 어느 초등학교 선생의 까마귀, 아파트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니다가 주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초대할 때마다 ‘안녕히 가세요, 안녕히 가세요!’ 하며 지청구를 늘어놓았다는 가봉앵무새에서는 ‘우정’과 ‘사랑’의 이미지를 찾아낸다. 또한 목젖을 드러내며 자기 짝을 유혹하는 새들의 구애 행위, 북극에서 둥지를 틀고 지내다가 겨울만 되면 단지 지구 반대쪽, 남극의 빙하와 빙산을 보려고 18,000킬로미터를 날아가는 북극제비갈매기 등의 습성에서는 진화의 아름다움, 경이로운 생태의 신비를 발견한다.

 

새가 인간과 조우하고 상응했던 흥미로운 일화가 가득하다

 

‘토끼가죽 데네’ 부족에 따르면 최초의 새는 과학에서 말하는 시조새가 아니다. 이들은 우리의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는 9,735종의 날짐승들이 그와는 다른 기원을 갖고 있다고 본다. 이들 부족의 전설에 따르면 어느 길 잃은 형제를 고향 땅으로 데려다준 달의 영령의 날개에서 떨어진 깃털이 수많은 새들로 변해 이 세상을 가득 채우게 됐다.

새가 ‘불운의 상징’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인도의 서사시에서는 까마귀가 죽음의 사자를 상징했고 고대 로마나 중국에서는 올빼미가 불행을 예고했다. 그래서 이들 나라에서는 헛간 문에 올빼미를 못박아놓는 농부도 있었다. 사람들이 때때로 새를 증오하는 것은 아마도 새가 인간과는 달리 하늘에 속해 있다는 부러움 때문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올빼미나 부엉이처럼 그들이 밤의 어둠과 깊게 연관되어 매혹과 낯설음을 동시에 안겨주기 때문이다. 새는 근원적인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히치콕의 영화 ‘새’는 그런 인간의 감정을 잘 표현한 일례일 것이다. 하지만 새가 인간을 공격한 적은 딱 한 번, 소형 비행기를 몰고 다니면서 8,000마리의 독수리를 쏘아 죽였다고 허풍을 떨던 어느 미국인 포수가 당한 일뿐이다. 그날 표적이 된 독수리는 기체를 물어뜯고 유리창 하나를 박살내며, ‘당해도 싼’ 공격을 포수에게 퍼부었다.

전장에서 새들은 전령사 노릇을 했다. 유럽 여러 나라의 군대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오랫동안 비둘기를 이용했다. 이를 안 적국이 매를 훈련시켜 그 전서구를 죽이도록 하자 전서구를 이용하던 군대에서는 보복조치로 최대한 많은 매를 잡아 죽였다. 그 결과 분쟁의 시기 동안, 매는 멸종의 위기까지 갔다. 매가 그런 꼴을 당한 이유는 단 하나 2,000미터까지 올라간 다음 날개를 접고 시속 300킬로로 급강하해 먹잇감 새를 공격할 수 있는 능력 탓이었다.

 

국내 화가가 공들여 제작한 동판화와 펜화 30여 점이 책 읽는 재미를 더한다

 

원서에는 시각 자료가 들어 있지 않다. 이 책에 쓰인 그림은 모두 국내 화가가 이 책만을 위해 특별히 작업한 작품이다. 따라서 이 그림들은 텍스트를 보완하거나 장식하기 위한 일러스트가 아니라, 화가가 그림으로 읽어낸 ‘새들의 지혜’라 할 만하다. 책 첫머리에 나와 있는 ‘새에 대해 끊임없이 명상하라. 이것이 스승의 가르침이다’라는 함사 유파니샤드의 경구대로, 에릭 샤블레의 텍스트를 ‘그림’이라는 장르로 명상해 해석한 버전인 것이다. 따라서 독자는 사블레가 상상한 새들의 날개 위에 판화 작가가 이해한 새들의 날개를 오버랩해 감상하는 재미를 누릴 수 있다.

 

*저자 소개

 

지은이:에릭 사블레

1949년 지중해변 니스에서 태어났다. 30여 전 전부터 새를 연구했고, 많은 여행을 하고 여러 직업을 거쳤다. 지금은 툴루즈에 살면서 글쓰기와 출판에 전념하고 있다.

 

옮긴이: 이은진

이화여대, 서울대 대학원, 파리 3대학 박사과정에서 프랑스문학을, 파리 7대학 석사과정에서 문화예술경영학을 공부했다. 5년간 주 프랑스 교육원과 유네스코 한국대표부에서 교육문화 코디네이션을 담당했고, 현재 번역, 출판기획 및 저작 활동을 하고 있다. 역서로 ‘편지’, ‘로댕’, ‘클림트’, ‘툴루즈-로트렉’, ‘콜롬비아의 딸 잉그리드 베탄쿠르’, ‘일상예찬’ 등이 있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