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3.

▲비슷한 성격의 전시회가 경쟁적으로 개최돼 홍보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 업계의 견해다(사진은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서울=환경일보】김경태 기자 = 정부기관, 지방자치단체에서 주관하는 환경분야 전시회가 난립하면서 해당 기업들이 효과에 의문을 표시함은 물론 대기업과 정부 산하기관의 경우 반강제적 참여로 인해 부담감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개최된 전시회는 총 409개였으며 이 가운데 외국 바이어를 불러 수출상담이 이뤄질 정도의 전시회는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409건의 전시회 가운데 건축ㆍ건설ㆍ환경 분야가 39건, 의료ㆍ정밀ㆍ광학기기 분야가 29건이나 개최되는 등 국내 전시회는 그동안 모방에 따른 유사 전시회 난립으로 예산낭비는 물론 홍보효과 미비와 전시회 참여에 따른 기업들의 재정적 부담까지 총체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불이익 우려, 울며 겨자먹기식 참여

 

전시회 2.

▲기업들은 울며겨자먹기식 참여에 대한 부담감을 호소하고

  있다(사진은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전시회가 대부분 소관 부처나 협회에서 주관하기 때문에 관련 업체로서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 업체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솔직히 1년에 1개 정도만 참여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참여하지 않았을 때의 불이익을 우려해 2~3개 정도는 더 참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유사 전시회가 난립하면서 기업들의 참여가 저조하자 그 부담은 정부 산하기관에게 쏠리고 있다. 각종 공단, 공사 등에서는 별다른 홍보 효과가 없는 박람회에 정부산하기관이라는 이유로 수십개 부스를 임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A기관 관계자는 “솔직히 수천만원을 들여 커다랗게 부스를 만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면서 “행사 주최측이 소관부처인데 우리가 무슨 힘이 있겠는가? 자리만 차지하고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이 관계자를 만난 전시회에서 A기관은 대규모 부스를 임대했지만 별다른 홍보프로그램도 마련돼 있지 않았고, 기관이 진행하는 사업은 박람회 성격과도 맞지 않았다. 고작 2명의 홍보인원이 파견돼 자리를 지켰으나 이마저도 시간낭비라고 여기고 있는 듯 했다. 정부산하기관의 홍보자금이 결국 정부에서 나오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결국 유사 전시회 난립으로 인한 예산낭비와 수익성 악화를 국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예산으로 메우고 있는 셈이다.

 

대구시의 경우 그린에너지엑스포와 소방·방재 엑스포를 지역의 대표적인 전시회로 유치하고 있었으나 비슷한 성격의 소방산업전이 창원에서 열렸으나 전시장은 한산하기만 하다. 또한 2006년 11월 광주시가 ‘하늘과 바람, 땅 에너지전’을 개최한 데 이어 2007년에는 대구시의 5월 그린엑스포를 한 달 앞두고 개최하면서 대구전시회에 참가신청을 했던 20개업체 50개 부스가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대구시 그린에너지엑스포 관계자는 “성공한 전시회를 본따 유사한 행사를 여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고 막을 수 없다”면서도 “광주와 행사개최 시기를 조율했음에도 이를 어기고 4월에 행사를 개최해 걱정이 많았지만 다행히 다른 업체를 급히 수소문해 채울 수 있었다”고 전했다.

 

전시회 6.
▲지차체 간 유사한 박람회의 경쟁적 개최도 문제라는 지적이다(사진은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지경부, 유사전시회 통합 지원

 

지식경제부는 지난 7월 유사전시회들에 대한 업계의 자율조정을 유도하기 위해 ‘유사 전시회 자율조정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내년에 개최되는 전시회부터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존에 5만㎡를 넘는 3건 이상의 통합에 대한 지원 제한을 완화시켜, 내년부터 2건 이상의 전시회가 2만5000㎡ 이상으로 통합 또는 합동개최 될 경우 8000만원에서 최대 1억3000만원까지 차등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통합 및 합동개최 되는 전시회는 정부차원의 해외광고 및 Road Show 등 ‘해외홍보 지원상 전시회’에도 우선 선정되는 혜택을 주기로 했다.

 

그러나 올 한해 개최된 주요 환경, 녹색에너지 분야 전시회를 보면 지경부와 환경부가 먼저 나서서 유사전시회를 통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주요 전시회를 살펴보면, 2009 대한민국 녹색에너지대전(지경부 주최), 2009 저탄소 녹색성장 박람회(녹색성장위원회, 환경부 주최), 서울기후박람회(환경부·지경부 후원), 제31회 국제환경기술전(환경부ㆍ지경부 후원), 2009 신재생에너지/전지산업전(지경부 후원), 2009 자원 순환/미래에너지전시회(지경부 환경부 후원), 2009 신성장동력 박람회(지경부 후원) 등으로 전시회 가운데 상당수가 지경부나 환경부 주최이거나 후원이며, 올해 처음 열린 전시회마저 있다. 이처럼 지자체와 중앙부처가 앞다퉈 유사전시회를 비슷한 시기에 개최하는 통에 참여업체들만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전시회 1.
▲성공적인 박람회는 환경산업 활성화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다(사진은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

전시회 난립으로 인해 내용의 부실화와 함께 막대한 예산낭비가 초래되는 것도 문제다. 비슷한 내용의 전시회가 장소만 달리하다 보니 바이어들의 발길도 뜸해지고 업체들 입장에서도 참가 비용이 부담스럽다. 환경산업체의 특성상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영세 규모의 중소기업인 것이 현실이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대기업 홍보 담당자는 “유사한 전시회가 너무 많아 효과에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대기업이기 때문에 의무감으로 전시회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자체적으로 홍보 효과를 분석한 결과 비용 대비 효과가 적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내년부터는 선별해서 참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시회 통폐합으로 경쟁력 제고해야

 

업계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유사 전시회가 통폐합 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전시회는 비슷한 성격의 전시회 난립으로 홍보효과가 떨어져 참여가 저조하고, 이 때문에 기업 및 산하기관에 반강제적으로 참여를 독려해 수익성 악화의 책임을 전가시키고,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기업들이 전시회 참여를 더욱 꺼리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깨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홍보 담당자는 “정부가 앞장 서서 새로운 전시회를 만들어낼 것이 아니라, 기존의 전시회를 통합해야 한다”면서 “역사가 오래되거나 규모가 큰 전시회를 중심으로 통폐합시키고, 해외바이어들을 적극 유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전시회 성공뿐 아니라 관련 산업 전체가 활성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지자체별로 성공한 전시회를 앞다퉈 경쟁적으로 모방할 것이 아니라 지역별로 실정에 맞는 성장산업을 선정하고 그에 맞는 특색있는 전시회 개최가 장기적으로 볼 때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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