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환경일보】고현준 기자 = “태풍은 기후변화로 인해 미래로 갈수록 점점 세지고 있다. 미리미리 사전 대비를 해 놓지 않으면 미국의 카트리나처럼 엄청난 피해를 우리에게 줄 수도 있다”며 태풍전문가 제주대학교 해양과학대학 문일주 교수는 “언젠가는 매미나 루사보다 더 큰 태풍이 올 수도 있는데 이런 태풍은 1천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태풍이지만 바로 내년에도 올 수 있다는 것이 걱정”이라고 강조했다. 문일주 교수로부터 태풍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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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주 제주대 해양과학대학 교수

Q. 태풍은 전문가의 입장에서 무엇입니까.

 

A. “열대성 저기압을 보통 태풍이라고 합니다. 날씨예보에서 흔히 말하는 온대성 저기압과는 달리 열대 해상에서 발생하는 저기압을 태풍이라고 말합니다. 태풍은 우리나라에서는 태풍으로 부르지만 미국에서는 허리케인이라고 부르지요.


온대저기압과 열대저기압은 다릅니다. 열대저기압은 따뜻한 바다에서 증발한 수증기가 에너지원입니다. 이 에너지를 갖고 있는 수증기가 다시 물방울로 바뀌면서 엄청난 에너지가 나오게 되는 데 이것이 태풍을 움직이는 힘입니다.


태풍은 열대지역의 뜨거운 물이 증발되어 발생한 적난운 구름 덩어리로부터 시작됩니다. 이 적난운이 지구의 자전에 의해 회전을 하면서 더 많은 공기를 빨아들이고 상승기류가 생기면서 태풍으로 발달하게 됩니다. 이렇게 열대지역에서 발달한 태풍은 중위도로 이동해 오면서 점점 차가워진 바닷물 때문에 강도가 약해집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 오는 태풍들은 열대지역에서 강하게 발달했지만 북상하면서 낮은 수온으로 그 강도가 약해집니다. 그런데 문제는 앞으로 지구온난화가 더욱 진행되면 우리나라 주변의 수온이 높아져 태풍이 강한 강도를 유지하며 올라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Q. 태풍은 우리의 생활과 어떤 연관이 있습니까.

 

A. “태풍은 강한 바람에 의해 건물이나 나무를 무너뜨리기도 하고 높은 파도로 해상과 연안에서 큰 피해를 주기도 합니다. 특히 태풍에 의한 해일로 연안지역이 침수되기도 하고 많은 비로 홍수피해를 발생시키기도 합니다.

태풍에게는 좋은 측면도 있습니다. 태풍은 열대지역의 과잉 에너지를 추운 고위도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일종의 지구의 에어콘 역할을 하지요. 또한 태풍은 많은 비를 뿌려 가뭄을 해소하기도 하며 바다를 깨끗이 청소해 주는 역할도 합니다. 태풍이 지나간 자리는 많은 영양염류가 공급되어 좋은 어장이 형성되기도 합니다.”

 

Q. 수퍼태풍은 어떤 태풍입니까.

 

A. “수퍼태풍은 풍속이 65km/sec 이상인 4등급 이상의 강한 태풍을 말합니다. 태풍 매미는 3등급 정도의 태풍으로 수퍼태풍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아직까지 수퍼태풍이 한국에 온 적은 없지만 가까운 미래에 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Q. 기후변화에 대처할 방법은 있는지.

 

A. “방파제나 댐을 만들 때에 지금까지 기후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지었기 때문에 앞으로 수퍼태풍이 온다면 그 피해는 엄청날 것으로 생각됩니다. 즉 방파제나 댐 등이 지금까지 가장 강했던 태풍 매미의 강도를 기준으로 짓고 있지만 기후변화로 이 보다 더 강한 태풍이 올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과거의 자료만을 기준으로 삼는 건 매우 위험합니다. 기후변화를 고려하여 좀 더 보강해야 합니다. 얼마전 미국에서 카트리나로 방파제 둑이 무너진 것도 기후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결과입니다.


또한 태풍에 의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수퍼태풍에 대비한 체계적인 대피시스템을 준비해야 합니다. 태풍이 오더라도 최소한 인명피해는 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미리미리 대피시스템을 만들어 민방위 훈련처럼 시나리오를 짜 놓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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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우리는 태풍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A. “우리는 태풍을 2007년 나리때 경험해 봤습니다. 산을 오를 때 산을 얕보지 말라는 얘기가 있듯이 태풍을 얕보다가는 큰 일 날 수 있습니다. 태풍은 지구상의 가장 강력한 기상현상 중의 하나입니다. 태풍이 온다고 하면 긴장하고 조심해야 합니다. 외국에서는 며칠 전부터 대비책을 강구하고 모든 역량을 거기에 집중시킵니다.


태풍 나리 시기에 우리는 태풍을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태풍은 우리의 목숨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정부 국민 언론 모두가 그 중요성을 깨닫고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또한 태풍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대비책의 마련이 필요합니다. 이것은 일종에 보험을 드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가 자동차 보험을 들면 1년 동안 사고가 없을 경우 그 돈이 아깝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보험 없이 큰 사고를 당하면 그 피해는 엄청날 것 입니다. 태풍도 마찬가지입니다. 미리미리 대비해 놓지 않으면 단 한번의 피해로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Q. 태풍에 대한 앞으로의 연구과제는.

 

A. “아직도 우리나라는 태풍의 진로나 강도 예보의 정확도가 낮습니다. 적어도 2-3 일전에는 정확한 태풍 예측이 이루어져야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기술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할 것 입니다.”

 

kohj007@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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