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의종말_272.식품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요즘에는 뉴스를 통해 식품과 관련된 문제점이 거의 매일같이 오르내린다. 그 엄청난 빈도와 강도에 이제 익숙해질 만도 하련만, 결코 익숙해지지 못하는 것은 ‘식품은 바로 우리 자신’이기 때문일 것이다. 급기야 식품점마다 유기농코너가 마련되고, 비싼 값을 치르고라도 좀더 ‘깨끗한’ 식품을 먹겠다는 의지가 곳곳에서 드높아가고 있지만, 혹시 이 ‘비싸고 깨끗한’ 식품들마저도 알고 보면 과거의 ‘평범한’ 식품들보다 영양학적 가치가 더 낮다면 대체 우리에게는 어떤 선택지가 남게 될까? 캐나다 출신의 언론인이자 농부인 토마스 폴릭은 식품 문제와 관련해서 이미 궁지에 몰린 현대인들에게 마지막 쐐기를 박는다. 현대 기업농의 손에서 나오는 식품들은 말 그대로 식품으로서의 수명이 다 해간다는 충격적인 보고를 통해서 말이다.

 

줄어드는 영양소, 늘어나는 유해물질! 채식주의도 유기농도 완벽한 대안이 아니다

저자 본인이 북미의 평범한 슈퍼마켓에서 토마토를 구입하며 직접 겪은 에피소드로 시작하는 이 책은 결국 ‘테니스공’에 비견될 만큼 질기고 탄성이 큰 토마토로 인한 ‘오기’ 때문에 결국 저자가 발 벗고 나서서 대체 왜 이런 문제가 벌어지고 있는지 탐구해나가는 과정을 맛깔나게 그리고 있다. 게다가 저자는 북미에서 진행되는 식품에 대한 연구는 이런 연구에 지원비를 제공하는 대기업의 영향 때문에 편향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근거해 유럽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 진행되는 방대한 연구 자료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간다. 그 결과 드러나는 사실은 이제 식품, 그중에서도 먼저 야채류는 최고의 존재이유라 할 수 있는 영양학적 가치를 차츰 상실하다 못해 오히려 인체에 해악을 미치는 성분들을 축적해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가공할 상황이 발생한 것은 식품이 점차 산업에 의해 포섭되면서 이윤논리를 통해 공장에서 생산되듯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가장 많은 이윤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기업은 식품 소비자에게 가장 중요한 영양학적 질이나 맛 따위에는 관심을 두지 않은 채, 원거리 운송과 장기보관 과정에서도 훌륭한 외관을 유지하는 식품을 만들어내는 데에만 골몰하다보니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광우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채식주의자가 되어도, 알 수 없는 미래의 불행을 예방하기 위해 유전자조작식품이 아닌 것이 분명한 야채와 과일만을 골라먹어도(하지만 유전자조작식품을 피하는 일 자체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중에서도 애써 비싼 돈을 들여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 식품만 찾아다녀도 어느 순간부터 영양실조나 부작용으로 시름시름 앓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 때가서는 육식업자들이 적반하장으로 애꿎은 채식주의를 비난하며 육식주의 이데올로기를 설파하게 될까?

 

무엇이 문제이며,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뒷장에 서술되는 육식업의 문제나 식품에 포함될 수 있는 독성물질에 대한 설명은 이미 그동안 많은 ‘식품사건’의 과정에서 언급되던 내용들이라 그렇게 새롭지는 않다. 하지만 가령 양계장과 도살장의 생생한 르포는 이미 알던 내용이라 하더라도 충분히 새삼스럽게 불편하고 눈물겹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발생하게 된 원인에 대한 추적은 이 산업농의 문제가 단순히 농업과 식품 문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체제 전반’의 문제임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고 만다면 폴릭은 분명 무책임한 저자일 것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는 ‘분명 대안은 있다’고 외치며 우리가 이 ‘어둠’에서 벗어나기 위해 직접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상당히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북미의 식품문화를 배경으로 한, 북미의 자료들이라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독자들 스스로가 직접 더 많이 공부하고 연대할 수 있도록 참고자료와 관련조직들에 대한 소개도 친절하게 제시되어 있다. 이제 남은 것은 독자의 선택이리라. 산업농이 제조하는 무늬만 식품인 빈껍데기를 먹으면서 시름시름 죽어가거나, 건강하고 생기 있는 삶을 위해 매일매일 투쟁하거나.

 

저자소개

35여년간 과학, 환경, 농업 전문 언론인 겸 편집인으로 일했다. 농업부문의 보도와 관련해서 캐나다잡지상(National Magazine Award)을 한 차례 수상했고, 캐나다과학저술가협회상(Canadian Science Writers’ Association Award)을 세 차례 수상했다. 농업저널리즘으로 석사학위를 가지고 있으며, 저서로는 ‘농촌에서의 전쟁(The War in the Country, 2009)’, ‘보이지 않는 농장(The Invisible Farm, 2001)’ 등이 있다. 유엔식품농업기구의 격월간지인 세레스(Ceres)지의 수석편집인으로 6년간 일하기도 했다. 현대는 캐나다의 동부온타리오에 있는 60헥타르 정도의 농장에서 일하며 삶을 꾸려가고 있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