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종일 기자]얼마를 ‘어떻게’ 줄이나

 

온실가스 감축은 정부의 목표달성을 주장하는 추상적인 구호만으로는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없고, 에너지 소비의 지역, 계급, 계층 양상 등의 정확한 진단이 도출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환경전문가들 사이에서 일어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사) 한국기후변화학회와 공동으로 지난 6일 서울 밀레니엄 힐튼 호텔에서 “COP15 이후 기후 변화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 했다.

 

이번 토론회는 우리 나라가 202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중기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근본적인 기반인 배출량 보고 제도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기후 변화 대응 방안을 수립하기 위해 관 ․ 학 ․ 연을 포함한 사회계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자리였다.

 

윤승준 국립환경과학원장은 개회사를 통해서, 우리 나라가 지난 11월에 국가 온실가스 감축 보고서를 발표했으며, 지난 12월에 미 환경보호청이 온실가스를 유해 화합물질로 규정한 것에 발 맞춰 우리의 대기 관련 법규들을 개정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윤 원장은 환경과학원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초 자료 확보를 위해, 전국 248개 지방자치단체에 부분별 감축 자재량을 산정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녹색성장위원회 우기종 단장은 축사를 통해 저탄소녹색성장 기본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었음을 밝히고 국제사회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이루기 위해 ‘미 퍼스트(Me-First)’를 버리고 사회적인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을 정부와 함께 하자고 제시했다.

 

또한, 김인환 한국기후변화 학회장은 기후 변화 문제가 국제정치 요소로 흥정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하며, 흥정이 된 환경은 환경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 축사를 통해 주장했다.

 

김 학회장은 각국은 ‘얼마를 줄인다’고 말했는데, 이는 해당 국가들에게 각국의 목표의식의 진정성이 기술과 과학의 문제를 중요하게 만들며, “감축량의 인벤토리라던지 검증문제라던지 감축에 따르는 제도적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앞으로의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이라 예상했다.

 

‘top-down’에서 ‘bottom-up’으로

 

김신도 교수의 발제 장면
▲ 김신도 교수의 발제는 구체적 데이타를 사용하여 주목을 받았다

서울시립대학교 김신도 교수는 ‘지자체의 온실가스 산정 및 감축목표 관리’란 발표를 통해서, BAU 대비 30% 감축의 정부의지가 구호차원으로 “어디! 어떻게 줄여!” 하는 식으로 하면 안될 것이라 지적했다.

 

김교수는 어느 부분을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를 빠른 시간 안에 구체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그는 에너지의 사용과 종류와 패턴이 지역마다 다름을 구체적 데이터를 통해서 제시했다. 서울에서는 산업분야의 온실가스 배출이 5%에 지나지 않으며, 서울의 온실가스 배출이 심한 지역은 고층 건물이 밀집한 강남임을 조사결과를 통해서 제시했다.

 

김교수가 한국전력의 데이터를 통해서 서울의 400만 가구 전체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직접 조사한 도표는 많은 호응을 얻었다.

 

이날 화제가 된 김신도교수의 조사 성과

▲ 이날 화제가 된 김신도교수가 데이터를 통해서 서울의 400만 가구를 분석한 서울시 온실가스

배출지도


김교수는 30%를 줄이라고 하며 구체성을 제시하지 못하는 탑 다운(top-down) 방식의 환경정책을 비판하고, 바람직한 환경정책은 에너지 수요의 조사데이타 확보를 통해 바텀 압(bottom-up) 방식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지방자치단체는 온실가스 배출량 조사를 통해서, 미래 온실가스 배출량 변화를 예측하고, 감축 잠재력에 대한 저감효과를 분석하고,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검증하는 연속과정을 수행해야 한다고 결론을 통해 밝혔다.

 

감축 할당량 나누기 ‘투쟁’ 될 것

 

민만기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은 ‘COP 15 이후의 과제와 한국의 기후 변화 문제 대응’이란 발제를 통해서, 코펜하겐 합의 실패가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발표했다.

 

민 사무처장은 코펜하겐 합의 실패는 환경 분야의 문제에서 현실적인 일반 문제로 부각될 것이라 예측했다. 또, 부문간, 산업간, 기업간, 계층간, 지역간, 개인간 책임 및 감축 할당량 나누기 투쟁의 발생 가능성을 예측했다.

 

그리고, 녹색교통운동 사무처장은 녹색성장위원회가 BAU 대비 30% 감축을 주장했지만 당사자 동의를 받은 것이 아니라고 발표하며, 유럽에서 논의된 바처럼 한국에서도 올해부터 관련 투쟁이 발화될 것이라 주장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김운수 센터장은 ‘COP15 이후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정책 방향’로 벌어진 발표를 통해서, 미국과 영국, 일본, 중국 등 주요 국가별 기후 변화 대응 전략을 소개하고 COP15 이후 우리나라의 감축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전의찬 세종대학교 교수는 “해외 온실가스 배출량 인벤토리 구축 ․ 검증 및 시사점”의 결론을 통해서, 온실가스의 인벤토리에는 통합관리에 유리하나 통계의 정확성이 떨어지는 중앙관리형과 일관성있는 관리는 어려우나 관련 통계의 전문성이 확보되는 분산관리형이 있음을 지적하고, 우리나라의 온실가스가 분산관리형이라 각 참여 기관과 유기적인 협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온실가스 정책에도 모니터링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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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토론회 열기는 주제토론에서도 이어졌다

고재경 경기개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방자치단체가 인벤토리 문제를 외주에 맡기는 경우가 많고, 인벤토리 자료를 업데이트 할 능력이 되지 않는 것을 지적했다. 또, 중복 투자를 막기 위해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정책 연계를 위한 인벤토리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또, 고 책임연구원은 정책이 실생활에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의 모니터링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승원 녹색성장위원회 과장은 지방자치단체가 온실가스 감축계획을 각각 중구난방으로 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주제발표의 좌장을 맡기도 했던 수원대학교 장영기 교수는, 온실가스 환경정책에 있어서 인벤토리의 중요성은 더 언급할 필요가 없다고 발언하고, 그 위에 인벤토리를 구축 가능하게 하는 자료의 지속적이며 체계적인 확보를 위한 전략성이 강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교수는 정확한 배출 자료도 중요하지만 감축목표 달성을 어떻게 확인하고 분야간 계층간 지역간 할당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장했다. 또, 정부 부처간의 과도한 녹색성장 분야의 경쟁이 가져온 문제점으로, 기후 변화에 역행하는 정책까지도 ‘저탄소’란 딱지가 붙어서 녹색성장으로 운영되고 있는 사실을 발언했다.

 

그리고, 장영기 교수는 정책의 성공은 설득논리 개발이 중요하다고 지적하며, 시민들에게는 직접적으로 유해한 공해물질보다 상대적으로 무감각할 수 있는 온실가스에 ‘올-인(all-in)’하는 정책이 시민들에 동의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측면의 위험성을 제시했다.

 

조홍섭 한겨레신문 국장은 환경과학원이 환경시민단체보다 국제 환경 조류에 한발 빠르게 대응했다는 점을 칭찬하며 토론을 시작했지만, 환경운동의 동력이 전 지구적으로 소진될 위험을 주장하고 지금의 환경부는 환경부 답지 않다고 비판했다.

 

하지원 서울시의회 의원은 기후 변화 정책이 시민과 호홉하며 시민의 생활 습관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발표장은 겨울 한파를 무릅쓰고 찾아온 기후 변화에 대한 우리의 대응 전략에 관심있는 이들로 가득 찼다.

 

Tip

 

*COP15 (Conference Of Parties 15): 기후변화협약 제15차 당사국총회

*BAU(Business As Usual) : 온실 가스 배출 전망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을 경우 온실가스 배출 전망.

 

litdoc@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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