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환경일보】박문선 기자 = 인천시 부평구 알코올상담센터장, 정신과 전문의 설지환은 해마다 신학기가 되면 각종 음주관련 사고들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전년도에도 꽃다운 청춘의 젊은이들이 아까운 목숨을 잃고 말았다. 입시라는 관문을 통과하고 장밋빛 대학생활을 펼치려던 당사자들과 고생하며 뒷바라지한 가족에게 참으로 안타깝고 억울한 죽음이며, 장래가 창창한 젊은이들의 죽음은 우리 사회에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흔히 술을 흥분제로 오해하지만 실상 술은 중추신경계 억제제이다. 술은 뇌에 작용하여 마취시키며 뇌의 부위에 따른 행동장애를 일으킨다. 흔히 말하는 주사는 술이 흥분을 시켜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뇌에 있는 충동을 조절하는 중추를 술이 억제하여 발생하게 된다. 이에 따라 평소에 얌전하던 사람이 쉽게 흥분하고 화를 내고 폭력적이 되기도 하며 평소에 점잖던 사람이 외설스런 말을 하고 성적인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알코올 농도에 따른 행동변화를 보면 혈중 알코올 농도 0.05%(체중 70kg인 남자의 경우 술 2잔/ 50kg인 여자의 경우 1~2잔)에서는 사고력, 판단력, 자제력이 약화되고 수의적인 운동기능이 어색해진다. 이 농도가 음주 단속의 기준이 된다. 혈중 알코올 농도 0.1%(4~5잔/ 2~3잔)에서는 수의운동의 조화가 깨지면서 사고 위험성이 10배가 높아져 음주 운전 사고나 음주 후 실족사고 등이 발생하게 된다. 이 농도이면 운전면허 취소가 된다. 0.2%(8~9잔/5~6잔)에서는 전 운동영역의 기능이 상당부분 억제되고 감정 조절에도 영향을 받는다. 0.3%에서는 지각 마비가 오고 혼돈, 혼미 상태가 된다. 0.4%에서는 혼수상태가 되고 0.5%에서는 호흡, 심장박동 조절 중추에 영향을 주어 사망에 이르게 된다.

 

흔히들 적당한 음주는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말을 한다. 하지만 뇌에 있어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술은 뇌의 건강에 있어서 해만 될 뿐 이득은 전혀 없다. 알코올은 뇌 세포를 파괴시켜 기억력 등의 인지기능을 손상시키며 심할 경우 알코올성 기억장애나 알코올성 치매를 일으킨다. 한참 학업에 열중해야할 학생들에게 이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세상에는 술을 마실 수 있는 사람과 술을 마셔서는 안 되는 사람이 있다.

 

기쁘거나 슬프거나 고민이 있거나 괴로울 때 일시적인 만족을 위해 술을 마시는 경우가 있다. 흔히 알코올 중독이라고 말하는 알코올 의존 환자의 경우 일반인에 비해 초기에 이런 심리적 의존의 경향이 더 많다. 유전적으로, 가족력 적으로 술에 취약한 사람들이 젊어서부터 지속적으로 술에 노출될 경우 술을 조절할 수 없는 알코올 의존이 오게 된다. 따라서 집안에 술 문제 있는 가족이 있는 학생들은 술을 더 조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신입생 환영회 등에서 선배들이 신입생들에게 술을 강요하고 벌칙을 주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는 것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정신분석학적으로 이것은 일종의 가학증적인 모습으로 볼 수도 있다. 신입생 환영회에서 피해자였던 신입생은 선배가 된 후 이번에는 가해자로 변모한다. 이것은 일종의 ‘공격자에 대한 동일시’로 볼 수도 있다. 학대받던 며느리가 나중에 더 무서운 시어머니가 되는 식이다. 이로 인해 이러한 행동들은 대물림 되어 반복되게 된다.

 

사회·문화적으로 볼 때 잘못된 음주문화가 문제가 된다. 술이 있어야 덜 어색하고 술자리에서 서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며 끈끈한 유대감을 느낀다. 술을 강요하고 후배가 술을 거절할 경우 단순히 음식을 거절한 것이 아니라 본인을 거절하거나 무시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불쾌하게 여기게 된다. 후배는 집단으로부터 배척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술을 거절하지 못한다.

 

건전한 음주문화 정착이 필요하다. 사발식이나 게임으로 벌주를 마시다 보면 과음을 할 수 밖에 없다. 술자리에서 술을 잘 마시는 사람을 괜찮은 사람, 능력 있는 사람으로 여기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좋지 않게 여기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술을 많이 마시지 못하거나, 마실 수 없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중추신경계 억제제로 뇌의 파괴에 관여하며 중독성이 있는 술을 강요하는 것은 역시 중독성이 있으며 발암물질인 담배를 강요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건강 문제가 아니더라도 적어도 기호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그들의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 술을 거절한다고 빠졌다거나 당돌하다거나 선배를 우습게보고 무시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실제로는 본인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나도 신입생 때 고생했으니 너도 고생해라 식의 본전 생각은 버려야 한다. 나부터 바뀌어야 변화가 생긴다.

 

선후배간의 단합과 유대에는 술 말고도 다른 방법들이 얼마든지 있다. 밤새 술에 취해 형, 동생 하다가도 술이 깨면 서먹한 것이 술자리에서의 관계이다. 오히려 맨 정신에서 하는 운동이나 취미 봉사 활동들이 집단 내의 단합이나 유대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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