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륜차 사진.

▲전국에 수백~수천개의 매장을 가진 대형배달업체들은 배달을 위해 사용 중인 이륜차로 인한

대기오염에 대한 책임의식이 부재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환경일보 김경태 기자]2008년과 2009년에 걸쳐 서울시는 도미노피자와 미스터피자와 협약을 맺고 각각 20대와 7대의 전기 이륜차에 대한 보조금을 지원하며 대기질 개선을 위한 서울시의 노력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해당 피자업체 역시 각종 언론매체와 홈페이지를 통해 자사의 환경개선 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대형배달업체들은 대기환경을 오염시키는 ‘주범’이며, 일반 승용차에 비해 막대한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이륜차에 대한 기본적인 환경의식조차 부재하다는 비판이 강하게 일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음식을 배달해야 하는 특성상 수천대의 이륜차를 이용해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이로 인해 발생되고 있는 대기오염에 대해서는 심각할 정도로 의식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책은 커녕 실상조차 파악 못해

 

전국 1850개의 매장을 거느리고 있는 BBQ 관계자는 이륜차 선정기준에 대한 질문에 “매장의 사장님들이 테스트를 통해 선호하는 모델을 선정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대리점 주인들의 성능만족도만을 고려할 뿐 이륜차가 배출하는 각종 매연에 대한 환경적 고려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에 많은 매장에서 운용하고 있는 이륜차들이 발생시키고 있는 대기오염과 관련해 따로 지침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오히려 “우리는 제작된 오토바이를 사용할 뿐이다. 그러한 사항은 오토바이 제작업체에 문의해라”라고 말했다. 수천대의 배달용 이륜차가 배출하고 있는 막대한 오염물질 배출에 대한 문제의식은 커녕 뭐가 문제냐는 식이었다.

 

불법유통된 이륜차가 워낙 많아 정확한 수요를 산출하기는 어렵지만 대체적으로 전문가들은 서울에만 약 45만대가 넘는 숫자의 이륜차가 운행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50cc급이 4~5만대, 음식배달용이 2만~3만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 이륜차들이 뿜어내는 각종 공해물질 또한 엄청난데, 국립환경과학원 자료에 따르면 음식배달에 사용되는 50cc 미만 스쿠터(2006~2007년식)가 배출하는 일산화탄소의 양은 승용차(휘발유 사용, 50㎞ 기준)의 12.6배, 탄화수소는 156배에 달한다고 한다.

 

앞서 거론한 BBQ의 경우 1850개 매장에 평균적으로 2대씩의 배달용 이륜차가 있다고 가정할 경우 약 3700대에 이르며, 이 업체에서 뿜어내는 매연의 양은 승용차가 배출하는 일산화탄소 4만6220대 분, 탄화수소 57만7200대 분량에 해당한다. 기준 대상이 비교적 신형인 2006~2007년식이고 보면 실제 배출양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작 BBQ의 업체 홈페이지를 보면 회사의 경영이념에 대해 ‘윤리경영, 환경경영, 고객만족 경영’이라고 홍보하고 있으며 이 같은 사정은  1700개의 가맹점을 가진 페리카나 치킨이나 1000개가 넘는 교촌치킨 등 배달업계 공통의 문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요즈음 각 기업은 거창한 구호를 들어 환경에 앞장서는 책임 있는 기업임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환경경영은 커녕 대기환경 오염에 ‘한 몫’ 톡톡히 하고 있다.

 

전기이륜차 20대 생색, 나머지 1000대는?

 

서울시 지원으로 전기이륜차를 시범운행 중인 도미노피자와 미스터피자는‘배달용 전기오토바이를 도입하는 등 환경보호 실천에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라고 생색을 내고 있지만 1000대가 넘는 나머지 이륜차의 대기오염에 대해서는 아무런 지침이 없다.

 

전국 360여개의 매장을 가진 미스터피자의 관계자는 배달용 이륜차의 운영실태에 대해 “직영매장은 직접 스쿠터를 구입하고, 지점의 경우 대부분 계약을 맺어 대여하고 있다”라고 밝혔으나 배달용 이륜차의 환경오염과 관련된 회사방침에 대해서는 어떠한 설명도 들을 수 없었다.

 

이는 다른 배달업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정직을 바탕으로 최선을 추구하는 피자헛’이나 ‘고객의 행복을 추구하는 미스터 피자’, ‘사회적인 책임을 실현하는 도미노 피자’ 등의 업체 역시 정작 그들의 주된 영업수단인 배달용 이륜차의 환경오염에 대해서는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지구온난화 문제로 인해 전 세계가 떠들썩한데도 불구하고 오토바이의 매연 배출에 대해 대형업체들이 문제의식조차 없다는 것은 대단히 한심한 일이다”면서 “피자가 아니라 매연을 팔아 장사하는 꼴”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주행거리 1㎞당 오염물질 배출량을 나타내는 배출계수는 스쿠터(50cc미만, 2006~2007년식)가 일산화탄소(CO) 4.189g, 탄화수소(HC) 1.561g으로 휘발유 승용차(CO 0.332g, HC 0.010g-50㎞ 주행시)에 비해 각각 12.6배, 156배 높은 것으로 나타나 대기오염의 주범이 자동차가 아닌 이륜차임을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2003~2005년식의 경우 각각 23배, 337배에 달하는 오염물질을 배출한다.

 

제작과정에서의 온실가스 배출을 제외하고서도 피자나 치킨과 같은 음식을 배달시킬 때마다 이륜차가 최소 1㎞ 거리를 달린다고 하면 피자 한판에 4.1g의 일산화탄소와 1.5g의 탄화수소를 추가로 배출되는 셈이다. 2003~2005년식 이륜차라면 각각 7.6g의 일산화탄소와 3.7g의 탄화수소를 배출하게 된다.

 

이에 대해 한 환경전문가는 “피자나 치킨과 같은 배달음식이야 말로 탄소성적표지를 도입해서 그들이 얼마나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지 소비자들에게 똑똑히 확인시켜야 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기업에서 환경오염에 대한 대책은 커녕 이륜차의 대기오염에 대한 실상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정말 한심한 일”이라고 말했다.

 

버스보다 이륜차 매연 배출이 심해

 

환경부에 따르면 이륜차의 일산화탄소 배출량은 연간 5만4866톤으로 전체 차량에서 배출되는 일산화탄소(68만3588톤)의 8%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버스(3만3868톤), 승합차(3만6423톤)보다 많은 양이고 전체 승용차(34만4908톤)의 15.9%에 이르는 수준이다.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배출량도 8908톤으로 조사돼 버스(8057톤), 승합차(3392톤)를 넘어섰다.

 

참고로 일산화탄소(CO)는 적혈구의 산소결합을 방해하고 호흡기, 순환기 질환을 일으키는 물질이다. 또 VOCs는 오존을 유발하는 물질로 대기 중 오존 농도가 높아지면 폐기능 저하, 호흡기 급·만성질환, 두통, 안질 등을 일으키는 물질이다.

 

전기오토바이.
▲환경부는 2008년 이후 성능이 만족스럽지 않다며 전기이륜차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다.

환경부, 전기이륜차 성능 못 믿어

 

이처럼 스쿠터로 인한 대기오염은 예전부터 지적된 문제지만(본지 2008년 4월6일, 2009년 1월10일) 아직 뚜렷한 해결방법은 없는 실정이다.

 

지난 2005년부터 행정기관과 공공기관에 624대의 전기이륜차가 공급됐으나 2008년에 중단된 상태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전기이륜차가 화물 등을 실었을 때의 출력이나 등판능력에서 휘발유 차에 비해 딸리는 것이 사실”이라며 “사용자의 불만이 끊이지 않아 차후 전기이륜차의 기능 향상 정도를 보고 다시 판단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반해 전기이륜차를 생산하고 있는 업체의 입장은 다르다. 차세대 2차전지 스쿠터의 경우 4시간 충전으로 120㎞ 정도 주행할 수 있으며 최고 65㎞/h 속도를 낼 수 있다. 전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연료비가 절감됨은 물론 올바르게 관리한다면 수명 역시 2~3배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소음이 거의 없고 배출가스가 전혀 없기 때문에 해외 주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한편으로 업체들은 정부가 전기자동차에 쏟는 관심에 비해 전기 이륜차에 대한 관심이 너무 적다고 하소연한다. 전기이륜차를 생산하고 있는 한 업체 대표는 “아직 나오지도 않은 전기자동차에 대해서는 각종 지원과 관심이 쏠리는데 비해, 전기 오토바이는 있던 보조금마저 끊겼다”면서 “전기이륜차 시장만 해도 10년 후 100만대에 달하는 거대시장인데, 이미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해 생산하고 있는 업체를 제대로 육성하지 못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서울시는 2008년 도미노피자의 20대, 2009년에는 미스터피자와 7대의 시범보급 사업을 펼쳤으며 최근에는 대당 100만원의 보조금을 상향해 일반 이륜차와의 차액 보조를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그간의 보조금은 환경부와 지자체가 각각 50%씩 부담하던 것으로, 환경부의 지원이 끊긴 이상 서울시가 전액 부담해야 하지만, 확인 결과 ‘검토’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지원 예산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최근 들어 전기자동차 보급, 경유차 매연저감장치 의무화 등의 조치로 맑은 공기를 만들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정작 매연의 주범인 이륜차에 대해서는 확실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080404005103_001_org.

▲이륜차는 자동차와 같이 정기검사가 없으며 아울러 50cc이하 스쿠터는

등록의무조차 없어 몇대가 있는지 파악조차 안되고 있다.


스쿠터가 ‘완구’로 둔갑해 수입

 

정식절차를 밟지 않고 완구 등으로 불법수입돼 유통되고 있는 중국산 이륜차의 경우 얼마나 운행되고 있는지 파악조차 불가능하다. 또한 50cc 이하 스쿠터를 몰래 들여와 이를 100cc나 125cc로 불법개조해 인터넷 등을 통해 유통시키고 있다.

 

아울러 수입절차를 밟은 제품조차 법의 맹점을 노려 기준 이하의 제품이 무차별적으로 수입되고 있다. 환경과학원이 최근 수입 이륜차 35종에 대한 배출허용기준 준수 여부 확인을 위한 수시검사 실시한 결과 43%인 16개 종에 대해 판매중지 조치를 취했다. 5개 차종은 검사결과 최종 불합격 판정을 받았으며 11개 차종은 검사 차량을 제출하지 못했다.

 

현행 제도상 샘플 한 대만 검사를 통과하면, 같은 모델은 검사 없이 수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최초 검사대상만 허용기준을 통과할 뿐, 이후 가격을 낮추기 위해 저가의 제품을 사용하거나 매연 저감을 위한 부품을 제거한 불량품들이 무차별적으로 수입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자동차처럼 배출가스 정기검사제도가 없다는 것도 큰 문제점이다. 자동차의 경우 심각한 매연을 배출하는 차량은 운행이 불가능하지만, 50㏄ 이하 소형 이륜차의 경우 등록 의무조차 없어 몇 대가 운행되고 있는지 파악조차 할 수 없으며 도난이나 범죄 악용에도 속수무책인 실정이다.

 

이와 관련 국토해양부에서는 관련법 개정으로 2011년부터 소형 스쿠터에 대한 등록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앞으로 운행 중인 수입 이륜차도 결함확인 검사를 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mindaddy@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