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량 부족 및 수질악화로 서식 어류 급감해

보 설치 및 기초시설 확충 등 진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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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산강유역환경청

정병철 유역관리국장

“우리가 영산강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게 도와주셔요. 잉.” 소설 ‘타오르는 강’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이 글을 쓴 문순태 작가는 영산강을 사랑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워낙 많은 작품에서 영산강을 무대로 등장시켰기 때문이다. 그는 영산강을 한마디로 ‘핏줄’이라고 표현했다. 영산강은 전라도의 핏줄과도 같아서 이 핏줄이 깨끗하고 건강해야 사람이 건강할 수 있듯이.

 

지난해 11월22일 영산강 승촌보 현장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희망선포식이 열렸다. 영산강 살리기 사업의 첫 걸음을 뗀 것이다. 이날 희망선포식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영산강을 친환경적으로 복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때 ‘호남의 핏줄’이었던 영산강은 1972년 영산강유역 종합개발사업이 시작되면서 댐이 지어졌고, 1981년 하굿둑마저 들어서자 상류에서 흘러들어온 퇴적물, 쓰레기 등은 쌓여가고 유량은 부족해지고 있다. 현재 영산강은 4대강 중에서 수질오염이 가장 심각하고 가뭄 때는 4~6급수로 전락해 식수는 물론 농업용수로도 사용하기 어려울 만큼 나빠진 상태이다.

 

환경부는 2008년 5월과 10월 영산강 36개 지점에서 수생태계 건강성 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우리 영산강이 얼마나 병들었는지, 왜 영산강 살리기 사업이 필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영산강에서 서식하는 어류는 총38종으로 금강(69종), 낙동강(58종), 섬진강(57종)의 대략 절반 수준이었고 베스, 블루길 등 외래어종의 분포가 영산강 26개 지점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수질 악화와 함께 유속이 느리고 수심이 얕은 환경적 특성이 그 원인으로 분석됐다.

 

영산강에서 수질문제를 포함한 물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유량 부족이다. 더욱이 기후변화로 빚어지는 집중호우와 가뭄의 양극화 현상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추세이다. 여름철에 내리는 비가 연 강수량의 약 70%를 차지한다. 반면 1년 중 절반을 차지하는 갈수기(10월~이듬해 4월)에는 강물이 메말라 물 부족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1년 내내 깨끗하고 풍부한 강물을 확보하기 위한 근본 대책으로 영산강 살리기 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영산강 살리기는 오래전부터 수질 악화로 신음해온 영산강 유역을 생태적으로 건강하게 복원하고, 풍부한 수량을 확보해 유역 내 지역민들에게 풍요로운 영산강을 되돌려주는 획기적 계기가 될 것이다. 수질개선에 최우선 목표를 두고 깨끗한 영산강을 되찾기 위한 방법을 계획하고 있다. 수질개선을 위한 시설기반을 바탕으로 생태기능을 회복하고, 자연정화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그 초점이 맞춰졌다.

 

영산강 살리기는 대규모 생태 복원 프로젝트이다. 영산강 승촌보․죽산보 2개 보(洑) 설치와 준설을 통해 풍부한 유량을 확보하고 환경기초시설 확충 등 수질 개선 사업이 병행된다. 보 설치로 인한 부영양화를 우려하는 일부 의견이 있지만, 국립환경과학원 수질 예측결과 승천보 등의 설치에 따른 체류시간 증가를 모두 감안하더라도 영산강의 수질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수유량 증가는 자정작용을 활발하게 하므로 하천의 수질개선에 기여할 것이다.

 

또한 추가적으로 수질보전의 필요성이 큰 일부 지역의 하수 및 폐수의 방류수수질기준을 최대 20배(총인 4→0.2㎎/L)로 강화하는 대책 등을 다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평소에는 공원 등으로 활용되다가 홍수 시에 물을 임시 저류하는 ‘신개념 치수대책’인 저류지가 1개(나주), 홍수조절지가 2개(담양, 화순) 설치되며, 영산호~영암호 연결 수로를 만들고 영산강 하굿둑의 수문을 늘려 홍수를 대비하는 사업 등이 시행된다.

 

만약 영산강을 지금처럼 방치해둔다면 현재의 영산강은 미래에도 4대강 중 가장 오염된 강이라는 불명예를 품고 하굿둑까지 이를 것이다. 영산강 살리기 사업은 과거 수십년 동안 개발사업에 일방적으로 희생된 영산강을 살리고 우리의 미래를 살리는 지름길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을 ‘경제위기 극복과 녹색경제 실현을 위한 모범 사례’로, 프랑스 센강 재개발을 총지휘하는 앙투안 그랑바크 교수는 ‘물을 이용한 한 단계 앞선 녹색정책’으로 평가했다.

 

이제는 ‘왜 하느냐’ 단계에서 벗어나 영산강이 호남의 희망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가’에 더 깊은 관심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물고기가 뛰놀고 아이들이 멱 감을 수 있는 깨끗한 영산강을 만들어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것이야말로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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