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유전자변형작물 개발 경쟁 가속화

안정성 평가 수행 및 특허장벽 넘어서야

 

이근표.
▲ 농촌진흥청 생물안전성과 이근표 박사
1865년 멘델이 완두콩을 이용해 유전법칙을 발견했다. 1952년 왓슨과 크릭이 유전을 결정하는 물질인 DNA의 구조를 밝히기까지 약 85년의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그런데 이 DNA를 붙였다 떼었다 하는 효소(생명공학의 핵심기술)가 발견돼 생명공학의 가능성이 열리는 데는 불과 16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10년 후인 1978년 대장균에서 인슐린이 대량으로 생합성돼 생명공학의 가능성이 검증됐고, 다시 3, 5년 후에는 유전자변형 동물과 식물이 개발됐다. 1996년부터는 유전자변형작물이 상업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했다. 이제 우리는 생명공학 기술을 산업적으로 이용하는 바이오 경제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생명공학의 기반이 되는 유전자원과 원천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하다. 우리나라도 생명공학기술을 육성하고 이를 산업화하기 위해 법률을 정비한 후 1994년부터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은 제2차 계획이 추진되고 있는데, 그 중 농업분야는 농생물자원 및 유전체 해독, 유전자변형농생물체 개발 및 안전성, 기능성 식품, 동물 질병 진단예방 및 축산물 위생으로 구분해 농촌진흥청 등 국가연구소, 대학 및 관련 민간기업에서 연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생명공학기술이 농업에 성공적으로 적용됐는데, 대표적인 사례로 유전자변형작물을 꼽을 수 있다. 유전자변형작물의 상업적 재배가 1996년 시작됐으니 어느새 15년의 역사를 가지게 된 것이다. 그동안 새로운 기술에 대한 안전성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세계적으로 이를 재배하는 면적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농업생명과학 응용을 위한 국제사업단(ISAAA)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25개국 1400만 농민이 1억3400만ha에서 유전자변형작물을 재배했다. 2008년 우리나라 총 경작지 면적의 76배에 달한다. 재배면적은 도입이 시작된 이후 매년 10% 이상 지속적으로 성장했고, 2009년에는 전년에 비해 7% 증가했는데, 그 증가율은 미국, 캐나다 등 유전자변형작물을 개발한 선진국보다 개발도상국에서 더 높다.

 

Cropnosis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농업생명공학시장의 가치는 105억달러로 추산됐는데, 전년도에 비해 14% 성장한 것이다. 2015년에는 15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증가율이 타 지역보다 훨씬 높다는 점이 특이하다. 다국적 농업생명공학기업이 아시아․태평양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증가는 중국과 인도가 견인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의 유전자변형작물 재배면적의 증가는 타 지역에 비해 높다. 재배뿐만 아니라 연구개발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현재까지 유전자변형작물의 연구개발은 몇몇 다국적 농업생명공학기업이 주도해 왔다. 그러나 국가의 식량안보와 식량의 질적인 향상에 대한 시급한 수요는 유전자변형작물이 가지는 경제적 및 환경적 가치에 더해 국가가 전략적으로 유전자변형작물의 연구개발에 투자하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중국은 경작지 감소와 인구증가의 도전을 받고 있으며 보다 강력한 식량안보 정책을 필요로 한다. 식량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농업생명공학기술을 이용한 녹색혁명에 기대를 걸고 있다. 원자바오 총리는 2008년 9월 말 유전자변형작물에 대한 연구개발 자금으로 3년간 35억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해충저항성 유전자변형 벼의 안전성이 중국에서 승인됐다. 앞으로 2~3년 후에는 유전자변형 벼가 대규모로 경작될 전망이다. 브라질과 인도도 공공연구소의 연구를 강화해 자국 고유의 유전자변형작물을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는 해충저항성 면화를 포함한 15개 유전자변형작물의 실용화를 위해 3억달러의 공공 연구개발비를 추가 조성하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일본은 유전자변형 카네이션을 재배하고 있다. 이제는 멀리 있는 미국, 캐나다, 아르헨티나뿐만 아니라 우리의 주변국들이 확실하게 자국에서 개발한 유전자변형작물의 재배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유전자변형작물의 개발과 산업화 경쟁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이러한 치열한 경쟁 환경 속에서 우리나라는 어디쯤 가고 있을까? 몇몇 작물은 실용화를 앞두고 안전성평가를 수행 중이다. 그러나 유전자변형작물이 심겨지기 위해서는 안전성 외에 넘어야 할 장벽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특허장벽이다. 몬산토를 비롯한 다국적 기업들은 전략적인 인수합병과 자체개발을 통해 유전자변형작물 개발과 관련된 원천기술을 적극적으로 획득해 왔다. 그리고는 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유전자변형작물 개발과 관련한 특허기술의 침해분쟁을 활발히 일으키고 있다.

 

이들 핵심기술의 특허권리가 3~5년이면 만료가 되지만 기술이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어 상세한 특허분석이 필요하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유전자변형기술의 실용화와 관련된 특허를 집중 분석하고 있다. 유전자변형생물체의 안전성에 대한 대중의 우려와 치열한 지재권 환경에서 철저한 안전성 검증과 특허분석은 국내에서의 농업생명공학기술 실용화와 기술수출로 나아가는 데 있어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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