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철

▲이수철 교수 (일본 메이죠

대학교 경제학부)

일본의 최근 온실가스 배출량은 12억 8600만톤(2008년)이며 이는 1990년 대비 1.9% 증가한 수준이다. 2008년 경기부진을 고려하더라도 우리나라가 같은 기간 중 약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을 생각하면 꽤 억제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종래 일본의 온난화 대책은 기본적으로는 일본경단련을 중심으로 한 업계의 자주적인 노력에 맡겨 왔으며 탄소세나 배출권거래제도 등 강제력이 수반되는 정책수단은 거의 활용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2008년 홋카이도 서미트에서 후쿠다 당시 수상이 2050년까지 현상의 60-80% 삭감 계획을 발표하면서 정책의 흐름은 자주적인

대책에서 배출권거래 등 정부 적극적인 대책으로 바뀌었다.

 

일본의 현행 배출권거래제도는 국가차원에서는 ▷자주참가원칙,  ▷총량방식과 원단위 방식의 병행을 기본으로 실시해왔다. 즉 경단련을 중심으로 한 산업계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경제산업성과 환경성의 공동시행의 통합형 배출권 거래제도는 기업이 자주적으로 배출삭감목표를 선언하고 목표 또한 원단위 방식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산업계에서 큰 부담없이 참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보로잉과 뱅킹 등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목표삭감량을 달성하지 못한 케이스는 거의 없었다.

 

올해 4월부터 동경도에서는 지방자치단체차원에서는 일본 국내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처음으로 총량규제방식의 배출권거래제도를 실시하고 있는데 공장보다는 오피스 빌딩이 주된 타겟이 되고 있다. 동경도의 입장은 국가는 철강 등 대형공장과 전력부문을 중심으로 배출권을 실시하고, 자치단체는 업무용 빌딩과 중소사업소를 중심으로 하자는 것이다. 동경도의 배출권거래제도 실시를 계기로 동경역 앞의 대형 신마루노우찌 빌딩이 풍력과 소수력발전 등 100% 녹색전력 구매로 이산화탄소 제로를 실현하여 화제가 됐다.

 

일본의 지금까지의 배출권거래제도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산업부문에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실험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올해 3월에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새로운 지구 온난화 대책 기본법안에서도 원안에서는 강제적 총량규제방식이었으나 최종적으로는 경제산업성과 경단련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원단위 방식도 함께 포함되고 있다. 원단위 방식을 인정할 경우 사업장은 총량배출제한의 규제를 피해할 수 있는 길이 생기기 때문에 산업계로서는 타협의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일본은 배출권거래제도를 추진하는 한편으로는 국내재원의 해외 유출을 억제(CER등 해외 크레딧 취득의 절약)하고 국내의 에너지 절약 가능 부문에서의 삭감량을 최대한 동원할 목적으로 국내 CDM, 카본옵셋 등 탄소크레딧의 유통을 장려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그리고 국내 녹색산업기반 육성과 환경가치 창출을 장려하기 위한 태양광 전력과 절전형 가전제품, 에코자동차 등에 대한 획기적인 보조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배출권거래제도 자체는 이론적으로도 약점이 많은 제도이다. 즉 성장력이 있는 부문에는 비용부담을 요구하는 반면 성장력이 떨어지는 부문에는 배출권판매형식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효과를 가져다주는 점이다. 아울러 카본리키지로 인한 공장의 해외 이전과 고용문제, 배출권가격의 급등락과 머니게임화 등 여러 가지 형태의 부작용 초래 가능성 등도 있다. 다만 배출권거래 제도는 온실가스목표달성을 확실하게 담보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며 경제 주체에게 ‘탄소=돈’ 라는 관념을 정착시킴으로써 탄소절약과 탄소 비지니스를 확대 창출하여 저탄소사회로의 길을 단축하게 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지금까지의 일본은 물론 EU나 미국의 웩스만마키법안의 제도내용을 보아도 산업 경쟁력문제를 최대한 고려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배출권의 제도설계는 기업의 성장동력을 손상시키지 않도록 신중하게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카본옵셋, 에코머니, 그린전력 증서, 에코포인트 등 국내재원의 해외 유출을 최소화하면서 경제와 탄소삭감을 양립시키는 ‘환경가치’의 생산과 유통을 장려하고 이들과 배출권거래제도와 연계할 필요가 있다.

 

정책당국은 이들 부문은 규제적 방식위주로는 육성성장이 어렵다는 사실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저탄소사회의 길을 앞당기려면 유도적, 조성적 제도기반을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부문에 국가재원이 적극적으로 배분되도록 정치적,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