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영.
▲ 한국소비자원 배순영 연구위원
지속가능한 사회창출의 요건이자 녹색성장의 주요기반으로서 저탄소 녹색소비가 필요하며, 이의 수준 제고를 위한 소비자·기업·정부의 총체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녹색소비는 개인소비자의 선호 측면도 있지만 공동체적 생활양식 성격이 강하므로 소비자·기업·정부 모두가 협력해야 괄목할 만한 진전이 가능하며, 특히 도입단계에서는 정부의 녹색소비 정책 드라이브가 매우 중요하다.

 

흔히 말하는 녹색소비는 소비의 경제적 가치에 추가해 환경적 가치나 사회적 가치를 고려한 소비로, 제품 및 서비스의 구매-사용-처분 전 과정에서 탄소배출 및 자원사용을 의식적으로 줄이는 소비행태이다. 넓게 봤을 때는 대상이 소비자·가정·공공·기업 등의 소비를 포괄하지만, 좁게 봤을 때는 소비자·가정을 대상으로 한 녹색구매-사용-처분을 의미하며, 시장의 속성상 핵심적인 범위는 소비자와 가정을 대상으로 한 민간녹색구매영역이다.

 

지속가능한 사회의 창출은 녹색생활이 운동이나 대안적 생활양식이 아닌 보편적 생활양식으로 자리 잡을 때 가능한데, 현재 조금 답보 된듯한 녹색생활 수준을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녹색소비 활성화와 같은 새로운 추진동력이 필요하다.

 

그 전에 현재 녹색소비 현황을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녹색소비 정책은 시장을 넘어서 생활전체를 아우르는 녹색생활정책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생활정책보다는 시장 및 녹색유통과의 연계에 초점을 두는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는 정책에 따르면 녹색소비 정책은 시장에서 소비자의 녹색선택권이 확보될 수 있도록 녹색소비를 촉진 및 유도·지원해야 하고 녹색유통을 통해 녹색시장 및 녹색생산과 긴밀하게 연결해야 한다.

 

녹색소비는 삶의 영역인 의식주·교통·여가 등으로 정책내용을 재분류해 보면 양적 측면에서 증대는 바람직하나 향후 파급력에 따른 정책 발굴 및 생활양식 변화에 따른 내용 보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재 나열식 정책 개발이 아니라 녹색소비의 파급력에 따라 집중적인 개발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실정에 따라 주택, 교통, 식품 3대 소비영역을 설정하고 이의 녹색 소비와 그에 관련한 전 부처의 집중적인 정책노력이 지속적으로 추진된다면 성과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정책으로 탄소포인트 및 탄소마일리지 등의 정책이 사용되고 있지만, 가격·비용 및 예산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수준이라 보기 미미하며 에너지가격체계의 개선과 경제적 수단의 개발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그 예로 호주의 가정 절수기 보급 정책을 들 수 있다. 호주는 가정 절수기를 각 가정에 보급하기 위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직접적인 보조금 지원책을 마련해 시행했고, 이 같은 경제적인 수단이 탄소 절감·에너지 절감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발적 탄소 감축국인 우리나라의 현실을 볼 때 이러한 정책 개발이 쉬운 일은 아니나 개인 탄소배출량을 설정할 예정인 영국의 런던처럼 기준설정의 노력은 시작되어야 한다고 본다.

 

녹색소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이다. 소비자의 주도권 확보는 현재 전기 확산기에 들어선 국내 녹색소비에 있어 필수적인 요건으로 소비자의 녹색권리와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조사에 따르면 물건을 구입할 때 녹색을 고려한다는 소비자는 80%에 달했지만, 가격보다 녹색소비를 위한 재생·친환경 제품을 선택하겠다는 소비자는 7%뿐이었으며, 품질보다 녹색소비를 하겠다는 소비자는 17%였다. 결국 소비자들이 녹색에 대한 인식은 있지만 실천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녹색소비에 동참하기 위해 정부는 몇가지 정책과제를 확인해야 한다. 먼저 녹색소비에서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녹색시장의 활성화와 경제적 촉진책을 도입해야 할 것으로 보이며, 소비자의 정보권과 안전·안심권을 확보해야 한다. 탄소라벨링 및 온실가스진단지표를 활성화하고 녹색시장 구축을 위한 허위과장 광고나 적색제품은 시장에서 퇴출해야 할 것이다.

 

또한 녹색소비에서 소비자의 피해구제권을 확보하고, 소비자 책임을 회복해야 한다. 이를 통해 중요한 것이 녹색소비 사회화 교육과 실천인식 제고와 실천기술습득 교육 등 다양한 소비 교육이다.

 

친환경주택, 그린카, 친환경농산물, 에너지 고효율 가전, 친환경생활용품, 생태관광 등 녹색산업의 성장은 녹색소비를 시대적 트렌드로 부상시켰으며, 무궁무진하게 발전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녹색소비가 단순한 이슈 트렌드를 넘어 메가 트렌드가 될 때 녹색성장의 기반이 마련된다고 할 것이다. 녹색소비를 메가 트렌드로 이끌 정부·기업·소비자의 총체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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