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의식과 예방 인프라 열악해 개선 필요

조화 이룬 5 Ware로 시너지효과 창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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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방방재청 예방안전국

 최월화 국장

최근 지진, 풍수해, 테러 등 각종 대형재난으로 지구가 멍들어 가고 있다. 아이티, 칠레에 지진이 발생, 국민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는가 하면 국가기강이 흔들리고 정권이 위협받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또 중국, 일본, 대만 등 주변국의 잦은 지진발생은 한반도도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각성과 함께, 우리 국민에게 재난예방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 재난은 누구(무엇)를 대상으로, 어디에서, 어떤 형태로, 어떤 규모로 발생할지 쉽게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인간생활의 모든 면 즉 생명, 신체는 물론 주택, 도로, 교육, 의료, 일자리, 산업, 자원, 보건, 복지, 사유재산에까지 미치는 범위가 매우 넓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의 안전의식과 예방인프라는 아직도 선진국에 비해 너무 열악해 조속한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런 우리의 현실을 조기 개선하기 위한 해법으로 재난예방의 5 Ware적 접근을 강조하고자 한다. 먼저 하드웨어(Hard Ware) 측면이란 구조적 장치의 강화, 즉 재해에 강한 구조물을 만들어 재난을 예방하자는 것이다. 건물, 도로, 다리 등 공공구조물은 물론 통신, 가스, 상하수도 등 라이프라인(Life Line)의 재해에 대한 대항력을 말한다. 지진대책에서는 구조물의 내진, 제진, 면진 장치를 들 수 있다. 직접적인 예산 투입으로 비교적 빠른 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지만, 그 효과는 가장 낮은 방법이다. 지속성이 없고 재난의 다양하고 돌발적 특성을 반영하는데 한계성을 노출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Soft Ware) 측면은 관리시스템과 응용시스템으로 나눌 수 있다. 관리시스템은 재해를 예측, 신속히 영향권에 있는 지역에 알리는 것이 생명으로 지진속보시스템이 좋은 예이다. 지진의 P파와 S파의 전달속도차를 이용, P파의 진동을 신속히 해독 실제 피해를 일으키는 S파가 전달되기 전에 영향권 내에 긴급 전파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시스템이다. 응용시스템이란 재해와 관련된 각종 정보를 다양하게 응용하고 조정하는 시스템으로 항공제어시스템, 교통기관 통제시스템, 산업시설제어시스템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반도체, 화학, 전자공학, 원자력 등 초정밀 산업이 발달해 지진 등 재해로 인한 미세한 진동이라도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로웨어(Law Ware) 측면은 법․제도적 장치의 강화를 말한다. 방재기준을 설정하고, 예방, 대비, 대응, 복구 등 단계별로 방재대책을 제도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방재분야의 로웨어는 새로운 규제가 되기 쉬워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어렵다. 지역별로 재해위험 정도를 정확히 예측, 지역실정에 맞는 세분화된 로웨어 마련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로웨어는 소프트와 하드를 뒷받침하지만 그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게 된다.

 

휴먼웨어(Human Ware) 측면은 인간방재역량으로 표현할 수 있다. 휴먼웨어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구축하고 로웨어를 운용하는 상위개념으로서 크게 공공휴먼웨어와 민간휴먼웨어로 나눌 수 있다. 공공휴먼웨어는 방재전문가, 방재행정인, 소방, 경찰을 비롯, 자율방재단, 의용소방대 등 공공부문의 방재역량을 말하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로웨어가 현장에서 작동하게 하는 핵심역할을 한다. 지난해 임진강 홍수사태는 재난예방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갖춰져 있었지만, 이를 현장에서 작동시키는 공공휴먼웨어의 작동이 미흡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또 민간휴먼웨어는 재난의 예측불가능성 때문에 위기상황 초동대처는 국민 각자가 자신의 역량을 키워 스스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역량을 말한다. 즉 공공휴먼웨어가 재난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위급상황이 종료되고, 공공휴먼웨어의 역할은 대부분 사후처리에 머물게 되므로 스스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자조(自助)역량을 강화해야 하는 것이다. 선진국에서 어린 유치원생부터 방재안전교육, 자조교육을 통해 민간휴먼웨어를 키워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컬쳐웨어(Culture Ware) 측면은 방재를 ‘지역사회 문화와 생활양식’으로 자리 잡게 하는 것을 말한다. 선진국에서는 방재가 국민 생활 속에 스며들어 문화로 정착해 있다. 즉 이웃과 잘 지내는 것이 ‘방재의 시작’이라는 인식이 깊이 뿌리내려 있다. 재난이 닥쳤을 때 도움 줄 수 있는 사람은 가까운 이웃이요 주변사람이지 소방, 경찰 같은 공공휴먼웨어가 아니라는 점이다. 6434명이 사망한 고베지진의 아수라장에서 먼저 도움을 받은 사람은 평소 이웃과 사이좋게 지내온 사람들이었다. 컬쳐웨어는 이처럼 이웃과 사이좋게 지내기를 시작으로 그것이 확대되고 지역주민이 하나가 돼 위기상황을 지역공동체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문화를 말한다. 이러한 문화가 더 확산되고 더 넓은 범위의 지역사회 문화가 되고, 일상생활을 통해 방재를 위한 행동으로 정착된 사회를 말한다.

 

재난예방의 5 Ware 접근은 한 두 측면의 접근을 통해 그 효과를 기대하기보다 5 Ware가 톱니바퀴처럼 서로 맞물려 조화를 이루면서 시너지효과를 창출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지역의 재난여건을 고려한 대책이 지역주민의 자율적 참여 아래 추진돼야 그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다는 인식의 공유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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