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남(4)
최근 ‘녹색’이 접두어로 될 만큼 유행어가 되면서 토목이라는 개념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좀 더 거시적으로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지구온난화 문제로부터 출발한 지속가능한 성장이 지구 생존차원에 부가 됐지만, 최근 2008년 2009년 1월 연속으로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Green Technology’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동기를 찾아보자는 것이며, 결국 2009년 다보스에서 ‘Green Technology는 Job Creation’ 라는 것에서 출발했던 것 같다. 최근 지구 살리기에서 경제 살리기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면서 녹색기술에 대한 주도권 싸움이 상당히 치열해졌다. 누가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하느냐의 경쟁이 된 것 같다.

 

최근 변화를 보면 미국발 금융위기로 녹색에너지가 한참 주가를 올라가려다 조금 주춤한 것, 유럽시장에서 탄소배출권에 대한 거래가격이 하락됐다는 것, 2009년 실패의 원인인 개도국들의 조직적인 반발이 작용하는 등 녹색에너지가 어려운 상황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곧 EU를 중심으로 탄소거래세가 도입될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선진국들의 녹색정책은 R&DD, 즉, 단순히 기술개발이 아니라 실행하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에너지와 탄소를 획기적으로 저감하고 차후 문제로 정부의 규제와 자발적 참여에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설공학이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 현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 방향으로 10가지를 제시했는데, 건설에 관계되는 것은 ‘녹색국토·교통 조성’이다. 그중 대표적으로 철도사업이다. 그런데 10가지 사업만으로 과연 우리가 탄소배출량 4%를 2030년까지 줄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리가 녹색성장을 하는데 2가지 축이 있다. 하나는 Active(능동)이고 다른 하나는 Passive(수동)이다. Active는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탄소배출량을 적극적으로 줄이는 새로운 설비 쪽이고, Passive는 저감하는 쪽이다. Passive와 Active가 있는데 건설의 축이 과연 Active 쪽일까, Passive 쪽일까? 처음에 녹색성장 할 때 건설도 조류발전소, 조력발전소, 바이오메스발전소 이렇게 Active 방향으로 갔다. 과연 이것이 가능할 것인가? 우리 정부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11%까지 확대하겠다고 하는데, 개인적인 생각에는 사용량을 50% 저감하는 것이 더 빠르다고 본다.

 

그렇다면 앞으로 건설공학이 녹색시장에서 어느 정도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까? 도시를 구성하고 있는 것을 보면 에너지 그리드(Energy Grid), 교통 그리드(Transportation Grid), 폐기물 그리드(Waste Grid), 수자원 그리드(Water Grid)가 있다. 이 녹색건설이라는 주제 및 시장에 정해진 주인은 없다. 그래서 토목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서 좀 더 큰 시각에서 보면 새로운 큰 시장을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것이다. 도시의 인프라는 4개가 가장 기본인데 이것을 기획하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과연 누구란 말인가. 바로 토목, 건설이다.

 

도시를 구성하는 것이 4가지 그리드(에너지, 물, 폐기물, 교통)의 주도자는 건설회사다. 미래형 도시는 전체 도시 프로그램 짜고 도시 내 교통망을 구성 PRT 운영하고 에너지 그리드를 통해 자원의 재활용을 적극 활용한다. 도시를 보면 소위 말하는 굴뚝 없는 상업지구로 만들어야 할 주도자는 건설회사이다. 녹색건설에 대한 국내 현안을 보면, 녹색시범마을이 있다. 강릉 경포대, 누군가 “그것은 가만 놔둬도 녹색도시인데 뭣 하러 손대려고 하느냐?”고 말한 적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인구가 많이 늘수록 자연스런 녹색도시는 안될 것 같다는 것이다. 구체적 목표보다는 시범 사업중심이라는 것이다. 계량화 목표가 아닌 선언적 목표가 아니냐 하는 의문이 든다.

 

우리 건설공학은 철저하게 Bottom-up으로 가는 것 같다. ‘국가적인 컨트롤 타워가 있어야 하지 않나’하는 생각을 한다. 마지막으로 건설공학기술의 본질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Civil engineering’은 ‘creative’이다. 기본적으로 녹색건설은 창조되는 시장이고, 건설공학의 본질은 creative(창조)이고, 건설공학이 녹색건설을 주도할 수 있다.

 

건설공학은 기술의 융·복합을 통해서 재탄생 돼 전통적인 토목으로는 해결이 안 되니 빨리 토목공학 울타리 밖으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저탄소 녹색성장의 시대 건설공학은 더 넓은 시각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