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건설비 절감 위해 민자사업 남발
기존교통망 확충 계획부터 검토해야

 

오건호(국회)
▲사회공공연구소 오건호 연구실장
수도권 교통난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으로 광역급행철도 GTX 건설이 검토되고 있다. 오는 6월에는 한국교통연구원이 국토해양부 의뢰를 받은 검증용역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그런데 중앙정부의 타당성 검토가 이뤄지기도 전에 GTX 건설이 지방선거 바람을 타고 있다. 국가교통망 논의가 졸속으로 흐를 것이 우려된다. GTX사업을 논리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것은 2008년 대한교통학회의 선행 연구이다. 이 연구는 GTX 사업이 경제성을 가지고 있고 민자사업으로 추진할 경우 정부의 재정도 많이 소요되지 않는다며 GTX 건설을 적극 옹호하고 있다. 하지만 지하 40미터 아래 선로를 만드는 사업은 한번 시작되면 돌이킬 수 없는 비가역적 일이다. 그만큼 신중하게 여러 타당성을 검토해야 한다.

 

첫째, GTX사업은 이 노선이 다른 상위 철도교통계획과 어떤 관련을 갖는지 검토하지 않았다. 이미 광역교통망을 구축하기 위해 23개 노선 628km의 철도사업이 계획 중에 있고, 간선급행버스(BTR)도 확대되고 있다. 도심 노선 주변의 불편, 민원 등에 따라 기존선의 지하화를 포함한 개량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GTX라는 새로운 추가 노선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기존 광역교통 확충계획이 수도권 교통난 해소에 부족한지, 급행철도를 건설한다 해도 신선 건설이 아니라 기존선을 활용할 수는 없는지를 먼저 따져보아야 한다. 민간사업자라면 해당 노선에만 관심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공적 주체라면 새로운 노선 건설이 기존 교통정책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 지금처럼 GTX 전면 착공을 서둘러 주장할 일이 아니다.

 

둘째, GTX사업은 수도권 교통난 해소 방안이 어떻게 도시 공간의 균형 발전과 조화를 이룰지 고려하지 않았다. GTX는 경기도 외곽과 서울 도심을 연결하는 노선이다. 서울 도심 접근성은 높아지겠지만 이것이 다시 서울 도심 집중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 수도권 광역교통체계는 도심 접근성뿐만 아니라 각 도시의 균형발전도 주목해야 한다. 현재 서울 중심 방사형 교통체계는 점차 다핵구조 순환격자형으로 개편해 나가는 것이 옳다. 그런데 GTX 사업에서는 이러한 포괄적 시야를 찾아볼 수 없다.

 

셋째, GTX사업은 민간투자사업에 대해 안이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 정부는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하면 전체 사업비가 20% 절감되고 건설재정도 민간이 대부분 조달하므로 정부의 부담이 크지 않다고 가정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가 민간투자사업을 통해 얻은 값비싼 교훈은 ‘수익’을 목표로 하는 민간투자사업의 속성상 민간투자로 추진되면 오히려 사업비가 부풀려지고 정부 부담이 커졌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GTX 지지자들은 지금까지 문제가 됐던 최소운영수입보장제가 폐지될 것이므로 과거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형식적으로 이를 폐지할 뿐, 정부는 민간사업자에게 여전히 다른 경로로 기본 시장수익률을 보장해줄 방침이다. 여기에 더해 관광시설, 점포, 배송업, 택지 개발 등 부대사업으로 발생하는 수익을 대부분 민간사업자가 가져가도록 하고, 민간투자 기간 동안 타인자본 조달구조 변경에서 발생하는 금융절감액도 모두 민간사업자가 차지하도록 할 예정이다. 왜 이용자인 시민들이 민간사업자의 기본수익을 보장하기 위한 요금을 지불해야 하며, 공적주체가 향유해야 할 관련 수혜를 민간사업자에게 넘겨야 하는가? 자신의 임기 중 초기 건설비가 많이 소요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남발되고 있는 민간투자사업은 이후 결국 이용자의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다.

 

GTX사업은 수도권 교통체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는 국가 대사이다. 이렇게 단일 비즈니스사업처럼 추진될 일이 아니다. 우선 기존 광역교통확충계획을 꼼꼼히 검토해 보완하는 방안을 찾는 게 순서다. 또한 도심노선을 지하화하는 개량사업이 추진되는 경우 여기에 급행철도를 함께 통합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또한 철도같은 국가기간망 건설은 민간사업자가 아니라 정부가 직접 맡아야 한다. 외부 재원을 활용하더라도 시장수익을 얻어야 하는 민간사업자보다는 정부가 사업을 추진하는 게 정도다.

 

GTX사업 논의를 보면서 수도권 주민들이 겪는 교통난을 빌미로 또 하나의 무분별한 토건사업이 벌어질까 걱정이 앞선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GTX 건설에 선거 논리까지 작용하고 있다. 개발 이익을 앞세워 주민들의 합리적 투표행위마저 가로막을 수 있다. 2008년 총선에서 발생했던 ‘뉴타운 건설’ 공약 남발 사태 교훈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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