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사회 현대인 자연에 목말라

국민적 요구 맞춰 공원 관리 정비해야

 

 

1271947214511800년대에 찬표한 산경표에 의하면 백두산에서 지리산 천왕봉까지 연결된 산줄기인 백두대간을 골격으로 장백정간, 한남·북 정맥 등의 13개 정맥으로 우리 국토의 지리체계가 형성돼 있다. 그리고 백두대간에서 흘러 내려온 기(氣)가 서울 등의 도시, 절집, 생활공간의 명당에 연결됐다. 아울러 백두대간∙정맥은 생물이동통로(ecological corridor)의 근간이 되기도 했다. 우리 조상들은 백두대간 지리체계를 통해 합자연주의(合自然主義)사상 속에서 어머니인 대지에 존재하는 사물과 생물을 모두 인간의 형제로 여겨 자연은 숭배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근대에 무차별로 도입된 서양철학과 과학을 받아들이면서 우리의 전통사상은 부정되고 미신으로까지 폄하됐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경제성장만을 강조하는 사회분위기로 과도한 토목공사, 에너지 소비량 급증, 도시화 및 이동의 고도화, IT와 정보화의 고도화, 어린 세대의 자연이탈 가속화로 고도의 스트레스 사회로 변했다. 그리하여 모든 국민은 본능적으로 걷기를 통해 육체와 정신건강을 갈구하고, 자살률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고도산업사회의 부작용에 시달리는 우리 사회는 선조들이 살아온 ‘자연상생사상’을 바탕으로 생태윤리를 복원해야만 인간과 자연이 모두 살게 된다.

 

국립공원의 새로운 역할은 우선 생태윤리의 회복사상의 성역 역할이다. 한국전쟁 시기인 60년 전까지 우리 자연은 거의 초토화됐고 그 후에도 자원이용이 보전보다 앞서 있었다. 남한면적의 64%가 산림이지만 50∼60년간 보전돼온 자연림도 많이 남아있지 않은데, 다행히 1968년부터 지정돼온 국립공원은 자연성이 상당히 회복돼 2000여 종 이상의 생물종이 사는 국립공원만 10개소 이상에 달하고 있다. 다양한 생물종의 서식처인 국립공원은 인간과 자연이 상생하는 생태윤리의 복원장소로 최적이다.

 

이렇게 종다양성이 높은 국립공원은 국민의 병든 육체와 정신의 치료 장소로서 차세대의 자연복귀를 교육시킬 수 있는 자연학교로도 좋은 장소이다. 아울러 백두대간과 정맥에 매달려 있는 국립공원 내 수많은 절집은 지난 2000년 동안 우리 정신문화의 중심이기에 문화국민의 자부심을 키울 수 있는 도량이기도 하다.그러기에 우리 국민의 건전한 육체와 정신을 가꿔 주는 ‘복지센터’의 역할이 국립공원에 새롭게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2009년 국가의 국립공원사업비는 712억원으로 정부 전체 예산의 0.035%, 환경부의 1.77%에 불과하다. 또한 국민 1인당 분담액은 1426원으로 우편 특급요금(당일) 1840원과 전철왕복요금 2000원에도 미달하는 보잘것없는 수준이다. 최근 사회적인 스트레스로 국립공원을 찾는 국민이 늘어나 2007~2008년 평균 탐방객이 전년도와 비교해 152% 증가했는데, 이 시기에 예산은 116%만이 증가해 국민적 욕구를 충분히 만족시키지 못했다. 또한 국립공원을 관장하고 있는 환경부에는 전담과도 없이 자연자원과 내에 국립공원팀만이 존재할 뿐이다. 비정부조직인 국립공원관리공단이 23년째 국립공원관리를 해오고 있는 것이다. 상당한 전문적인 역량이 축적됐지만 비정부조직으로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법체계정비, 알맞은 예산 확보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또한 생물다양성보전을 위한 각종 법률에 의한 보호지역이 각 부서별로 지정·관리되고 있는 바, 예를 들면 문화재청의 천연기념물 보호, 산림청의 천연 수목 보호, 국토해양부와 시·도 등의 생태경관보전지역 관리 등이다. 이에 따라 부처 이기주의에 의해 체계적인 생물다양성 보전업무 수행이 불가능하다.

 

2020년을 향한 한국국립공원발전 방향은 첫째, 에너지기후시대의 국립공원의 새로운 역할에 걸맞은 법체계와 조직정비가 시급하다. 우선 각 부처 이기주의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생물다양성보전을 위해 현 ‘자연공원법’을 ‘국가자연유산관리법’으로 대체하며 주무청을 대통령 혹은 국무총리 직속으로 ‘국가자연유산위원회’로 하고 모든 부처의 자연보호를 통합하는 것이다. 현재의 국립공원관리공단을 ‘자연유산관리공단’으로 확대하고 지역사무소를 ‘자연·문화 관리사무소’로 확대해 국립·도립공원, 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 보전위주 국유림, 각종 보호지역 관리업무를 관장하게 하는 것이다.

 

둘째, 현재 6개 국립공원에 개설된 탐방객 안내소(Visitor Center)를 ‘자연문화센터’로 확대해 생태윤리 사상보급 및 실천, 문화역사 프로그램, 육체·정신적 건강을 위한 복지프로그램, 차세대를 위한 자연체험학교 등을 운영하는 ‘생태윤리회복센터’로 탈바꿈해야 한다.

 

셋째, 앞으로 국립공원관리는 과학적 자료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각 국립공원은 비오톱도면, 현존식생도, 동물서식처 등이 도면으로 작성돼야 하기에 이 힘든 업무를 위해 대학과 관리사무소의 공조체계가 필요하다.

 

넷째, 국립공원의 중요성이 널리 홍보되기 위해 ‘국립공원의 날’ 제정이 필요하고, 기업의 가치참여프로그램을 적극 개발해야 한다.

 

에너지기후시대의 보배가 될 국립공원을 더욱 값진 보물로 만들기 위한 국가와 국민의 관심이 절실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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