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범 실장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공익적 직업을 꼽으라면, 소방관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뜨거운 열기와 유해한 독가스에 노출되면서도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고생하는 소방관들을 보면, 사명감 없이는 할 수 없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소방관들에게 적정한 임금과 근무조건 및 복지를 제공하는 것은 당연하며, 사회적 존중을 보내는 것 또한 마땅한 일이겠다. 물론 소방관들이 노출되는 위험의 관리와 보상도 중요하다. 한 예로, 캐나다에서는 소방관에게 자주 발생하는 8종류 암에 대해서는 무조건 산업재해로 인정해 피해자와 그 가족을 보호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공익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는 직업들이 더 있다. 그 중에 하나가 환경미화원이다.

 

우리는 자원순환의 시대에 살고 있다. 자원순환은 쓰레기를 땅에 묻거나 태워버리지 않고, 다시 자원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환경미화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자원순환을 위해서는 우선 쓰레기를 잘 모아야 하며 캔은 캔대로, 플라스틱은 플라스틱대로, 종이는 종이대로 잘 분류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쓰레기는 사람의 손을 거쳐야만 자원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것이므로 그 작업을 수행하는 환경미화원 직업의 공익적 가치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자원순환의 과정은 환경미화원에게 심각한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 미국 통계에 따르면 환경미화원의 산재사망률은 일반 직업의 10배에 해당하며, 소방관이나 경찰관보다 많이 죽는다고 한다. 가로 청소나 쓰레기 수집운반 과정에서 교통사고를 많이 당하기 때문이다. 무거운 쓰레기를 운반하기 때문에 근골격계질환도 많으며, 쓰레기에서 발생하는 미생물 먼지로 말미암아 천식 같은 호흡기 질환 및 안구질환이 발생한다. 날카로운 유리나 금속에 베이는 것은 흔한 일이며, 잘못되면 파상풍이나 각종 감염성 질환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환경미화원은 냄새 나고 더러우며 힘들고 위험한 일이지만, 자원순환을 위해서는 꼭 있어야 하는 직업인만큼 적절한 대우와 안전보장, 그리고 사회적 존중은 필수적이다. 이것은 사회적 예의라고 할 수 있다.

 

덴마크가 바로 이러한 예의를 실천한 대표적 사례이다. 덴마크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쓰레기재활용 강화 정책을 취했다. 당연히 쓰레기를 수거하고 분류할 환경미화원의 인력충원이 예상됐다. 덴마크 정부는 환경미화원의 업무가 다양한 사고 및 질병의 위험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환경미화원 인력증가는 사회적 위험의 증가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환경부와 노동부로 하여금 환경미화원의 안전 방안을 공동으로 마련하도록 조치했다. 약 5년간 덴마크 환경부와 노동부가 연구조사를 수행한 결과 환경미화원들이 쓰레기를 분류하는 선별장에 환기장치가 강화돼야 한다거나, 더러워진 작업복과 깨끗한 일상복을 나눠서 보관하는 사물함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거나, 파상풍 예방주사 등 적극적인 보호대책이 개발됐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환경미화원들은 반대의 상황에 놓여 있다. 우리 사회는 환경미화원 직업의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기는커녕 무시하고 있으며, 환경미화원들의 자존심을 훼손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정부가 환경미화원들을 힘들게 만들고 있다. 지자체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던 쓰레기수거 및 분류업무를 민간위탁 하도록 정부가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환경미화원들은 고용이 불안해지고 저임금과 열악한 작업조건 속에 놓이게 됐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는 2009년 한 해 동안 환경미화원의 노동조건과 안전보건 실태를 조사했다. 우리나라의 평균 재해율이 0.7%인데 비해 지자체 직영 환경미화원의 재해율은 6.9%, 민간위탁 환경미화원의 재해율은 16.8%로 그 심각성을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또한 환경미화원의 얼굴과 옷에서는 미생물이 대량 검출됐다. 버스터미널 화장실 변기나 마켓의 쇼핑카트보다 환경미화원의 옷에 미생물이 훨씬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제대로 씻지 못한다면 감염성 질환이 언제든 발생가능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약 1000명의 환경미화원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일 끝나고 샤워하고 옷 갈아입고 퇴근하는 환경미화원들은 13%에 불과했다. 67%는 씻지도 않고 일할 때 입던 옷 그대로 퇴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미화원에게 더럽고 위험하다며 손가락질해서는 안 된다. 그들 직업의 가치를 존중하고, 환경을 지키기 위해 환경미화원부터 지켜야 한다는 인식을 우리 사회가 공유해야 한다. 그러려면 민간위탁으로 인한 고용불안과 저임금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환경부의 적극적 역할이 필요한 지점이다. 또한 덴마크와 같이 환경미화원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우선 환경미화원들이 씻지도 못하고 집에 가는 문제부터 해결돼야 한다. 오염된 작업복은 집에 가져가지 않고 세탁할 수 있어야 한다. 작업복과 일상복을 따로 걸어놓을 수 있는 옷장은 필수적이다. 이러한 시설은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것이 답이다. 이제 우리 사회도 자원순환의 역군 환경미화원들에게 예의를 지키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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