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번째로 세계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돼

문화․생태체험 공간 활용 등 지역사회에 기여

 

김용하원장님-1.
▲ 산림청 국립수목원 김용하 원장
‘광릉숲’하면 대다수의 국민들은 크낙새와 장수하늘소가 살고 있는 곳으로 알고 있다. 초등학교 교과서를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광릉숲에는 조선조 7대왕이었던 세조대왕과 그 왕비인 정희왕후의 능(光陵)이 있으며, 우리나라 최고의 서어나무 천연림이 있고, 우리나라 제일의 수목원이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그리고 왜 광릉숲이 크낙새와 장수하늘소가 서식하는 우리나라 최고 생물다양성의 보고가 됐는지 그 역사도 잘 모른다.

 

광릉숲은 세조대왕이 즐겨 찾던 사냥터였다. 1468년 세조대왕의 능지가 조성되면서 능 주변 사방 15리(6㎞)의 숲이 부속림으로 지정돼 조선 말기까지 엄격하게 보호 관리돼 왔다. 일제강점기에는 산림과 임업에 대한 시험연구를 하는 시험림으로 지정돼 중앙정부에서 관리했으며, 해방 이후 6․25전쟁과 사회격변기를 거치는 과정에서도 임업시험림으로 철저하게 보호 관리돼 왔다. 광릉숲을 보호하려는 지역주민들의 의지와 시험림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의 소명의식이 오늘의 광릉숲을 있게 하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540여년간 인간의 손을 타지 않고 자연적으로 천이(遷移)돼 온 광릉숲은 가장 안정된 상태의 온대활엽수 극상림(Climax forest)을 갖게 됐고, 이로 말미암아 다양한 식물과 곤충, 버섯, 조류 등이 서식하게 돼 생물다양성의 보고가 된 것이다. 광릉숲에는 총 5710여종의 생물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단위면적(1ha)당 식물의 종수를 비교하면 광릉숲이 설악산이나 지리산에 비해 13배나 많으며, 곤충의 경우는 각각 44배와 29배나 많이 분포하고 있다. 또한 광릉 특산식물 12종, 희귀식물 19종,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물 20종 등 서식하고 있는 식물과 동물종의 귀중함에 있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와 같은 광릉숲이 지난 6월2일 파리에서 개최된 유네스코 인간과생물권(Man and Biosphere) 프로그램 국제조정이사회에서 세계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남한에서는 설악산(1982년)과 제주도(2002년), 신안 다도해(2009년)에 이어 4번째로 지정됐으며, 광릉숲이 이제 국제적으로도 그 중요성을 인정받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MAB 조정이사회에서 광릉숲을 지정하면서 온대북부지역에서 찾아보기 힘든 천연활엽수 원시림(Old growth forest)을 가지고 있고, 다른 생물권보전지역과 달리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릉 중의 하나인 광릉이 소재하며, 산림식물에 대한 전시와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국립수목원이 있다는 점을 특징으로 들었다. 이는 전 세계 109개국에 있는 564개 생물권보전지역 중에서도 그 차별성이 돋보이는 숲이라는 점을 높이 평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특징을 더 들자면 인구 2000만 이상이 거주하는 수도권지역에 이와 같은 생물권보전지역이 있다는 것 자체가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유네스코 MAB 프로그램은 전 지구적 차원에서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고 중요한 육상, 호수, 해양생태계 지역을 보호하려는 제도로서 이들 지역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이들 생태계를 둘러싸고 있는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함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생물권보전지역은 결국 인간과 자연과의 공존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해 서로간의 경험과 성공사례를 공유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유네스코 MAB 프로그램에서는 생물권보전지역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생물종 다양성의 보전과 조사·연구·모니터링, 지속가능한 이용 3가지 기준이 똑같이 중요하게 취급돼야 한다고 주문한다.

 

광릉숲도 예외일 수가 없다. 광릉숲 핵심지역(755ha)은 산림청 국립수목원과 산림과학원에서 철저하게 보전위주로 관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최소한의 조사·연구 및 생태계 모니터링 목적 외에는 그 이용이 엄격히 통제될 것이다. 핵심지역을 둘러싸고 있는 완충지역(1657ha)은 대부분 인공조림지역이자 수목원과 광릉이 소재하는 지역으로서 일반 국민들에게 개방되고 산림환경교육과 문화, 생태체험 공간으로 활용되며, 조사·연구 및 시험사업이 적극적으로 추진될 것이다. 완충지역과 접하고 있는 전이지역(2만2053ha)은 대부분 사유토지로서 산림과 농지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일상적인 토지이용과 경제활동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생물권보전지역 관리기준에서 언급됐듯이 이 지역은 핵심 및 완충지역에 훼손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각종 자원을 지속가능하게 이용해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생태관광과 친환경농업을 육성하며, 생물권보전지역 브랜드를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할 수 있다.

 

광릉숲은 540여년간 우리 선조들이 잘 보전해 우리에게 물려진 자연유산이자 문화유산이다. 우리 세대도 광릉숲을 건강하게 잘 보전해 후손 대대로 물려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더구나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됨으로써 우리의 의무는 이제 국제적인 의무가 됐다. 광릉숲을 제대로 보전하기 위해서는 지역주민과 지역사회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산림청과 문화재청 등 중앙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생물권보전지역을 관리하기 위해 지역주민과 지자체, 시민단체 등 이해관계자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생물권보전지역 관리위원회’를 구성해 중지를 모을 필요가 있다. 앞으로 광릉숲 생물권보전지역이 전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이 공존하는 모델지역으로 발전해 세계 각지에서 벤치마킹을 위해 찾아오는 메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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