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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경쟁(green race)이 전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지자체들 간에는 탄소배출권 거래소를 둘러싼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탄소세를 부과하거나 배출량을 직접 규제하는 대신에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함으로써 온실가스를 효율적으로 감축할 수 있는 제도이다.

 

2010년 4월에 발효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에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포함되면서 관계 기관과 결합된 지자체들 간의 거래소 유치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후발주자로 뒤늦게 뛰어든 서울시는 탄소배출권 거래소 유치의 필요성, 경쟁력 및 차별화 방향 등에 대한 고민 속에서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소 유치경쟁에서 가장 앞서 나간 지자체가 부산이다. 부산시는 2008년 1월 환경부 협약으로 체결된 기후변화대응 시범도시 테마사업의 일환으로 공공기관 대상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이미 시행 중에 있다. 또한 부산시는 탄소배출권 거래소를 유치하기 위한 양해각서를 2010년 4월에 한국거래소와 체결한 바 있다. 한국거래소 본사가 위치한 부산시는 탄소배출권 거래소를 유치함으로써 파생상품특화 금융중심지로 자리 잡아나갈 계획이다. 반면에 전라남도는 탄소배출권 거래를 전력거래소가 담당하는 선진국처럼 한국도 전력거래소의 이전 예정지인 광주전남 혁신도시에 탄소배출권 거래소가 설립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2009년 11월에는 전라남도와 광주, 전력거래소가 공동으로 빛가람 혁신도시의 탄소배출권 거래소 유치 추진위원회 출범식을 개최한 바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소 유치 경쟁은 최근 들어 지자체와 결합된 기관들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기존의 금융 인프라를 활용함으로써 저비용 고효율의 시장을 형성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에 전력거래소는 탄소배출권 거래가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발전부문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기에 직접적인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한 전력시장의 운영자가 배출권 거래를 주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법’ 제정 및 배출권 거래 주관기관 선정을 앞두고 이처럼 한국거래소와 전력거래소가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는 부산이나 전남·광주와 달리 유관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유치활동을 전개하기 보다는 독자적인 행보를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징이 있다. 서울시는 2010년 1월에 탄소배출권 거래제 시범사업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발표에 따르면 서울형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공공건물과 대형 오피스 등이 주요 온실가스 배출원인 도시적 특성을 고려해 업무용 빌딩의 에너지절감 대책에 초점을 맞춰 시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 같은 서울시의 도심형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동경도의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참고로 수립되고 있다.

 

동경도는 이미 2002년 6월부터 ‘환경확보조례’에 근거한 건축물환경계획을 통해 연면적 1만㎡를 초과하는 대형건물의 신축 및 증축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으며, 2008년부터는 조례개정을 통해 탄소배출권 거래제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동경도는 1,400개 공장과 건물로 구성된 에너지다소비 사업장에 대해 2010년 4월부터 온실가스 감축 관련 의무를 부여하고, 2011년부터는 배출권 거래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동경도의 탄소배출권 거래제와 국내 지자체들 간의 탄소배출권 거래소 경쟁 상황을 검토한 결과 서울시가 도심형 건물대상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에 유의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 후발주자라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서울시의 장점인 아시아 금융허브로의 성장가능성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탄소배출권 시장은 국내를 벗어나 온실가스 감축의무국이자 다배출 국가인 한국·일본·중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으로 범위를 넓혀야 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도심형 탄소배출권 거래제의 도입과 관련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서울시가 참고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발전사업자는 중앙정부가, 대형 건물은 동경도가 담당해서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운영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은 상태이다. 그렇지만 1400개에 불과한 동경 시내 건물을 대상으로 탄소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서울시가 중규모 에너지소비 건물로 대상을 확대하더라도 이들에게는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아닌 다른 정책이 효과적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도심형 탄소배출권 거래제와 관련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국가 차원을 넘어서는 탄소거래소를 유치할 수 있어야 국제금융중심지로 나아가겠다는 서울시와 중앙정부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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