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 김미영팀장
불법 도축 성행에도 처벌규정조차 없어
사육농가 80%가 적절한 보상시 포기

 

우리나라에는 전국 66개 사육장에서 총 1140마리의 곰이 웅담채취를 목적으로 사육되고 있다. 이렇게 사육되고 있는 곰들은 1981년부터 1985년 7월1일까지 말레이시아 등지로부터 수입한 곰들이 증식된 것이다.

 

정부는 1981년부터 일정시설을 갖출 경우 개인도 재수출 용도로 곰, 호랑이, 사자. 늑대 등과 같은 맹수류를 수입할 수 있도록 허용했는데, 특히 곰은 잡식성으로 사육하기 쉬우며 웅담 효능에 대한 사회적 관습 때문에 다른 맹수류보다 수입이 급증했다.

 

그러나 1985년 7월1일 국제적으로 멸종위기종인 곰 보호 여론이 높아지면서 우리 정부도 공식적으로 곰의 수입과 수출을 금지했다. 정부의 결정으로 1981년부터 1985년까지 재수출을 위해 개인들이 수입해 사육하고 있던 곰들의 본래 용도가 없어졌다. 1985년 당시 ‘조수보호 및 수렵에 관한 법률’에서는 야생동물을 수입용도 외에는 용도변경을 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용도가 사라진 사육곰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대신 곰을 사육농가의 철창 안에 그대로 방치하는 한편, 정부가 나서서 곰 사육이 웅담, 가죽, 피 등을 판매해 농가소득에 기여하고 있다며 곰 사육을 장려하는 홍보영화를 제작하기도 했다. 이러한 정부의 시책은 재수출용이었던 곰의 본래 용도가 불법으로 변경돼 웅담 채취 등을 위해 도축되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1983년 당시 주무 부처였던 산림청의 보고서는 이러한 불법의 성행에도 이를 단속할 법적 근거가 미약함을 지적했다. ‘맹수가 폐사할 경우 신고에만 그치므로 목적 외로 사살해도 규제가 곤란하고, 양도·양수신고 기준에 대한 규제 미흡, 관리기준 위반 시 확인, 감독이 미비해 맹수류 수입허가 시 목적 외 사용에 대해 강력하게 금지할 것과 인공사육 관리기준 강화를 법제화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로부터 약 30년이 지난 2009년 8월4일 원주지방환경청이 환경부에 건의한 ‘사육곰 적정 관리를 위한 법규정 제정’은 1983년 산림청의 보고서와 유사한 내용으로 1981년 곰이 이 땅에 수입된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곰 사육정책이 과거의 문제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2002년 환경부는 한반도에서 사라진 곰을 복원하기 위해 ‘국립공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를 만들고 생태복원에 나섰다. 환경부가 엄청난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이 같은 일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은 대다수의 시민들이 곰을 야생동물로 인식하고 있으며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을 보호해야한다는 시대적 요청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야생동식물보호법의 온전한 보호를 받아야할 1200여마리의 곰이 ‘야생동물과 사육동물’이라는 철저한 이중잣대의 경계 위에서 방치되고 있다. 무분별한 사육곰의 도축을 허용하면서 지리산 반달가슴곰은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가 가능한 것인가?

 

녹색연합 곰사육폐지 서명운동에 동참한 거리의 수많은 사람들이 환경부의 모순된 곰 사육 정책에 의문을 던졌다. 2005년 녹색연합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국민의 87.1%가 웅담채취를 목적으로 하는 곰사육을 반대하며 2007년 곰사육농가를 대상으로 ‘곰 사육실태 및 대책 관련 사육농가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곰사육 농가의 80%가 정부가 곰 사육농가에 적정 수준의 보상을 한다면 곰사육을 포기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 국민의 대다수가 공감하지 못하는 웅담거래와 곰 사육의 합법적 존속을 철회해야하는 것은 아주 당연하고 시급한 문제이다.

 

정부는 매년 곰 사육정책에 대한 장기계획을 마련하겠다던 약속이 더이상 공염불이 되지 않도록 이제 실행에 옮겨야 할 때다. 곰사육 폐지를 위한 ‘특별법’을 마련해 웅담채취를 위해 철창 안에서 태어나 철창 안에서 죽어야 하는 사육곰 더 이상 생겨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심과제이다. 또한 사육농가와 합의해 적절한 보상안(사육농가가 정부의 방침에 따라 재정적 부담을 지게 됐을 때, 블팩마켓이라는 해결책을 찾아 나설 가능성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도 적절한 보상이 필요할 것이다)을 마련하고 향후 이들 사육곰 관리에 관한 종합적인 운영관리계획을 세워야할 것이다.

 

세계에서 웅담 판매를 목적으로 곰을 사육하는 나라는 중국과 한국뿐으로 국내여론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여론 역시 차갑다. 웅담채취를 위한 곰사육정책을 폐지해야하는 근거는 명확하다. 이제는 1981년 이후, 곰사육이 시작된 지 거의 30년, 여전히 답보상태에 머무른 후진적인 정책을 종식시켜 G20 정상회의와 세계자연보전총회가 열릴 대한민국의 진정한 국격을 보여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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