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서 기차로 3시간을 넘게 달려 종점에 내려 다시 버스로 20여분을 이동하자 아레바(Areva)사가 운영하는 라아그 재처리시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프랑스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단지인 라아그(La Hague)는 노르망디의 Cortentin 반도 서쪽 끝에 위치한다. 영화‘쉘부르의 우산’으로 유명한 쉘부르 서쪽 20km에 자리 잡고 있으며, 부지면적은 300ha(3㎢)이고 아레바사 직원을 포함해 5700명이 근무하고 있다. 아레바사의 활동은 크게 원자력 시설 관련 활동과 풍력발전소, 바이오매스, 태양열, 지열, 그 외 연료(수소)전지 등 재생에너지 관련 활동으로 나눠진다.

취재진을 반갑게 맞아준 아레바 운영국 부국장 리오넬 게프(Lionel Gaiffe) 씨와 홍보실 실장 크리스토패 르뇨(Christophe Neugnot) 씨는 5시간 가까이 함께 현장을 돌아보며 라아그의 시설특성과 재처리시설의 강점을 상세히 설명했다.

 

라아그재처리시설 외부전경 사진제공 areva.
▲라아그재처리시설 외부전경〈사진제공=AREVA〉

플루토늄 재처리는 핵확산 방지 효과

경제성 높아, 우라늄자원 25%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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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후핵연료의 성분 구성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의 메카

 

라아그는 세계 최대의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시설이다. 이곳에서 전세계 사용후핵연료의 90%이상을 처리하고 있으며, 매출액은 10억3000만유로에 달한다. 재처리를 거쳐 만들어진 혼합산 화물연료(MOX)를 이용해 생산한 전기는 프랑스 전체 전력생산량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프랑스 원전 59기 중 21기가 MOX연료를 사용하고 있으며. 독일10기, 스위스 3기, 벨기에 2기, 일본 1기 등에도 MOX연료를 사용하고 있다. 일본은 7기에 MOX연료를 추가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미국도 MOX연료 사용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어 세계적으로 증가추세에 있다.

외국에서 반입된 사용후핵연료는 재처리를 거쳐 우라늄, 플루토늄, 핵분열생성물로 재처리돼 위탁국으로 보내진다. 플루토늄은 국제법상 나라 간 이동이 불가능하고 다른 나라의 최종폐기물은 프랑스법상 국내 영토에 보관할 수 없다. 우라늄은 프랑스에 저장 해두지만 소유권은 당사국에 있으며 언제든 돌려받을 수 있다.

 

재처리 통해 우라늄, 플루토늄, 폐기물 분리

 

연료집합체(연료봉)에는 원자력발전의 연료인 우라늄 500kg이 포함돼있다. 이 연료봉을 원자로에 장전하면 에너지를 생산해 물을 데워 증기를 만들고, 이 증기로 전력을 생산하게 된다. 원자로에서는 평균, 용량에 따라 달라지지만 이런 집합체 200개가 들어간다. 일단 장전되면 4~5년 정도 원자로에서 사용되며, 사용한 뒤에는 사용후핵연료라고 불린다. 재처리 여부는 전력생산자가 결정하게 된다. 500kg의 연료봉에는 5년 뒤에도 여전히 95%의 우라늄이 남고, 1% 플루토늄, 4%의 핵분열생성물이 남게 된다. 남은 우라늄은 재처리 할 수 있고, 새로운 연료를 만들 수 있다. 플루토늄 역시 마찬가지지만, 핵분열생성물은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이 된다.

 

라아그에서 우라늄, 플루토늄을 분리하고, 최종 폐기물 역시가공과 중간저장을 통해 최종 저장소에 저장하게 된다. 세계적으로 37개 원자로에서 플루토늄을 기반으로 전력을 생산중이며, 프랑스에서는 10%가 생산된다. 또한 세계적으로 50개 원자로가 재처리된 우라늄으로 가동되며, 프랑스에서는 4개 원자로 정도다. EDF(프랑스전력공사)에서 재처리 여부를 결정하며, EDF는 플루토늄을 모두 재처리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여태까지 배출되고 재처리된 우라늄의 일부는 재처리해서 사용하고 나머지는 미래세대를 위해저장하고 있다.

 

재처리는 연료화 과정, 엄청난 에너지비축 효과

 

중요한 점은 사용후핵연료의 95%를 재처리해서 다시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이 양을 다 재처리한다고 하면 자연우라늄 구입비를 25% 절약하는 셈이 된다. 플루토늄 1g은 우라늄 100g, 석유 1톤의 에너지 발열을 갖고 있으므로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비축한다는 것은 엄청난 에너지를 비축한다는 의미다. 또한 플루토늄을 재처리해 연료화를 통해 핵 비확산의 효과도 가질 수 있다.

 

701-01~20.

사용후핵연료를 처분할 때 직접처분과 재처리의 두가지 선택이 있다. 재처리 비용은 원칙적기준으로 볼 때 직접처분 비용보다 저렴하다. 재처리 과정을 거치면 방사성폐기물의 부피를 1/5로 줄일 수 있는데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다시 빼서 사용하고 최종처분 폐기물양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최종 폐기물의 유해성, 독성 역시 1/10 정도로 줄일 수 있다. 라아그에서는 1990년도 초에 두 개의 생산라인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사용후핵연료 처리량은 연 평균 1700톤으로 80기의 원자로 용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라아그에서는 프랑스 59개 원자로와 외국 원자로에서 뽑아낸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하고 있으며, 그 양은 지난 1960년 부터 금년1월1일까지 총 2만5000톤에 달한다.

 

안전 또 안전

 

라아그의 안전조치는 첫째, 핵물질과 외부와의 차단을 위해 여러 층의 방어벽을 쌓는다는 것이다. 먼저 그것이 이뤄지는 공정과정에서 안전조치를 취하며, 외부환경과 차단하는 벽이 있다. 두 번째, 대부분의 건물이 2/3 정도는 지하에 묻혀있다. 그리고 방사능에 대해서 환경에 어떤 영향 미치는지, 아레바와 상관없는 독립적인 과학자들이 제공한 모델에 따라 데이터를 넣고 검사한다. 허용치보다 1/100배 정도 낮게 나오고 있으며, 방사성 물질의 누출 위험이 없는지 계속 확인하고 있다.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라아그.
▲지역사회와의 40년 소통은 신뢰로 열매 맺었다. 라아그 시설을 찾은 지역 청소년들〈사진=김익수 기자>

※ 재처리 프로세스

 

저장

 

먼저 특수장비트럭으로 이송해온 핵연료봉을 5년간 임시저장하면서 습식재처리 과정을 거친다. 사용후핵연료(고준위방사성폐기물)를 포장단위로 꺼내어 수조 풀에 옮겨 냉각시킨다. 이후 작은 조각으로 자르는 과정을 거치고 질산으로 녹인 다음플루토늄과 우라늄, 핵분열생성물을 분리한다.

 

캐스크.
▲캐스크〈사진=김익수 기자〉
캐스크보관

 

사용후핵연료는 6톤의 캐스크에 담기는데, 이는 20만톤의 석유와 같은 에너지를 낼 수 있다. 캐스크의 무게는 100톤, 강철의 두께는 30㎝에 이른다. IAEA 지정 type B 캐스크는 9m 높이에서 떨어져도 깨지지 않고 방수가 되는 구조다. 라아그 재처리시설에서 보통 하루에 캐스크 하나를 처리하며, 캐스크 구조는 내부 칸막이를 통해 알루미늄의 3중의 보호막을 형성하고 있다.

 

냉각저장.
▲냉각 보관〈사진=김익수 기자〉
냉각

 

첫 번째 뚜껑이 오염되지 않도록 냉각수조에서 400℃의 온도를 20℃로 서서히 낮춘다. 9미터 높이의 수조내 물 온도는 35℃이며, 핵연료봉을 이곳에서보통 3년 보관한다.

 

 

원격조정11.
▲원격 조정되는 연료봉 절단 작업〈사진=김익수 기자〉▲
연료봉 절단, 분리

 

그후 재처리과정에 들어간다. 3개씩 9개의 연료봉을 절단작업하는데 수평으로 눕혀 놓고 말단부분부터 절단한다. 연료봉 접합체는 30㎝ 두께로 절단하며, 질산염으로 녹인다. T2 공정이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분리하게 된다.

공장내 500여명의 요원이 부품교체, 수리 등을 담당하는데 모든 공정은 원격조정한다. 1m 두께의 납유리로 차단돼 있으며, 1986년부터 가동된 이래 이 절단작업 방에 누구도 들어간 적이 없다.

 

유리고화

 

핵분열생성물은 소각로로 옮겨져 가루화 돼 유리가루와 섞인 상태로 1000℃가 넘는 화덕 에서 용융된다. 다음에 유리액 체캐니스터에 담겨 유리고화체(300kg) 상태로 보관, 감시된다. 방사능은 점차 감소하며, 수백년 지나면 스테인리스 용기는 사라지고, 수만년이 지나면 방사능도 사라진다.

 

원자로 한 기로부터 연간 18개의 캐니스터가 나온다. 전력을 소모하는 소비자의 기준으로 본다면 한 사람당 동전 하나 크기 분량의 유리고화체를 필요로 한다고 보면 된다. 전체 400개의 저장고가 있고, 한 저장고당9개씩 보관하며, 저장고는 통풍만 시켜 두면 된다. 최종처분장은 2016년 공식 발표 예정이다.

 

 

Interview

“가동 40년, 주민과 늘 소통”

 

질의 응답용 사진.
▲아레바(AREVA)사 운영국 부국장 리오넬 게프(Lionel Gaiffe)
# 재처리시설을 가동하면서 누출사고가 없었나?

 

국제기준에 따라 검사하고 있는데 환경적, 인체적으로 한번도 유해한 영향을 미친 적이 없었다.

 

# 시설주변에서 농·어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의 민원제기가 있었을텐데?

 

이런 성격의 시설을 설치할 때 중요한 것이 지역 생산물에 어떤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가이 다. 40년 전 이곳에 시설이 들어설 때 그런 두려움이 있었고, 세월이 흘렀다. 지역 대표, 농어민들이 명확히 말하는 것 중 하나가 생산품 판매, 관광객 유치에 아무 부정적 영향이 없었다는 것이다. 아레바는 늘 지역주민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정보 제공과 소통에 주력해왔다.

 

# 사용후핵연료가 들어오는 경로는?

 

프랑스의 경우는 특수트럭으로 온다. 일본에서 오는 것은 배로 쉘부르까지 오고 오스트리아도 그렇다. 유럽에서 오는 것은 기차로 온다. 지금까지 수송과정에서 방사성물질누출사고는 한 건도 없었다. 재처리한 핵연료는 그대로 위탁국에 돌려보내고 있다.

 

# 환경단체가 쉘부르 항에서 항의시위를 하던데.

 

그건 사용후핵연료가 아니라, 일본으로 혼합산화물(MOX) 연료를 다시 보내는 데 대한 반대시위였다. 최근 시위는 원자력 반대와 지구온난화 유발 에너지사용 반대에 대한 시위였다.

 

# 프랑스 전역에 걸쳐 원자로가 있는데 부지를 선정할 때 중요한 변수는 무엇이었나?

 

원전 부지의 결정기준은 간단하다. 첫째, 지리적으로 동등하게 분포해서 전력공급이 균등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 원전가동과 냉각수 문제 때문에 바다나 강을 끼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 5개강의 지류를 따라 물 공급과 전력 공급라인이 멀지 않은 곳에 고르게 분포돼 있다.

 

# 한국은 재처리, 영구처분할 지 결정하지 못한 상태.

 

재처리 위탁도 좋은 옵션이다. 스웨덴은 원자력발전소를 더 이상 짓지 않기로 한 상태에서 영구처분을 결정했다. 모든 것을 재활용하는 시대다. 재처리는 경제적이다.

 

아레바(AREVA) 사

 

프랑스 아레바 사는 프랑스 정부가 지분의 95%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국영 원자력회사이다. 지난 2001년 핵연료 기업인 코제마(COGEMA)와 원자로 전문생산업체 프라마톰 (FRAMATOME)의 합병을 통해 새롭게 탄생됐다. 아레바는 현재 100여개 해외지사와 7만500여명의 종업원을 두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300억유로(226조5068억원). 아레바는 원자력과 관련된 A부터 Z까지를 제공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기업이다. 핵연료 공급 및 처리, 원자로 제작, 원자력발전소 건설까지 원자력과 관련된 모든 솔루션을 제공한다. 송변전 및 신재생에너지분야도 세계 선두기업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프랑스 쉘부르 라아그=김익수 기자, 취재협조=한국원자력문화재단, AREVA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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