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특히 전기는 경제, 사회 발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필수불가결하다. 세계는 인간에 의한 이산화탄소(CO₂)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 위험과 에너지 가격인상 및 에너지 공급의 불안정에 따른 사회 정치적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 전기 생산으로 인한 CO₂ 배출은 세계 전체 CO₂ 배출의 약 27%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규모는 온실가스 배출원 중 가장 크고, 가장 빠른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 에너지 안보는 현실로 다가왔고, 특히 국내적으로 화석연료 매장량이 제한되거나 수입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가의 경우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개발도상국의 활발한 경제성장으로 보다 많은 에너지가 요구될 것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세기 동안 에너지 공급은 지속적이지 못했다. 세계인구가 개도국 중심으로 50%가량 증가하면서 미래의 에너지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적으로 에너지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화석연료의 사용은 계속 증가할 것이며, 원자력은 바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는 세계원자력협회(WNA)와 경제협력개발기구 원자력기관(OECD NEA)의 전문가들을 만나 세계 에너지 공급에 원자력이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 지 그 현황과 전망을 들어봤다.

 

2030년 유럽 원전생산 전기 38%로 상승

원자력으로 회귀한 영국, 국민이 밀어줘

환경, 경제, 안정성에서 ‘원전이 해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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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원자력협회

(WNA : World Nuclear Association)

 

세계원자력협회는 1975년 ‘우라늄협회(World Uranium Institute)’로 시작됐고, 국제적으로 원자력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증가되면서 2001년 WNA로 이름을 바꿨다. 회원은 원전연료 제작, 원자력 설비, 건설, 폐기물 처리, 운송, 법률, 재정, 보험, 중개 등 전 세계 180여 개 원자력 산업체 및 기관, 대학들이다. IAEA와 달리 회원사 대부분이 공기업이기도 하지만, 협회는 상업적기구다. 다국적 직원 20명이 일하고 있고, 정부의 카운터파트 역할을 하면서 웹사이트에서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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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 골린씨                           ▲스티브 키드 국장                        ▲이안 홀레시 국장   

NEA 설립목적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증진, 특히 원자력발전 및 핵연료주기 전반에 걸친 원자력 산업의 발전이다. 주요 업무는 회원사 상호간 협력 증진 및 전문 인력 교육기반 강화 및 국제화, 산업계 정보교류 및 협력 도모, 연례 심포지엄 개최, 정보제공(WNA Public Information Service, World Nuclear News), 원자력 연료 시장과 공급체인 분석 등이다. 영국 런던에 있는 WNA 본부를 찾아 이안 홀레시(Ian Hore-Lacy) 홍보국장, 스티브 키드(Steve Kidd) 전략분석국장, 서지 골린(Serge Gorlin) 원전분석가로부터 눈에 띄게 변해가는 세계 원전시장을 들어봤다.

 

원자력을 다시 보는 유럽

 

영국은 원자력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국립원자력협회(NNA ; Nat ional Nuclear Association) 회원이 60개에서 220개 회사로 증가했다. 영국 정부는 민간자본을 유치해 원자력 발전소 2개를 바꾼다는 계획이다. 1950년대 영국은 원자력 발전의 개척자였지만, 오랜 기간 주저하다가 2003년 블레어 총리가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전략을 완전히 바꿨다. 신재생에너지를 추진했지만, 발전량이 적으니까 원자력으로 회귀한 것이다. 2005년 여론조사에서는 의외로 많은 국민들이 원전에 긍정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영국에 있는 19개 발전소를 2020년까지 하나 빼고 다 바꾼다는 계획이다.

 

영국 정부는 원자력 발전에 대한 사회적 틀을 새롭게 구성하고 있다. 원전이 건설되면 회사의 책임이며,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원전 건설은 오랜 기간(10~15년)이 걸리는 일이며, 절차가 복잡하고, 정권이 바뀌는 것도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적, 산업적으로 원자력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고, 여당과 야당이 원자력에 대해 우호적인 협력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프랑스는 여당과 야당이 원자력에 대한 컨센서스를 갖고 있다. 물론 프랑스에서도 원전에 대한 반대가 심하지만, 원전은 이미 세계적인 흐름으로 거스를 수 없다.

 

스웨덴 포스마크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주민 설득은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의 몫도 있다. 최근 30년 동안 모든 정보가 개방돼 왔다. WNA도 명칭을 바꾸면서, 웹사이트에 모든 정보를 올리기 시작했다. 1950~60대 기업은 정부에 상당히 거만한 자세를 취했고, 여론도 고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주 크게 바뀌어서 막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캐나다에도 좋은 사례가 있다. 캐나다 원자력협회(Canadian Nuclear Association)에서 고준위폐기물 처분장을 찾으며 미디어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펀드레이징을 했는데 광고를 통해 수백만달러를 모았다.

 

한국 원전수주에 세계가 놀라

 

한국의 UAE 원전수주에 대한 세계의 평가는 중요하다. 프랑스와 끝까지 경합을 벌여 한국이 선정돼 많은 나라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원전을 저렴한 가격으로 건설할 수 있는 기술 확보가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전달됐다. 한국은 5년이라는 짧은 기간 내 원전을 적은 예산으로 제작할 수 있으며, 가장 디자인을 잘하는 국가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한국 정치인들이 외교력을 적극적으로 발휘한 것도 주효했다. 두산이나 삼성 같은 한국기업은 중공업 프로젝트, 부르즈칼리파 등으로 UAE에서 명성이 자자하다. 두산이 특히 해수담수화산업 등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도 유리한 점이다.

 

이번 UAE 원전수주는 한국의 첫 수출이기 때문에 의미가 크며, 큰 변화의 시작이다. 아시아 회사들이 세계 원전시장에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뿐만 아니라 중국이 크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5~10년 후엔 중국도 경쟁력을 갖춘 상대로 등장할 것이다.

 

중소형원자로 아시아 시장

 

유럽, 영국, 독일, 미국 시장은 기존 협력관계가 강해서 한국이 진출하기 힘들 것이다. UAE, 중동,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시아 시장에서 한국이 더 큰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말레이시아 등에서는 300MW 이하 사이즈의 원자로를 원한다. 많은 나라들이 큰 용량의 원자로를 감당하지 못하며, 그만큼의 전력그리드를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선진국 시장에서도 50~60억달러가 들어가는 큰 원자로의 비용이 이슈다. 따라서 적은 원자로로 효율을 높이려 노력중이며, 5~15년 뒤에는 더 작은 원자로를 추구할 것이다. 큰 원자로도 경쟁력이 있지만 개발도상국 중소형 원자로가 틈새시장이 될 것이며, 해수담수화 기능, 전기생산도 할 수 있는 다기능원자로로 성장할 것이다.

 

원자력 르네상스? 경쟁력이 이유!

 

IEA에서 2050년까지의 장기비전을 내놓았다. 전기사용을 줄이자는 것이지만, 전력수요는 계속 크게 증가하고 있다. 그래서 나온 세가지 대안이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원자력에너지를 추진하고,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것, 이것이 앞으로 에너지 시장의 핵심 키워드이다. 재생에너지는 분명 한계가 있지만, 원자력은 검증된 에너지이며, 탄소배출도 없다. 그러니까 유럽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계속 발전할 것이다. 얼마나 빠르게 성장할지가 관건이다. 독일은 자국내에서는 반대하지만, 독일을 대표하는 바텐팔, 이오엔+ 등은 80개 독일 주변국에 원전을 건설하고 있다.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는 3개 중요한 포인트를 주지해야 한다. 첫째, 지속가능하고, 믿을 수 있고 대량 공급이 가능한 에너지가 추진돼야 한다. 둘째, 탄소포집 및 처리(CCS)는 기술적으로 가능하지만 상업적으로는 매우 비쌀 것이라는 사실이다. 셋째, 신재생에너지는 10~15% 성장이 가능하지만, 보조금이 없으면 경쟁력이 떨어진다. 원자력은 영원히 경쟁력있는 에너지로 자리 잡을 것이다.

 

재처리가 대세, 공동처분장 세워야

 

한국은 고준위폐기물 처리 문제를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를 보면 재처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국이 수십억달러를 들여 빠르게 재처리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고. 프랑스, 영국도 그렇다. 중국도 재처리 전략을 쓰고 있다. 원자로에서 다 걷어 들여 중간저장소에 저장하면서 아레바(AREVA)사와 재처리시설 건설을 논의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재처리 시설이 프랑스, 영국, 일본 등에만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다음 세대를 생각해서 결정해야 한다. 우라늄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며, 한국은 2020년까지 상황에 맞는 전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사용후핵연료,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을 나라마다 가질 필요는 없다고 본다. 예를 들어 슬로베니아에는 원자로가 하나 있는데 거기에 처분장을 짓는 건 맞지 않는다. 국제적으로 몇 곳을 정해 국제공동 처분장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천연우라늄만 농축해서 쓰지만, 고속증식로인 4세대 원자로가 2025년경 상용화되면, 방사성폐기물 발생을 대폭 줄일 수 있다. 프랑스(슈퍼피닉스, 피닉스), 러시아, 일본(몬주)이 관련 기술경험을 확보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원자력 르네상스가 도래한 것은 환경성(이산화탄소 무배출), 경제성(생산단가 가장 저렴), 공급 안정성 때문이다. 일본과 프랑스는 일찍이 1970년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전기공급 안정성, 에너지 안보를 위해 원자력에 몰두해왔다. 물론 원전 한 기를 짓는데 투입비용은 엄청나다. 그러나 원자로 하나를 20~25년 돌리면 손익분기점을 넘어서게 된다. 독일도 원자력발전으로 공급한 값싼 전기에 세금을 부과해 이를 신재생에너지 연구에 투자하는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중일이 장기적으로 원전 경쟁에 뛰어들면 단가는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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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 원자력기관

(OECD NEA)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두고 있는 OECD NEA는 34개 OECD 회원국 중 28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다. 회원국의 프로젝트 협력, 정책 및 프로그램 개발, 평화적 목적의 원자력에너지 사용을 위한 과학기술, 제도적 국제협력을 담당하고 있다. NEA 안전 및 규제담당국 우이치로 요시무라(Uichiro Yoshi mura) 부국장과 대외업무국 서지 가스(Serge Gas) 팀장을 만나 NEA의 주요 업무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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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무라 부국장(우측)과 가드 탐장

 

원전 1.5~3.8배 증가

 

NEA의 역할은 원자력에너지 관련 주요 이슈에 회원국들에 권위있는 평가를 제공하고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는 것이다. 또한 에너지, 지속가능한 발전 부문에서 OECD 정책 분석을 더 포괄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NEA는 정부간 조직으로서 사무국과 데이터 뱅크가 독립조직과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IAEA와도 밀접하게 공조하고 있다. 회원국가들이 전세계 원전 설비용량의 85%를 차지하고, OECD 전력의 1/4을 공급하지만 NEA는 80명의 스텝들이 년간 1400만유로를 사용하면서 작은 조직과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다. 비정치적기구이면서 또한, 세계최고의 원자력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돼 오직 과학적, 기술적, 제도적 발전부문에만 집중하고 있다.

 

NEA는 2050년까지 세계 원전 설비용량을 두 가지 시나리오로 예측하고 있다. 저성장 시나리오는 원전이 현재의 1.5배로, 고성장 시나리오는 3.8배로 증가할 것이라는 것이다. 주로 OECD 국가에서 원자력발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NEA가 기술사무국을 운영하고 있는 GIF(Generation International Forum, GIF)에는 한국을 포함한 12개 국가가 가입해 제4세대 원자로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 또한 2007년 출범한 다국적 설계평가프로그램(Multinational Design Evaluation Programme)도 NEA에 기술사무국을 두고 캐나다, 핀란드,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 미국, 중국, 러시아, 남아공의 10개국이 참가해 신형 원자로의 실험운영 규정 설립, 국제협력, 특정주제 및 일반현안에 대한 실무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우이치로 요시무라(Uichiro Yoshimura) 부국장

 

“대중의 수용성 확보해야”

 

# 원자력을 보는 시선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에서 가스 공급난을 겪었다. 그밖에도 유럽 등지에서 여러 가지 기후재앙 등으로 사람들이 고생을 했다. 이런 경험들이 에너지안보에 대한 인식을 높여줬다.

 

# 한국은 국민의 원전수용에 어려움이 있는데.

 

국가별로 상황이 달라 뭐라 할 수 없지만, 원전 도입과 방사성폐기물 처리에 관해 OECD 가입국들은 좋은 경험을 나눠야 한다. 프랑스는 지난 10년간 에너지와 관련한 대중토론을 통해 많은 효과를 거뒀다.

 

# 그린피스 같은 단체들의 반대 시위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우리는 NGO들이 규칙을 지키는 한 그들과 토론을 할 준비가 돼 있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가 제안한 토론 초청을 거절했다.

 

#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처분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고 보는가?

 

직접처분방식은 아직 개발단계라고 봐야 하겠지만, 핀란드와 스웨덴이 이미 이를 수용하고, 부지를 확보했다. 심층지하처분(geo logical disposal)도 기술적으로 이미 상용화단계에 있다. 그러나 대중들의 수용성은 아직 숙제로 남아 있다.

 

# 재처리와 영구처분방법을 비교한다면?

 

직접 처분은 핵확산금지에 좋지만, 각 나라의 결정에 달려 있다. 지하 심층처분은 현재 기술력으로 가능하지만, 금융조달의 원활성 여부, 원자로의 해체 등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 등을 따져 봐야 할 것이다. 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 등은 기저부하 전력으로는 부적합하기 때문에 원자력 사용은 거부하기 어려운 대안이다.

 

# 원자력이 CDM 등을 통해 청정연료로 인정받아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에 참여하게 될 가능성은?

 

교토의정서상 원자력발전이 CDM으로 인정받을 수는 없다. 그러나 앞으로 논의과정에서 원자력의 탄소배출저감 역할을 인정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런던, 파리=김익수 기자·취재협조=한국원자력문화재단, 세계원자력협회, OECD N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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