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피플 칼럼
여름철 약해진 지반, 기습폭우 대비해야

 

1990년 이후 여름 강수량 15% 증가해
기상정보 활용해 집중호우 피해 최소화


 

박정규 국장.
▲ 기상청 박정규 기후과학국장
지난겨울의 한파와 폭설에 이어 올여름에도 기상이변이 잇따르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올 들어 600여건의 산불이 진행 중이며, 폭염을 견디다 못해 물에 뛰어들었다가 익사한 사람만 해도 3472명에 달한다. 아시아에서는 홍수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파키스탄과 중국에서는 홍수로 수천 명이 숨졌고, 이재민 수는 1000만 명을 넘는다. 어쩌다 한두 번, 특정지역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그것도 ‘사상 최악’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는 데서 사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연초에 몰아닥친 한파와 봄철 이상저온, 최근의 폭염 등 한반도에도 기상이변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특히 여름철에 주목해야 할 것은 기습폭우다. 강수량과 강수 패턴을 분석해 보면 기습폭우의 정체와 해결책을 마련하는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연 강수량의 약 50%가 여름철에 집중된다. 그런데 1990년 이후 여름철 강수량이 이전에 비해 약 15% 증가했다. 장마 기간의 강수량(350㎜) 자체는 변화가 거의 없지만, 장마 이전(68㎜)과 이후(254㎜)에 각각 23%와 31%씩 강수량이 증가했다. 즉 1990년 이후부터는 여름철 강수가 여름철 전 기간으로 확산되고 있다. 과거엔 장마기간에 집중적으로 비가 내렸지만 이젠 ‘장마기간=많은 비’라는 공식이 성립하지 않게 됐다. 여름철에는 언제든지 많은 비가 내릴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올여름 우리나라는 장마전선이 주로 남쪽 해상에 위치하면서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 7월 하순 경 장마전선이 우리나라 북쪽으로 올라가면서 사실상 장마는 끝났다. 하지만 지난 8일 저녁 타이완 동쪽해상에서 4호 태풍 ‘뎬무’가 발생해 우리나라로 상륙하면서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200㎜ 이상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중부지방에서도 3시간 동안 100㎜에 달하는 강한 국지성 집중호우가 발생했다. 서울 은평구에서는 불어난 계곡물에 1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고, 은평구 불광천이 범람해 1명이 사망하는 등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서울지역에서 수해로 인해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은 2001년 홍수 이후 9년 만의 일이다. 장마기간 종료 후에 나타난 집중호우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우리나라의 여름철 강수 패턴이 장마 후에도 집중호우가 많이 발생하는 형태로 이미 바뀌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기후변화’가 있다.

 

올 여름 기상이변은 기후변화에 따른 극단적인 기상 현상을 보여준다. 최근의 이러한 기상이변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지구온난화다.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의 여름철 강수 패턴을 바꾸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대기 중의 에너지 수준을 높여 해양과 대기 순환을 더욱 활발하게 만든다. 또한 대기 중의 수증기량이 증가하면서 여름철에는 집중호우 형태의 강수가 잦아지고 날씨의 변화폭을 크게 하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 홍수나 가뭄 등의 극단적인 이상기후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집중호우가 늘어나면서 기상재해에 의한 피해도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 10년(1998~2007년)간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액은 약 22조 원으로 추산된다. 그 중 태풍이나 호우로 인한 피해액은 약 20조 원으로 거의 90%가 여름철에 집중된다. 최근 4호 태풍 ‘뎬무’는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주지 않았다. 뎬무 이전에 지난 3년간 우리나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 태풍이 없었고, 이번에도 피해가 미미하다 보니 태풍에 대한 경각심이 줄어든 것 같다.

 

올 여름 북태평양고기압이 남서쪽으로 발달함에 따라 태풍 발생이 억제됐으나, 최근 북태평양고기압이 아시아 대륙을 모두 덮지 못하고 우리나라 부근에 그 가장자리가 걸쳐 있어 향후 저기압 또는 태풍이 접근하는 경우 우리나라가 통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이러한 패턴이 9월 상순까지 유지되면서, 저기압 혹은 태풍이 주로 고위도 지역에서 발생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높다.

 

여름 후반부로 갈수록 이미 내린 많은 비로 지반은 약해진다. 약해진 지반에 추가로 비가 내리면 산사태가 발생하거나 시설물이 붕괴될 수 있다. 장마기간은 지났지만 언제든지 기습폭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돌발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여름철 국지성 기습폭우에 대비하기 위해 기상정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집중호우에 따른 사회·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함께 위해 노력해야 하겠다.

 

더불어 기후변화에 대한 대비도 시급하다. 기후변화는 먼 훗날 나타날 가상 시나리오가 아니라 현재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한국의 미래는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불필요한 논쟁으로 처방 시점을 놓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기후변화 대책은 막연히 10년 후, 100년 후를 대비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전 지구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이상기후를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그 특성과 원인을 분석해 이상기후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해 가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적응 능력뿐만 아니라 현재 자연재해를 경감시키기 위해서도 기후변화에 대한 대처는 필수적이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점진적인 전 지구적 기온 상승 추세 속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형태의 이상기후에 철저히 대비해 피해를 줄여야 할 것이다.

 

 

편집국  webmaster@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편집국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포토뉴스
[포토] 제1차 미세먼지 대응 도시숲 연구개발 협의회
판자촌서 패션산업 중심으로… 청계천 평화시장
[포토] 김재현 산림청장 ‘산림일자리위원회’ 참석
문희상 국회의장, 다문화가정 학생들 격려
무더운 여름엔 역시 ‘쿨맵시’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