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황을규
▲ 국가대표 감독 못지않은 자부심을 느낀다는 황을규씨

【화성=환경일보】황기수 기자= ‘피겨 여왕’ 김연아 연습장으로 더 잘 알려진 유앤아이센터 아이스링크.

 

각급 학교가 개학을 한 탓인지 스케이팅을 즐기는 사람들은 다소 줄어든 느낌이지만 오후시간대는 여전히 이용객들로 붐빈다.

 

유앤아이센터 아이스링크에서는 일정시간이 되면 장난감 같이 생긴 정빙차(整氷車, 일명 ‘잠보니’라고 부른다)가 나타나 가로 60m, 세로 31m 크기의 얼음판 구석구석을 오가며 거울처럼 말끔하게 정리하는 모습이 더 이상 낯선 모습이 아니다.

 

정빙 시간을 알리는 안전요원들의 신호가 링크에 울려 퍼지면 스케이터들은 링크 밖으로 나와 빙판을 손질하는 정빙차에 눈을 떼지 못하고 신기한 듯 바라보는 또 다른 즐거움을 마련해 주고있다.

 

정빙은 스케이트를 즐기는 이용객들이 피겨나 스피드 스케이팅 등 기술을 익히고 스피드를 즐기다보면 빙판 이곳 저곳이 움푹 파이거나 골이 생기면서 얼음 찌꺼기 등이 나오게 되는데 이용객들의 안전을 위해 정빙차를 이용, 빙판을 말끔하게 고르는 일을 말한다. 한마디로 빙질(氷質)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관리하는 일이다.

 

유앤아이센터에서는 2시간 간격으로 정빙을 하는데 정빙차로 빙판 위에 뿌려진 얼음 찌꺼기를 1톤짜리 폐빙탱크로 흡입하고, 정빙 칼날(블레이드)로 빙판을 0.1~0.2mm 정도로 깎아내면서 빙판 표면에 온수를 뿌려 파인 얼음판의 틈새를 채워준다.

 

이 모든 작업이 거의 동시에 이루어지면서 유리알 같은 얼음판으로 만들어 준다.

 

화성시문화재단 스포츠운영팀에서 정빙사로 근무하고 있는 황을규(46세)씨는 올해 15년차 베테랑으로 지난 2000년에는 강릉에서 열린 동계 아시안게임 아이스하키 부문의 정빙을 담당하기도 했다.

 

이제는 대당 1억8천만원을 홋가하는 고가의 정빙차도 손수 고칠 수 있을 만큼의 감각과 핵심역량을 갖추고 있다.

 

정빙사들은 24시간 일하고 48시간을 쉬는 형태의 교대근무를 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대관 일정 등을 감안 새벽 5시40분부터 밤 12시까지 일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로 인해 “가족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지만 그래도 이제는 많이 이해해 주는 편”이라며 황을규씨는 너털웃음 을 지어 보인다.

 

늘 추운 음지에서 일을 해야 하는 고된 작업환경이지만 “김연아 선수 처럼 어렸을 때부터 함께 한 꿈나무들이 스케이트를 타며 꿈을 키워가는 모습을 보게 되면 여느 국가대표 감독 못지않은 자부심과 보람을 느낀다”고 그는 말한다. 주변에는 즐기면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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