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Justice)’의 열풍을 넘어

이제 ‘윤리(Ethics)’를 향한 지적 모험이 시작된다!

 

에코북
2010년 한국 서점가에 돌풍을 일으킨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이 이번에는 유전공학 시대의 윤리라는 주제를 들고 우리를 찾아왔다. 이 책은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이 2007년에 출간한 ‘The Case against Perfection’을 번역한 책으로 여기서 ‘완벽함(Perfection)’은 인간이 유전공학 기술을 이용해 완벽해지려 하는 것을 말한다. 샌델 교수는 유전학적으로 완벽해지려는 인간의 욕망은 무한경쟁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과도한 불안이 만들어낸 환상이라고 경고한다.

이 책은 샌델 교수가 부시 대통령 재임 시절 대통령생명윤리위원회에 참여했던 경험과 하버드대 학부와 대학원, 로스쿨에서 ‘윤리와 생명공학’이라는 주제로 강의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샌델은 일종의 우생학을 통해 우월한 인간이 되려는 인간의 충동에 대한 반론을 재치 있는 비유와 탄탄한 논리, 소크라테스적 대화법,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흡인력으로 풀어나간다.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도덕적·윤리적 딜레마와 인간 복제, 유전자 선택 등 유전공학 시대에 우리에게 닥쳐올 윤리적 문제들을 쉽게 풀었다는 점에서 ‘다음 세대를 위한 윤리학’이라고 할 만하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론과 정치철학이 생명의 윤리학을 만났다!

 

마이클 샌델은 2001년 말 대통령윤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줄기세포 연구와 인간 복제, 유전공학 등에 관해 깊이 생각할 기회가 있었다. 여기서 과학자, 철학자, 신학자, 의사, 법학자, 공공 정책 전문가 등 과 격렬한 토론을 벌이면서 유전자를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이 시대를 향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유전자를 부모가 선택하는 것은 정당한가? 타고난 재능으로 좋은 성적을 내는 운동선수와 근육강화제의 도움을 받는 선수 사이에는 어떤 윤리적인 문제가 있을까? 유전공학을 이용해서 아이의 지능을 높이는 것과 교육을 통해 아이를 똑똑하게 만드는 것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적자생존의 논리를 정당화하는 현대사회는 적자와 부적격자를 나누는 우생학과 무엇이 다를까? 배아는 생명일까, 세포 덩어리에 불과할까? 등이 그것이다.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사회적 정의와 관련한 다양한 논리들의 장단점을 명확하게 꿰뚫는 ‘소크라테스적 지성’과 재빠른 위트와 당당한 수사로 수많은 독자를 매료시킨 샌델은 이 책에서도 역시 누구나 한번쯤은 빠져들게 되는 윤리적 딜레마에 관한 문제들을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들과 연결해 재미있고도 쉽게 풀어나간다.

 

우리 시대의 소크라테스적 지성,

마이클 샌델이 풀어나가는 다음 세대를 위한 윤리학!

 

마이클 샌델이 이 책에서 자녀 양육의 문제를 생명공학의 윤리와 연결시킨 부분은 경쟁으로 치닫는 우리 사회에 깊은 울림을 던져준다. 부모가 아이들을 어렸을 적부터 과도하게 운동을 시키는 것과 아이를 더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각성제까지 복용하게 하면서 공부를 시키는 일,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유전자를 조작해서 소질을 개선하려고 하는 노력들이 일종의 우생학과 무엇이 다른가 하는 의문을 던지는 것이다. 유전공학을 통해 아이를 경쟁을 갖춘 아이로 키워내려고 하는 부모의 시도가 과연 교육에 가까운 것인가, 우생학에 가까운 것인가 하는 문제는 진지하게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한다.

부유층 부모들이 아이를 비싼 학교에 보내고 가정교사를 고용하며, 피아노와 발레, 수영을 가르치는 비용을 대서 아이들을 경쟁에서 유리하게 이끌던 일이 유전공학 시대에는 부모가 유전자를 아예 디자인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경고한다. 부가 세습되면서 벌어지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양극화 현상처럼, 다가올 미래에는 유전학적 불평등이 심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단순히 윤리를 말하는 책을 넘어 무한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사회에 대한 반성의 거울과 같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 소개

 

지은이: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l)


1953년 미국 미네소타에서 태어났고, 브랜다이스대학교를 최우등으로 졸업했으며, 옥스퍼드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7세에 최연소로 하버드대학교의 교수로 임용됐고, 교수가 된 지 2년 후에는 존 롤스의 ‘정의론’을 비판한 ‘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1982)를 발표하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1980년부터 하버드대학에서 정치철학, 정치사상사, 윤리학 등을 가르치고 있다. 존 롤스 이후 정의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2008년 미국정치학회가 수여하는 최고의 교수로 선정됐다. 마이클 왈저, 찰스 테일러,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 등과 함께 공동체주의 4대 이론가로 알려져 있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