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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정개발연구원 맹다미 부연구위원


사회 일각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사고로 인해 건강하고 안전한 도시의 생활환경에 대한 관심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도시의 생활환경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는 매우 다양하지만, 기본적이고 보편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공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1961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생활환경의 기본 이념으로 ‘안전성(safety)’, ‘보건성(health)’, ‘편리성(convenience)’, ‘쾌적성(amenity)’을 제안했고, 이는 현재까지도 여러 분야에서 통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환경 및 사회 문제에 대한 의식 향상, 지역의 지속적인 경제 발전 등을 포괄하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추가적으로 제안되고 있다.

 

이는 삶의 질 향상에 대한 요구 증대의 일환으로 시민들의 생활을 담고 있는 그릇인 생활환경에 대한 질(質)적 향상을 위한 기본 이념이라고 할 수 있다. 생활환경을 충실하게 하는 것은 도시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목적 중 하나로, 세계의 많은 도시들이 글로벌(global) 경쟁체제 속에서 저마다 최고의 도시를 만들고자 생활환경에 대한 질적 향상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시 역시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시민들이 도시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생활환경의 질적 향상을 도모해야 할 것 있다.

 

생활환경의 질적 향상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인구성장추세의 변화이다. 서울시는 20세기 중반 이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폭발적인 인구성장을 경험했다. 지속적인 증가만을 보일 것 같던 서울시의 인구는 1992년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했고, 2005년 이후에는 소폭으로 증가세를 보이는 등 전반적으로 안정세로 접어들었다. 서울시는 과거 단기간에 압축적인 성장을 겪으면서 개발주도의 패러다임 하에서 도시문제를 접근했고 그 해결방안으로 신규 주택 공급 등 물리적 시설의 확충에 노력을 기울여왔다.

 

21세기의 서울은 인구 성장의 정체와 같은 전례 없는 여건의 변화를 맞이하게 됐고, 더 이상 급격한 도시화 및 산업화로 도시의 양적 성장을 경험하던 과거와 같이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데에만 초점을 맞출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러한 여건 변화에 걸맞게 생활환경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 서울은 안정적인 도시화 단계로 진입하면서 그동안을 성장과 개발을 관리할 수 있는 도시 관리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통해 생활환경의 질적 향상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결과물 도출에만 힘을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사람, 시설, 기능 등을 최대한 잘 살피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관리의 과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특히 생활환경은 주택, 기반시설 등을 포함한 물리적, 사회․문화적, 산업․경제적 환경 등 여러 부문들이 서로 긴밀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단기간에 개별부문에 대해 단편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긴 호흡으로 총체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지역의 경제적 기반을 강화하여 거주민의 사회경제적 격차를 감소시키고, 지역특성에 기초한 기반시설과 교육, 문화, 의료 등 공공시설의 공급을 확충하여 주거환경을 격차를 해소하는 등 궁극적으로 생활환경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선순환(善循環)과정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선순환과정을 유도하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현재의 생활환경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미래의 목표를 제시할 수 있는 생활환경 모니터링(monitoring)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활환경 모니터링체계에서는 현재의 생활환경 현황에 대한 체계적인 진단이 선결되어야 하는데,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모니터링을 위해서 생활환경을 잘 나타낼 수 있고 정책 노력에 의해 개선가능한 방향을 나타낼 수 있는 지표 등을 통해 생활환경을 객관적으로 진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향후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여 문제점을 파악하고, 미래의 계획 목표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급변하는 시대에 걸맞게 시대적인 변화를 반영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그동안 서울시는 압축적인 성장으로 많은 공과(功過)를 거두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지역 간 생활환경의 격차인데, 이의 완화는 지역균형발전차원에서 서울시의 큰 숙제 중 하나이다. 그러나 앞서 논의한 내용을 통해 상대적인 생활환경의 격차를 완화하는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큰 틀에서 생활환경의 질적 향상을 목표로 생활환경의 구성요소들 간의 선순환과정으로부터 결과를 도출해야 할 것이다. 이는 또한 서울시민의 삶의 질 향상으로도 귀결되는 중요한 사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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