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지도자 - 개인보다 조직과 시스템 중시해야

어학의 국제화 - 지도자 세계무대 진출 시킬 것

 

총장사진
▲한국체육대학교 김종욱 총장
오는 12월은 한국체육대학교의 개교 24주년을 맞는다. 지, 덕, 체는 지난 반세기 국민교육의 3위 일체의 이념으로 교육의 박동하는 심장과 핏줄 역할을 해왔다. 올해는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역사적 쾌거와 17세 이하 여자 축구 세계제패 등 세계를 놀라게 한 승전보를 온 국민의 가슴에 안겨줘 다가오는 11월의 G20 세계회의를 개최하는 한국의 위상과 국격을 한층 높여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본지는 취임 2년차를 맞는 한국체육대학교의 제5대 김종욱 총장(55)과 인터뷰를 통해 21세기 한국체육대학교의 세계화를 향한 웅비의 비전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한국체육대학교의 창립배경과 연혁은

 

한국체육대학교는 선수들의 체계적인 훈련과 교육의 병행을 통해 국제대회를 겨냥한 선수들 양성의 시대적 필요성에 부응해 국립대학으로 설립됐다. 1976년 8월1일, 캐나다 몬트리올 하계올림픽에서 광복 이후 처음으로 레슬링 종목에서 양정모 선수가 한국에 금메달을 선사함으로써 국민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안겨준 바 있다. 이를 계기로 정부에서는 축구, 야구와 같은 인기 대중스포츠가 아닌 올림픽 등 각종 국제무대에서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엘리트 선수의 체계적 육성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고등교육기관설립의 사회적 요청에 부응해 1977년 3월19일에 ‘국립학교설치령’에 의거, 국내 유일의 체육종합대학교로 ‘한국체육대학교’가 설립됐다. 현재는 대학과정과 사회체육대학원 및 교육대학원을 두고 있다.

 

◆김종욱 총장님의 학교 운영철학과 이념은

 

무엇보다도 화합과 소통을 중시하고 있다. 한국체육대학교 가족 모두가 서로의 땀과 열정을 존중하며, 우리대학의 발전이 모든 구성원 개개인의 발전으로 이어지는 대학문화 조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투명한 대학운영을 통해 대학 구성원 모두의 역량을 결집하고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 민주적인 대학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끊임없는 대화와 상생의 노력을 하고 있다. 아울러 저는 스포츠교육학을 전공한 체육행정의 전문가로서 급변하는 교육 상황과 정책에 대처할 수 있도록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체육대학교의 미래발전을 위해 거시적 발전전략을 추진해나가고 있다.

 

향후 체육을 통한 국격의 세계화를 향한 비전을 수행해 나가기 위해서 첫째, 25년이 경과된 낙후된 시설의 현대화를 추진하고 있고 둘째, 체육강국의 세계적인 경기력 향상을 이루는 수준에는 도달해 있지만 언어의 장벽이 국제화의 걸림돌이 된다는 점에 착안, 금년 1학기부터 야간에 영어강의 과정을 도입해 언어의 국제화를 도모하고 있다. 셋째, 졸업 후 거의 국내에 국한돼 있던 사회적 진출의 폭을 어학의 세계화로 국제무대로 나아가 체육행정, 지도자, 국제대회 종사자, 각종 국제협회나 연맹 등 다양화된 세계적 진출을 통해 국격 및 국력의 향상과 일자리 창출을 해내기 위해 다양한 전략적 접근을 해 나가고 있으며 넷째, 일본, 중국, 버지니아 주립대학교 등 한국체육대학교를 벤치마킹하는 나라들이 많지만 현재 3만평 입지와 시설로서는 국제화를 이루기에는 미흡해 훈련장 및 훈련연수원 등을 갖춘 규모의 확장 이전을 검토하고 있으나 부지선정 등 제반 여건이 열악한 상태에 있다.

 

또한 대학의 본분은 전공분야의 적성과 소질을 지닌 학생을 선발해 학생들 자신이 자기개발을 하게 이끌어줌으로써 전공분야와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인재를 육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아직도 우리나라 대학들의 특성화가 미진해서 취업으로 연계하는 선택의 폭이 협소한 면이 있다.

 

 특히 요즈음 사회문제로 부각된 것처럼 학생운동선수들은 고학력 사회에서 학교 공부를 포기한 채 운동에만 내몰리고 있는 상태를 개선하고자 우리 한국체육대학교는 국책대학의 설립목적에 따라서 학생들에게 학업과 운동과 자기개발을 균형적으로 병행해 전공분야와 사회발전에 기여하는 글로벌 스포츠인재를 육성하는 소임을 다해왔다.

 

그 결과로 한국체육대학교 출신 올림픽 메달리스트는 약 90여명에 이르고, 이들이 하계올림픽에서 63개, 동계올림픽에서 12개의 메달을 획득해 국위를 선양한 바도 있으며, 아시안게임 등 각종 국제경기대회에서도 우리나라가 획득한 메달의 약 30%를 한국체육대학교 출신 선수들이 획득했다. 이는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유일무이한 기록이고 한 국가가 성취하기에도 힘든 교육적 성과이기에 한국체육대학교는 ‘세계 최고의 스포츠 특성화 대학’임을 국내외적으로 인정받고 있어 우리 대학교는 물론 한국인 모두의 긍지와 자부심으로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밖에도 한국체육대학교는 생활체육과 학교체육의 발전을 선도하는 지도자를 각 분야에서 양성해왔고, 엘리트스포츠 선수들을 훈련 및 출전시켜온 풍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체육과 스포츠 연구와 이론 분야에서도 국가 허브의 중추적 역할을 충실히 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모든 노력을 앞으로 더욱 체계화시키고 강화함으로써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한국체육대학교의 이상을 구현해나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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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체육대학 전경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의 역사적 쾌거의 의의와 향후 세계대회를 겨냥한 비전은

 

개교 이래 한국체육대학교가 거둔 무수한 영광의 순간 가운데에서도 이번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의 성과가 더욱 빛나는 이유는 세 선수의 활약이 대한민국과 아시아, 나아가 전 세계 스피드스케이팅 역사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점을 중시하고 있다.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가 획득한 메달은 1992년 알베르빌에서 김윤만의 남자 1000m 은메달, 2006년 토리노에서 이강석의 남자 500m 동메달이 전부였다. 특히 금메달의 경우 남녀를 통틀어 아시아권 선수로는 지난 1998년 나가노에서 일본의 시미즈 히로야스가 획득한 것이 유일할 정도로, 스피드스케이팅은 유럽과 북미권 선수들이 독식해오던 종목이었다.

 

이 때문에 언제나 풍성한 메달을 안아오던 쇼트트랙에 묻혀 스피드스케이팅은 비인기 종목의 굴레와 열악한 국내 기반 시설의 이중고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밴쿠버에서 우리대학의 모태범과 이승훈 학생이 각각 500m와 1000m, 5000m와 1만m에서 메달을 획득해 단거리-중단거리-장거리 전 종목에 걸쳐 ‘빙속 강국’ 북유럽 국가들의 위상을 꺽은 데 이어서, 이상화 학생까지 여자 500m 금메달을 획득해 미국과 캐나다 여자 선수들의 독식을 종결시켰다. 이 쾌거는 우리나라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 빙속계의 판도를 바꾸는 쾌거라고 평가받고 있다. 한국체육대학교는 이러한 쾌거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 다가올 각종 국제경기대회도 학업과 운동을 병행해 체력과 지력을 모두 강하게 육성해 세계최고의 성적을 내도록 노력할 것이다.

 

◆대학이 인성과 철학을 공고히 하는 인문환경(Human Environm ent)의 교육적 의의가 절실하다는 시대적 요청에 대한 한체대의 교육의 중점이념은 무엇인가?

 

한국체육대학교 교육의 중점이념은 균형 잡히고 조화로운 교육을 통해 스포츠맨십을 지닌 체육 인재의 양성에 있다. 체육교육 이외에 교양과 이론 교육 및 연구의 균형 잡힌 발전을 추진해 왔다.

 

우리 대학에서는 학생선수들도 매일 1교시부터 4교시까지는 교양 및 전공 이론 수업을 수강하고, 오후 2시부터 전문실기 종목의 훈련에 들어간다. 국가대표 선발이나 국제대회 등에 출전해 부득이하게 결석할 경우에는 담당 교수에 따라서 수업내용에 대한 리포트 제출지도나 온라인 교육 및 교수님의 개별지도를 통해 수업결손을 최대한 보완하고 있다.

 

또한 이를 지원하고자, 인성교육학회에서 중견학자로 활동 중인 교수와 교수학습 분야 전문가를 중심으로 ‘교수학습개발센터’를 조직해 학습도우미 지원사업과 학습방법에 대한 개별적 지원과 상담을 하고 있고,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선수들의 시간을 활용해 인문학과 외국어 관련 강의와 학습지원도 제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태릉선수촌에 국가대표로 입촌한 한국체대 선수들은 매일 아침 8시에 스쿨버스로 등교해 수업을 받는 것이 원칙이다.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 세 학생선수가 경기 후 인터뷰를 할 때 전혀 주눅 들지 않고 거침없이 자기표현을 하는 것을 보면, 학생들이 운동과 자기개발과 학업을 균형적으로 병행해온 결과이다.

 

이처럼 한국체육대학교는 우리나라 체육과 스포츠 발전을 선도하는 상아탑으로서, 전문실기 교육뿐만 아니라 인문소양과 이론 및 외국어 교육을 통해 지, 덕, 체를 고루 갖춘 체육 인재를 육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21세기 한국의 세계화 비상(飛上)을 향해 체력은 국력이라는 국민적 기대감이 있는데 향후 각종 세계대회를 겨냥한 중점 교육방향은

 

21세기는 스포츠가 국가의 브랜드 가치를 국제적으로 드높이고 국민 건강과 체력의 증진에 기여하는 역할이 갈수록 증대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가 각종 스포츠 세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무엇보다도 재능 있는 선수와 유능한 지도자 그리고 훈련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 인프라가 모두 갖춰져야 할 것이다.

 

한국체육대학교가 지난 30여년간 세계를 놀라게 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이런 기본 원칙을 지킨 결과라고 본다. 앞으로도 그 기본원칙을 유지하면서 글로벌 경쟁에 대처할 수 있도록 영어 구사능력 향상과 과학적인 연구 및 체계적인 훈련방식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우리나라가 강한 종목 이외의 여타 종목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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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체육대학교 필승관 개관

◆근간 논란이 되고 있는 체육계 코치와 지도자들의 도덕성 결여로 선수 양성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노출돼 왔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체육계 코치와 지도자들의 도덕성 결여는 일차적으로 시스템의 미비에서 일어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국체육대학교는 원석과 같은 체육 꿈나무들을 선발 육성하며 지난 30여년간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을 구축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해 한국체육대학교의 학생과 교직원들은 상호 간 이해와 인화를 통해 상호 교감과 이해의 폭이 깊다고 생각한다. 도덕성의 근본은 타인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포용력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체육대학교 가족 모두가 더욱 상호 간 이해와 존경을 바탕으로 체육계가 갖고 있는 미흡한 점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한국체육대학교는 지도자 개인보다 조직과 시스템 중심의 운영을 더욱 강화해 사회 일각에서 우려하는 체육계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데 어느 조직보다도 한국체육대학교가 모범을 보이는 견인차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이다.

 

◆성장하고 있는 미래의 차세대를 향해 교훈의 말씀을 남기신다면

 

우리 한국체육대학교는 학생들의 무한한 가능성과 열정과 도전정신을 존중하는 대학이다. 국책대학으로 설립돼 비인기 종목을 중심으로 숨겨진 꿈나무 원석을 찾아내 진정한 보석으로 가공해온 대학이다.

 

 미래의 차세대 리더들은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긍정적 사고로 바라보고 자신만의 목표를 확고히 세워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성취하도록 노력하면, 그 꿈을 한국체육대학교에서 이룰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지난 30여년간 우리 한국체육대학교 출신 메달리스트들이 모두 그러한 과정을 거쳐 눈부신 결실을 거둔 것을 바로 곁에서 지켜봐온 저로서는 이러한 진취적인 안목과 태도를 가져주기를 차세대 꿈나무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끝으로 국민과 학부형들에게 당부의 말씀은

 

체육에는 ‘기적’이 없다. 땀과 고된 훈련의 결과다. 평소 피나는 훈련과 노력을 다하는 우리 선수와 학생들에게 평소에도 큰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우리 한국체육대학교는 한국 체육을 대표하는 국립대학으로서 교직원 모두가 국민과 학부형 여러분들의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국가 브랜드를 드높이고 글로벌 체육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교육, 훈련, 연구를 체계적으로 수행하는 우리나라 체육과 스포츠의 허브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끝으로 우리 자녀들을 위한 체육활동에 대한 관심을 학부모님들께 당부 드리고 싶다. 학교 공부가 지나치게 편향적으로 강조되는 환경에서 우리 자녀들의 체력관리와 건강한 인성 함양이 부족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체력이 있어야 공부도 잘 할 수 있고, 체육활동을 통해 인성과 사회성이 폭넓게 계발될 수 있으며, 체육활동이 유소년기에 잘 이뤄져야 우리나라 체육과 스포츠의 꿈나무도 고루 육성될 수 있다. 체육 교과목과 스포츠 활동은 신체발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협동심과 공정한 스포츠맨십을 키워주고, 타인은 물론 자기 자신도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매우 중요한 교육적 기능을 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학부모님들께서 우리 자녀들이 건강한 신체와 건전한 정신을 키우도록 체육과 스포츠 활동을 장려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

 

〈허성호 대기자〉

 

김종욱 총장 약력

 

김종욱 총장(55세)은 충남 아산 생으로 온양고등교-한양대학교 체육학과-한양대학교 대학원 체육학석사-동 대학원스포츠교육학 이학박사 학위를 수여 받았다. 1984년 한국체육대학교 교수에 임용-카누 국가대표코치-한국체육대학교 골프부 지도교수-한국체육학회 이사-교무처장- 대학원장을 역임했고, 한국운동재활용협회고문-한국사회체육학회 부회장-한국스포츠교육학회 부회장-서울시체육회 부회장-대한체육회 이사-제5회 홍콩동아시아 대회 단장-대한장애인체육회 이사 등 한국 체육계에 큰 발자취를 남기고, 2009년 3월13일 한국체육대학교 총장에 취임했다. 김 총장은 뚝심과 인화력을 두루 갖춰 한국 체육계의 ‘큰바위 얼굴’ 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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