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축 통한 생물의 이동통로 확보해야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연구 필요

 

 

이병윤 박사.

▲국립생물자원관은 앞으로 내가 살고 있는 고장의 생태계가 어떻게 변하는지 알림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생물지표를 만들 계획이다.


기후변화는 생물의 서식지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이제 ‘한라봉’은 더는 제주만의 것이 아니게 될지도 모른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한반도 지역이 점차 따뜻해지면 북방한계선이 점차 위로 올라가게 된다. 아울러 한반도에서 자생하던 생물 중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멸종생물도 생길지 모른다. <편집자 주>

 

Q.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은 어떤 관련이 있는가?

 

A. 우리나라의 지난 90년간 약 1℃ 상승했으며 도시지역은 열섬효과 등으로 1.3℃ 정도 상승했다. 1℃가 올랐을 때 생물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펴보면 온도에 따라 내성범위가 넓은 종은 문제가 안 되지만 그렇지 않은 생물들은 그 지역을 떠나야 생존할 수 있다. 떠나지 못하는 생물은 멸종에 이를 수밖에 없다. 특히 고산지역에 사는 식물은 온도가 상승하면 위쪽으로 올라가야 하는데, 서식처를 계속해서 옮기다 정상에 다다르게 되면 더 이상 피할 곳이 없어 멸종하게 된다. 동물은 이동성이 있기 때문에 북쪽으로 이동할 수 있지만 이동통로가 확보되지 않으면 이들도 멸종될 수 있다.

 

Q. 예를 들자면?

 

A. 대표적으로 고산지역에 서식하고 있는 구상나무가 있다. 한라산과 지리산 꼭대기에 서식하는 이 식물은 우리나라 고유종이다. 설앵초라는 식물 역시 한라산, 지리산, 가야산에 서식하며 전세계에서 우리나라에서만 살고 있다. 지금처럼 온난화가 지속된다면 한반도의 멸종이 지구상에서의 멸종에 이르게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아열대지방이나 제주지역에 살고 있던 동물들이 육지로 북상하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조사를 통해 통계를 내지는 못했다. 우리가 잘 아는 제주도의 오분자개가 한반도 남해안 일부에서 서식이 확인되고 있다. 송이버섯 같은 경우 농가의 소득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이를 파악하는 것은 국가생물자원 관리에 있어 매우 중요하며 농민들의 소득 증대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Q. 도시화 등으로 인한 이동통로 확보에 문제는 없는가?

 

A. 동물이 이동하는 통로는 결국 산이다. 그래서 환경부는 DMZ 축, 서남해안 축, 백두대간 축을 3대 생태축이라고 명명하고 이는 보존해야 할 지역으로 간주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도 야생동물보호 차원에서 생태축 보호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국립공원의 경우 예전에는 여가를 즐기는 곳으로 생각됐지만 이제는 패러다임이 변화되고 있다. 야생동식물 보전의 메카 역할을 하기 위해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식물은 출입제한 등으로 인해 더욱 잘 보전되고 있으며 이동통로의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Q. 사과재배지역도 변화하고 있는데?

 

A. 지구온난화를 조금이라도 늦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후변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며 지구는 뜨거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여기에 어떻게 적응해서 살 수 있을 것인가, 생물이 보전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인간은 적응한다고 해도 그렇지 못한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종의 씨앗을 보관해서 조건만 맞으면 언제든지 키울 수 있도록 잘 보존해야 한다. 영국은 종자은행이 있는데 1차적인 수집목적이 반건조지역의 식물종자를 수집하는 것이다. 멸종이 됐어도 종자만 가지고 있으면 언제든 싹을 틔울 수 있으니까 여건이 맞는 미래 세대에 활용하겠다는 의도이다. 우리도 유전자원 종자를 수집하고 증식기술을 개발해서 향후 세대가 이용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지금 세대의 큰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Q. 앞으로 계획은?

 

A. 생물자원관이 기후변화 생물지표 100종을 발표했는데 우리나라에 3만3000종이 살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생태학적 분류나 생물학적 분류가 활성화된 나라가 아니다. 관련 근거나 자료, 연구가 거의 없어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과정을 거쳐서 선정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국제적으로 신용할 수 있는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에 관한 국내자료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IPCC의 생물다양성 보고서에는 ‘한국은 자료가 하나도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앞으로 생물지표 100종에 대해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관찰네트워크를 만들어서 내 고장의 생태계가 어떻게 변하는지 알림이 역할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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