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백호 박사
경제가치 아닌 생태가치로 평가해야

모니터링에 의한 서식지 변화 파악

 

개발사업에 따른 보상개념으로 최근 대체서식지 조성이나 비오톱 계획, 습지 재생, 생태숲 창출 등 생태복원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생태복원사업의 목표와 성공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생태복원사업이 ‘생태’라는 접두어만 붙여진 개발사업으로 변질되거나 개발사업의 면죄부 역할을 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문제 제기는 생태복원사업의 성과를 측정하기 위한 방법론 및 평가절차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며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훼손된 생태계를 회복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생태복원사업은 생물 다양성 증진, 친수공간 조성, 자연경관 창출, 재해 예방 등 다양한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자연생태계 구조와 기능 회복을 위한 서식지 보전·조성을 전제하고 있다. 여기서 ‘서식지 보전·조성’이라는 기본적인 목표는 앞서 열거한 생태복원사업의 성과를 측정하는 기초가 된다.

 

예를 들어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한강예술섬 조성사업에는 사업추진 과정에서 발견된 맹꽁이 서식처를 보호하기 위해 ‘한강 노들섬의 맹꽁이 서식처 보전’이라는 복원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복원목표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복원 목적을 설정해야 한다. 맹꽁이 보전은 다음 3가지로 구체화 할 수 있는데, 첫째 맹꽁이의 산란과 올챙이를 위한 부드러운 토양과 물웅덩이를 확보하고, 둘째 근처에 먹이가 되는 곤충자원을 위해 풍부한 수림 및 초지를 제공하며, 셋째 성체를 위한 활엽수림을 확보해야 한다.

 

생태복원사업의 성과측정을 위한 평가항목은 생태계복원 목적을 토대로 도출할 수 있다. 맹꽁이 서식처 보전을 위한 3가지 목적을 달성하는 데 있어 맹꽁이의 생애주기, 활동권을 토대로 적정 서식처 면적과 공간배치를 계획·설계 단계에서 결정해야 한다. 또한 복원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생태계 회복기간을 감안해야 한다. 만약 생태복원사업을 실시하는 동안 서식환경 변화로 맹꽁이의 안정적인 개체 수를 유지할 수 없는 경우, 맹꽁이 서식처 보전사업은 본래의 취지를 달성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생태복원사업은 ‘무엇을’, ‘어디에’, ‘어느 정도’와 함께 ‘얼마 동안’ 복원·창출할 것인가를 고려해야 한다. 즉 생태복원사업은 복원하고자 하는 ‘주제×공간×질×시간’을 복원목적에 따라 평가해야 한다.

 

생태복원사업은 서식지 평가절차를 통해 경제가치가 아닌 생태가치를 통해 사업성과를 평가할 수 있다. 성과평가를 위해 주제별로 ‘질×공간’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서식지 총량을 측정한다. 즉 개발사업에 따른 사업 전후, 그리고 사업 기간의 서식지 총량을 계산해 복원사업의 성과를 평가할 수 있다. 이때 생태계가 내포하고 있는 본질적인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유지관리가 평가에 반영돼야 한다. 따라서 사업시행자는 복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시공 이후에도 순응적 관리 원칙에 따라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서식지 총량 변화를 계산해 사업평가에 반영해야 한다.

 

생태복원사업의 성공을 위해 사업완료 이후에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주기적인 평가를 통해 현행 관리체계의 유지, 보완 또는 수정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모니터링과 유지관리를 위한 추진주체는 사업시행과 함께 구성하고 조성단계에서 얻어진 자료를 바탕으로 관리목표를 수정·보완하고 정량화된 성과지표를 이용해 생태계 기반의 관리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아울러 효과적인 생태복원을 위해서는 생물종 선정이나 서식환경에 대한 지식기반이 갖춰져야 한다. 다양한 규모의 생태복원 사업을 위해 국가 단위, 지역 단위, 사업 단위별로 대표적인 복원대상 생물종을 선정해 생물종의 서식모형을 개발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모형 개발에 필요한 생태연구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으나 현재 지식을 토대로 간이모형을 개발하고 순응적 관리원칙에 입각해 점진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이를 통해 현재까지 과학적으로 검증된 생태학적 지식을 토대로 생물서식지를 재생·창출하고 자연생태계의 관리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하천, 습지 등을 중심으로 생태복원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생태복원사업 가운데 계획 수립 시 정량적인 복원목표를 제시한 경우는 많지 않다. 복원계획을 수립할 때 정량적인 목표가 제시되지 못하고 복원대상이 불분명한 상태이기 때문에 복원사업의 성공 기준, 모니터링 방법도 정량화되지 못하고 있다. 성공적인 생태복원을 위해서는 복원대상 주제 즉 목표종 선정과 함께 서식환경의 질, 장소, 시간이라는 요소를 복원계획 수립시에 포함하고, 사후 모니터링에 의해 서식지 총량변화를 파악할 수 있는 평가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