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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형진 활동가
지구온난화가 국제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 있다. 식물성 바이오매스로부터 추출해 만드는 바이오연료도 그 중 하나이다. 바이오연료는 바이오매스로부터 만들어지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을 말한다. 바이오연료는 휘발유를 대체할 수 있는 바이오에탄올과 경유를 대체할 수 있는 바이오디젤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는 바이오디젤을 중심으로 보급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바이오디젤의 원료는 유채, 대두, 팜유, 콩기름, 자트로파 등 다양하나 일본, 오스트리아 등에서는 버려지는 폐식용유를 정제해 바이오디젤로 만들어 사용하는 시도가 활발하게 벌여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BD5와 BD20의 경우로 나눠 보급되고 있다. BD5의 경우 정유업체가 바이오디젤 생산업체로부터 바이오디젤을 공급 받아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방식으로 보급되고 있으며, BD20의 경우 자체적인 정비나 주유시설이 있는 지자체나 대형사업소에 한해 부분적으로 보급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바이오디젤 보급 지원 정책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정부의 면세 정책 정책 철회로 인해 바이오디젤 업체에 암운의 기운이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 부처간에 폐식용유로 생산된 바이오디젤에 한해서만 기존의 면세를 유지하고 유채유, 콩기름, 팜유, 등으로 생산된 바이오디젤의 경우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렇게 될 경우, 폐식용유로 생산된 바이오디젤의 전체의 28% 정도에 지나지 않아 바이오디젤 전체의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 업계에서는 그간 정부 안에서 논의돼 온 ‘바이오디젤 혼합의무사용제(RFS)'를 도입해 안정적으로 수요처를 확보하는 방안을 기대하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이번 면세정책이 확정이 되면 바이오디젤 시장 자체가 붕괴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오디젤 면세정책의 폐지로 인해 바이오디젤의 가격이 상승하면 기존에 바이오디젤을 사왔던 대형 정유업체들은 바이오디젤을 외면하고 기존의 경유를 보급하거나 소비자 가격에 포함시켜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방안을 선택할 것이다. 바이오디젤은 경유의 대체품으로 경유와 경쟁해야 함에도 현재의 공급방식은 바이오디젤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이 경유를 판매하는 대형 정유사에 ‘자율적 공급 협약’이라는 이름으로 납품을 해야 하는 다소 애매하고 불평등한 공급 방식이다. 이 상황에서 정부의 면세 제도마저 철회된다면 바이오디젤 업체의 어려움은 더 커질 것이다.


현재의 보급률 역시 상향조정될 필요가 있다. 현재 BD 5(바이오디젤5%+경유95%)의 경우 실제로는 세금문제와 안정성 문제로 인해서 바이오디젤 혼합률이 2%(바이오디젤 2%+경유98%)에 머물러있다. 또한 BD 20의 경우 역시 일부 지자체나 대형 사업소에 한해서만 보급되고 있어 BD20이 전국 지자체를 비롯한 다양한 공익적 공간에서 우선적으로 보급 확대될 필요가 있다. 또한 폐식용유 수거 정책과 연계해 폐식용유 수거 관리의 책임이 있는 지자체를 중심으로 바이오디젤 보급 사업이 더욱 확대될 필요도 있다.


바이오디젤을 비롯한 재생가능에너지 보급 정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관점은 지역 에너지 순환 구조를 갖는 것이다. 화석연료를 대표하는 기존의 에너지 공급 체계가 대형화, 집중형, 비 주도적 공급 체계였다면, 바이오디젤을 비롯한 재생가능에너지의 공급체계는 소형화, 분산형, 주도적 공급 체계를 갖춰야 하는 것이다.


현재와 같이 주유소와 주유 업체를 통한 일률적인 보급 지원도 중요하나 일본의 사례와 같이 지역 단위에서 실험되고 집중되는 소중한 사례들 역시 발굴해야 할 필요가 있다. 기존에는 누군가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아서 사용하는 객체의 입장이었다면, 선진국에서는 다양한 사례와 실험들로부터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주체적 관점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주민 주도형 지역 에너지 순환모델’로 명명될 수 있다.


바이오디젤을 활용해 이러한 모델에 가장 근접한 곳은 일본 시가현 ‘유채꽃네트워크’ 이다. 시가현은 농촌이라는 특성을 살려 보다 적극적으로 바이오디젤 생산에 나서고 있는데 시가현은 모내기하기 전까지의 농경지와 유휴지를 활용해 유채를 심는다. 시가현에서는 전체 약 50ha에서 헥타르 당 3~4톤의 유채를 생산해 유채에서 나온 식용기름은 지역 내 학교 공급되고 학교에서 사용하고 발생한 폐식용유는 다시 바이오디젤로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바이오디젤은 농사를 짓는 트랙터, 경운기, 발전기 등에 다시 공급된다. 또한 바이오디젤을 만들고 남은 찌꺼기는 훌륭한 비료가 돼 다시 농민들에게 분배된다.


지역에너지 순환 모델에서 또 한가지 잊지 말아야하는 중요한 것은 버려지는 폐식용유를 활용한 바이오디젤의 공급이다. 서울 강동구청에서는 버려지는 폐식용유를 모으기 위해서 지역의 5개 중고등학교와 공급협약을 맺었다. 이렇게 모아진 폐식용유는 바이오디젤로 바뀌어 약 30대의 강동구청 청소차량에 쓰이고 있다. 이러한 강동구청의 보급 사례가 전국적으로 확대돼야 한다.


정부의 면세 정책 철회 방침은 바이오디젤 포기선언과 같다. 바이오디젤 포기선언은 기후변화 시대를 대비하는 현명한 자세가 아니다. 지금 우리가 선택해야 할 것은 당장 눈앞의 시장적 가치보다는 바이오디젤을 비롯한 재생가능에너지가 가지는 대안 에너지의 잠재력, 그리고 그러한 삶의 방식을 추구하면서 실현될 수 있는 미래 사회에 대한 현명한 준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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